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블랙핑크로 대표되는 K-팝 열풍이 결국 글로벌 푸드 시장까지 이어졌다. 대한민국의 ‘만두’가 K-푸드의 대명사로 군림한 것이다. 일본식 ‘교자(餃子)’도 아니고 중국식 ‘덤플링(Dumpling)’도 아닌 한국의 ‘MANDU’가 말이다. 이러한 글로벌 만두 열풍은 CJ제일제당의 ‘비비고’가 이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국내에서 만두피 얇기 경쟁을 촉발시켰던 비비고 만두는 현재 우리나라보다도 해외에서 더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탄생은 외식 브랜드, 절정은 만두로?
‘비비고’라는 브랜드의 시작은 외식 프랜차이즈였다. CJ그룹 외식사업 계열사인 CJ푸드빌이 론칭한 비비고는 ‘비비다’와 ‘고(Go)’의 합성어로, 이름에서부터 비빔밥을 연상시키도록 만들어진 브랜드였다. 비비고는 2010년 5월 광화문점 오픈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 특히 북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였다. 밥과 토핑, 소스를 선택해 자신만의 비빔밥을 만들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는 좋은 평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장에서 큰 반향을 얻지 못했으며, 지점 수는 갈수록 축소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이미치 출처 : CJ 보도자료>
아이러니하게도 비비고 브랜드의 새로운 전기는 시작과는 정반대인 '간편식' 사업을 시작하며 찾아왔다. 그 선두에 있던 제품은 바로 ‘만두’. 비비고 만두는 출시 1년 만에 시장 점유율 1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간 냉동만두 시장 부동의 1위였던 고향만두를 밀어낸 것이었다. 국내에서 비비고 만두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프리미엄 전략 덕으로 이야기된다. 가격을 기존의 만두 제품 대비 10% 이상 높게 책정하면서, 품질도 업그레이드한 점이 유효했다. 고향만두와 정반대의 전략이었다. 고기와 야채를 가는 게 아니라 칼로 써는 공정을 도입했고, 만두의 중량을 다른 제품의 3배가량 늘렸다. 만두피도 얇게 제작해, 이전까지는 인스턴트식품이었던 냉동만두에 대한 인식을 바꿔내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에서 K푸드의 대표주자가 되다
<이미치 출처 : CJ 보도자료>
대한민국 시장이 좁아서였을까? 비비고 만두의 놀랄 만한 성공은 어느새 ‘북미’까지 옮겨갔다. 비빔밥으로 진출했던 북미 시장을, 이번에는 만두를 앞세워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이 비비고 만두를 북미 시장 진출의 첨병으로 삼았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냉동식품 시장의 규모다. 여타 국가에 비해서도 북미 시장의 냉동식품 시장 규모는 큰 편이며, 간편식에 대한 인식도 비교적 긍정적이다.
두 번째는 북미 시장에서의 ‘에스닉 푸드’에 대한 관심도 증가 추세였다. 에스닉 푸드는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제3세계의 전통 음식을 이야기한다. 때마침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북미 소비자들의 관심사, 그리고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퍼지던 시기였다. CJ제일제당은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업체를 인수하고 유통 채널을 확보해 나갔으며, 홈쇼핑을 비롯한 각종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했다.
세계에서 사랑받는 비비고 만두
<출처 : Youtube bibigo 채널>
이러한 공격적인 시장 공략의 결과,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식품 사업 매출은 전체 식품 사업의 46%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작년 1~9월의 CJ제일제당 글로벌 식품 사업 매출은 3조 775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작년 글로벌 매출은 5조 원 돌파가 유력시되는데, 국내 식품 회사가 해외에서 5조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것은 CJ제일제당이 처음이다. 현재 글로벌 70여 국가에서 비비고 만두를 만날 수 있다.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는데, 중국과 일본, 베트남의 3개 국가에서만 1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독일과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비비고 브랜드의 대표 품목인 만두에 대한 CJ제일제당의 투자는 올해도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회사는 7대 글로벌 전략 품목의 대표주자로 만두를 꼽고 있다. 회사의 적극적인 투자 덕분에 지금껏 비비고 만두는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 소비자들의 마음을 공략할 수 있었다. 쉽게 셀 수도 없다는 비비고의 만두 제품군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비비고의 1번타자, 그야말로 간판제품 '왕교자' 시리즈
비비고의 만두 제품군 중에서 소비자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왕교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CJ비비고 왕교자 브랜드 선호도는 과반에 육박하는 43.3%로 나타났다. 왕교자는 고기, 야채 등을 손상시키지 않고 보존하면서, 원물 그대로의 조직감과 육즙을 살린 제품군이다. 풍부한 원물감의 만두소를 위해 기존의 만두보다도 크기를 확대한 제품으로, 천 번 이상 반죽을 치대고 수 분 동안 진공반죽을 해 쫄깃한 식감과 촉촉함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 기존 비비고 왕교자에서 칼로리를 25% 낮춘 비비고 왕교자 라이트
<이미치 출처 : CJ 보도자료>
왕교자는 동명의 제품을 베이스로, 만두소를 다르게 넣은 시리즈 제품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새우가 12% 정도 함유돼 새우 향이 강한 ‘새우왕교자’, 다른 김치만두와는 달리 신맛이 적은 ‘김치왕교자’, 육즙 대신 고추기름이 들어가 매콤한 ‘매운왕교자’, 갈비 양념의 달콤한 맛을 그대로 품은 ‘갈비왕교자’ 등이 있다. 최근에는 칼로리를 약 25% 낮춘 ‘왕교자 라이트’, 비건을 겨냥한 ‘플랜테이블 왕교자’가 출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크기로 압도하고 식감으로 마무리한다. '한섬만두' 시리즈
왕교자와 함께 비비고 브랜드의 또 하나의 축을 담당하는 시리즈는 바로 ‘한섬만두’다. 2017년 8월 처음으로 출시된 한섬만두는 첫해 1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듬해에는 라인업을 확대하며 250억 원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공을 거뒀다. 한섬만두는 농사가 잘 돼 쌀 수확이 많아지길 기원하며 1년에 한 번씩만 빚던 전통 ‘섬만두’를 재해석한 제품이다. 여기서 '섬'은 쌀을 넣어 보관하는 가마니의 다른 말이다. 압도적인 크기와 푸짐한 만두소, 그리고 손으로 빚은 듯한 주름의 만두피가 한섬만두의 특징으로 꼽힌다. 가만히 보면 쌀 한 '섬'의 모양과 비슷하다. 이를 통해 한섬만두는 소비자들에게 고급 수제 만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었다.
<출처 : Youtube bibigo 채널>
이 시리즈의 베이스가 되는 제품은 ‘든든한섬만두’다. 향긋한 부추, 쫄깃한 식감의 목이버섯, 아삭한 물밤 등으로 속이 채워진 만두로, 왕교자 제품에 비해서도 큰 크기를 가지고 있다. 성인이라도 세 알 이상 먹기 힘들 정도로 포만감이 큰 반달형 만두다. 기존의 든든한섬만두와 함께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는 또 하나의 제품은 ‘소고기 한섬만두’로, 든든한섬만두에 소고기를 배합한 제품이다.
만두는 역시 수제만두? '수제만둣집' 시리즈
▲ 한섬만두로 수제만둣집 버전으로 다양화했다
왕교자 시리즈, 한섬만두 시리즈 다음에 CJ제일제당이 내놓은 시리즈는 ‘수제만둣집 맛 만두’ 시리즈였다. 기존의 만두 라인업과는 차별화되는 만두소와 손으로 빚은 듯한 제형을 가진 라인업이다. 꽉 찬 만두 속이 은은하게 비치는 0.6mm 두께의 얇고 투명한 만두피도 특징으로 꼽힌다. 제조사는 수제만두의 느낌을 내기 위해 만두 높이를 2.5cm 이상 뽑아낼 수 있는 전용 설비를 갖추고, 설비 제형의 디자인 특허 출원을 신청한 바 있다.
<출처 : Youtube bibigo 채널>
수제만둣집 맛 만두 라인업으로는 ‘고기만두’, ‘김치만두’, ‘진한고기만두’, ‘새우만두’의 4종의 제품이 출시됐다. ‘고기만두’는 청양고추를 넣어 깔끔한 맛을 구현한 제품이며, ‘진한고기만두’는 깻잎과 들깨가루를 넣어 풍미를 더했다. ‘김치만두’는 깍두기와 참기름을 넣어 아삭한 식감과 고소한 맛을 살렸다. ‘새우만두’는 물밤과 굴소스를 넣어 깊은 풍미와 감칠맛을 느낄 수 있는 만두다.
베리에이션 자체가 물량 러쉬, 그것이 바로 비비고 만두
비비고 만두 왕교자 시리즈는 일본에서 ‘왕만두’로 명칭을 변경해 출시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비고 왕만두 시리즈가 판매되고 있는데, 이 시리즈의 구성은 일본과는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함경도식으로 만들어진 만두 제품에 왕만두 시리즈라는 명칭을 붙이고 있다. 만두소로는 국산 돼지고기와 두부, 그리고 큼지막하게 썬 배추와 깔끔한 부추 등이 들어있어 씹히는 맛이 좋은 제품이다. 왕만두 시리즈는 돼지고기 베이스와 ‘왕만두’, 그리고 김치가 들어있어 칼칼하게 매운 ‘김치왕만두’로 구성돼 있다.
▲ 비비고 호족반 NY양념갈비만두
<이미치 출처 : CJ 보도자료>
이외에도 비비고 브랜드로 출시된 만두를 여럿 찾아볼 수 있다. 강원도식으로 빚은 ‘찰보리감자만두’, 퓨전 한식 레스토랑 호족반과 콜라보한 ‘NY양념갈비만두’, 구울 수록 바삭함이 살아나는 만두피 안에 굵게 썬 양배추 등 신선한 채소를 가득 채운 ‘군만두’ 등의 제품이 비비고 만두로 판매되고 있다.
<이미치 출처 : CJ 보도자료>
비비고의 제품군은 다나와에 등록된 것만 찾아봐도 20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자랑한다. 올해에도 R&D로 회사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기에, 더 많은 비비고 만두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글 / 최덕수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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