[딸아, 밥 좀 먹자!]글 = 신지현(아이 식습관 개선과 자기계발에 힘쓰는 두 아이의 엄마)
드디어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설렘보단 긴장이 더 앞섰던 엄마의 염려가 무색할 만큼 첫날부터 씩씩하게 혼자 교문에 들어서는 딸이었다.
그렇게 순조롭게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있는 가운데 복병은 역시나 가장 걱정했던 급식이었다. 예상도 했고 듣기도 많이 들었지만 막상 급식 식단의 면면을 보게 되니 걱정했던 것보다 더욱 빨간색 일색이었다.
안 빨간 반찬 찾기
아이 학교 급식은 아침마다 그날 그날의 식단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때마다 나는 눈에 불을 켜고 아이가 먹을 수 있을 만한 반찬을 찾아본다. 그러나 현실은 대부분 야속하게도 2/3는 고춧가루가 들어간 국이나 반찬인 경우가 많다.
국이 희멀건 한 메뉴인 날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국부터가 짬뽕탕, 김칫국이면 국은 일단 제쳐두고 반찬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데, 기본 고정 반찬인 김치칸을 제외하고 남는 반찬 2개 중 하나가 또 고춧가루가 들어간 반찬이면 그날 우리 딸의 점심 식사는 부실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위상이 올라간 간식
그렇다 보니 간식 준비에 공을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배로 늘어나게 됐다. 점심을 제대로 못 먹고 와서인지 하교하고 집에 오면 출출하다며 바로 간식부터 찾기 때문이다. 4교시 후 급식을 먹자마자 하교하는 날조차도 그런 걸로 보아 어지간히 급식으로는 배를 채우지 못하는 듯했다.
거기다 하교 후 피아노, 태권도 등 학원을 거의 매일 가기 때문에 간식으로 중간중간 에너지를 보충해 줘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원래도 잘 허락하지 않던 과자, 스낵류는 거의 배제하고 최대한 영양을 줄 수 있고 기운 나게 할 수 있는 간식을 준비하고 있다. 아무리 학원 가기 전까지의 시간이 빡빡해도 뭐라도, 한두 개라도 먹고 갈 수 있도록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는 간식을 꼭꼭 미리 준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가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얼마 전 담임선생님과 첫 유선 상담이 있었는데 급식에 대한 나의 이런 걱정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사실 미리 서면으로도 어필했던 부분이라 선생님 또한 그렇지 않아도 신경 쓰고 계신 듯했다.그런데 선생님의 의견은 의외로 희망적이었다.
“어머님이 걱정하시는 것보다 아이가 많이 노력하는 것 같아요.”
‘노력’이라는 단어를 듣는데 어쩐지 뭉클했다. 그래도 컸다고, 얼마 전까진 싫은 음식은 단 한 번도 입에 대길 거부하던 아이가 빨간 국, 반찬을 적어도 2, 3번은 먹어보려 애쓴다는 말씀에 그 모습을 상상해 보니 더욱 그랬다.
또한 매운 음식들에 밥 먹기 힘들어하는 것은 비단 우리 딸뿐만이 아니라면서 함께 노력하며 적응하는 중이니 시간을 갖고 지켜보자고 격려해 주셨다. 아이가 싫어하면 강요하지 않고 대신 도전해 보도록 격려를 북돋아 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매운 음식에 겁먹은 딸이 그래도 용기를 내 노력하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었다.
“아직은 급식이 매운 1학년들, 파이팅!”
기특하게도 매일 조금씩, 한 입씩 도전하는 아이의 노력이 느리지만 결국 빛을 발할 날이 있으리라 믿는다. ‘적응’이라는 것에는 결국 시간이 약이니 말이다. 그 시간을 묵묵히 응원하고 지켜봐 주는 것이 부모의 몫일 텐데 거기에 담임선생님의 응원까지 함께 더해지니 어쩐지 적응의 기간이 더욱 단축될 수도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엿보인다.
아직은 급식이 매운 모든 1학년들에게 파이팅을 외친다.
김희철 기자/poodle@manz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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