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강민혜(단꿈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아이에게 자꾸 유튜브를 보여주는 남편 때문에 고민이에요”
상담 센터를 찾으시는 많은 어머님들이 고민하시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남편이 퇴근 후 혹은 주말에 아이를 볼 때 아이와 적극적으로 놀이하기보다는 유튜브를 보여주거나 스마트폰을 쥐여준다는 것이죠.
"애한테 유튜브 좀 그만 보여줘!"라고 소리쳐봐야 그때뿐. 또 남편이 아이에게 유튜브를 수 십 분째 보여주고 있다며 상담 센터에 와서 울분을 토합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미디어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분명 안 좋을 텐데 아내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남편 때문에 너무 화가 난다고 합니다.
미디어 노출에 대한 부부간의 끝나지 않는 논쟁,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으로 아이가 미디어에 노출될 기간은 수 십 년도 더 된다는 것을 늘 떠올린다
현재 부모가 된 30대는 보통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된 이후에야 컴퓨터를 갖게 됐고 스마트폰은 한참 더 후에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태어난 아이들은 어떤가요? 생후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 유튜브로 동요 동영상들을 보고 각종 애니메이션 클립들을 포함한 아동 동영상들을 시청합니다. 또한 스마트폰이 생기기 전에는 주로 집에서 보는 TV가 미디어의 전부였지만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영상에 노출됩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가 된 지는 20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영유아기부터 미디어에 과노출된 아이들의 예후에 대한 연구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사실은, 현재 아이들은 앞으로 스마트폰을 포함한 각종 미디어 기기에 노출될 기간이 수십 년은 더 남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어릴 때 부모가 미디어를 보여주지 않아도 초등학교에만 입학해도 친구를 통해 혹은 다른 경로를 통해 유튜브에 노출될 기회가 차고 넘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성인의 경우 매일같이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을 시청한다고 뇌에 현저한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30대가 된 성인의 뇌는 더 이상 발달하거나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동의 뇌는 다릅니다. 우리 아이들의 뇌는 매일같이 성장하고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령이 어릴수록 말이죠.
뇌 발달이 활발히 이뤄지는 시기인 만큼 외부 영향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도한 미디어 노출로 인해 뇌에서 주의력을 관장하는 영역, 자극에 반응하는 영역 등이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부모가 잠시 편하고자 습관처럼 보여줬던 유튜브 영상들이 아이에게 장기간 노출됐을 때 그 영향력이 누적돼 아이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아이가 살아가면서 미디어에 노출될 시간이 훨씬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도 함께요.
어릴 때부터 미디어에 과노출되면 자기조절 능력을 기르기 어려울 수 있다
부모상담 시 많은 부모님들이 의뢰하는 비슷한 문제 중 하나가 "아이가 스마트폰을 자꾸 보려고 해요. 안 주면 화를 내요."와 같은 고민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조절 능력을 잃게 된 것일까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보통의 경우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명확한 제한 없이 아이는 미디어에 노출됐고, 그러다 보니 학령기가 된 이후에도 스스로 미디어 사용을 통제하기 어렵게 된 것이죠. 예를 들어, 아이가 보챌 때마다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보여줬다면 이 아이는 성장해서도 본인이 떼를 쓰면 결국 엄마 아빠가 스마트폰 사용을 허락할 것을 기대할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에게 미디어 기기를 노출시키기 시작한 시점부터 부모는 적절한 기준을 두고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합니다. 부모가 곁에 있을 때에만 20분 이내로 유튜브 시청을 허락하거나 주말에 점심 먹은 후 아이가 원하는 영상을 10분 보게 하는 식으로 말이죠. 어떤 기준이든 부부간 적절히 협의해 꾸준히 지킬 수 있으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이러한 제한을 명확히 하고 잘 지킴으로써 아이 역시 어릴 때부터 미디어 기기 사용에 대한 통제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너무 어릴 때부터 미디어에 과도하게 노출시켜 사람과의 상호작용보다 미디어를 시청하는 것에 더 흥미를 느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오랜 기간 미디어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자극에 대한 역치가 높아질 수 있다
10분짜리 유튜브 영상을 보더라도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수십 가지의 효과음이 나옵니다. 그리고 장면 전환은 또 얼마나 많이 이뤄지나요! 자막도 참 화려합니다. 이런 영상이 아이에게는 어떻게 느껴질까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10분일 것입니다. 아이를 자극하는 요소가 끊임없이 아이를 반응하도록 만들기 때문이죠.
유튜브를 자주 보는 성인이라면 10분 안팎의 클립이 아닌 1시간 이상의 TV 프로그램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더 이상 어렵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을 것입니다. 액기스만 뽑아내 지루할 틈이 없이 만드는 유튜브 하이라이트 영상과 같은 미디어에 익숙해진 탓이죠. 성인도 이렇게 반응하게 되는데 아이들의 주의지속력에는 더 현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만 지루해도 견디지 못하게 되고 더 자극적인 영상과 놀잇감을 원하게 될 것입니다.
현란한 유튜브 영상들에 익숙해져 자극에 대한 역치가 낮아지는 것입니다. 더불어 재미는 없지만 꼭 해야 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 또한 저하될 수 있습니다. 지루한 것을 견디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죠. 따라서 아이를 보는 동안 잠시 편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유튜브에 노출시키는 것은 되도록 지양하시길 권유 드립니다.
글 = 강민혜 단꿈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육심리 및 상담심리 전공 박사과정 중에 있으며 현재 단꿈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하며 심리상담 및 놀이치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불안, 강박, ADHD 등의 증상을 전문적으로 상담하고 있다.
길문혁 기자/ansgur0317@manz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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