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정연호 기자] 코로나19 이후 학교에서 시행된 원격수업은 교육현장에 ‘교육격차’라는 커다란 상흔을 남겼다. 지난해 4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YTN과 함께 전국 8개 시도 내 중‧고등학교의 2020학년도 1학기 국영수 평가 결과를 이전 연도와 비교한 결과, 성적이 중위권인 학생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학기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전년 대비 중위권이 각각 5.8%, 4.4% 감소했다.

배움의 장소가 교실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것일 뿐인데 학력격차라는 문제는 왜 발생한 것일까? 교육 전문가들은 수업이 교실에서 단순히 온라인으로 전환되기만 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 사회는 원격수업이라는 거대한 변화에서 뒤처질 학생을 위한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없고, 부모의 적극적인 조력이 없는 아이들이 이 기간 방치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중학교 원격수업을 관찰한 뒤 교사들과 심층 면담을 진행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학습자들이 원격수업을 실제 수업처럼 느끼지 못해 집중력이 떨어지며, 교사의 피드백과 질문 및 토론이 어려운 것이 학습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결론을 내렸다. 학생들이 교육 현장에 있다는 ‘실재감’을 느끼지 못해 몰입감도 함께 떨어졌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원격수업에 생동감을 더한다

줌을 통한 원격수업이 비효율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새로운 방식의 원격 수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제 학생들은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 등을 통해 아바타를 움직이며 가상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한다.

게더타운은 학생들이 자신의 공간을 직접 만들고 이동을 하며 다양한 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미지나 영상, 링크를 삽입해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으며, 소회의실에 모여 모둠별 토의를 하거나 골든벨, OX퀴드 등 대면 수업에서 했던 활동도 그대로 진행할 수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전시회에 전시하기도 한다.

아바타를 통해 공간을 이동하면서 그 공간을 입체적으로 지각하거나, 아바타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도 교육의 효과를 높인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학생들이 현장감을 느끼며 그 순간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인크래프트를 통해서 ‘픽셀아트’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픽셀아트란 도트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마인크래프트에선 레고 블록을 만드는 것처럼 블록으로 건축물을 만드는 게 가능한데, 이를 통해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 혹은 정육면체 블록과 도구를 활용해 집을 만든 뒤 다른 사람에게 공유할 수도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역사 수업 시간에 마인크래프트를 이용해 신석기 시대의 주거지를 만들거나, 고인돌을 만들어 구조물의 원리를 이해하고 창의성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원격수업 이후로도 메타버스는 교육을 혁신한다

메타버스의 쓰임새는 원격교육을 효율화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교실에서 대면으로 이뤄지는 수업도 메타버스를 통해서 교육적인 효과를 증대할 수 있다. 구글은 ‘구글아트앤컬쳐’라는 VR박물관을 구축해 사람들이 앱을 통해서 박물관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80개국 2000여 곳에 이르는 박물관과 문화기관이 보유한 예술 유산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이용자는 전시관을 360도로 관람할 수 있는데 화면을 조정해서 시야의 각도를 자유롭게 변경하거나, 작품과의 거리도 조정할 수 있다. 메타버스를 통해서 실제 그 공간에 있는 것처럼 체험이 가능한 것. 이용자가 찍은 사진을 인공지능으로 특정 화가의 화풍에 맞춘 작품으로 변경하는 것도 가능해 경험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비상교육에서 만든 VR역사 답사도 역사 수업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 그리고 근현대사의 유적이나 역사적 현장을 VR로 구현한 것이다. 이렇게 역사의 현장을 생동감 있게 접한다면 학생들도 즐겁게 역사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AR 기술이 수업시간에 적용될 수 있다. AR은 포켓몬고처럼 실제 현실 위에 가상의 사물을 합성하는 기술을 말한다. 지리 수업 시간엔 등고선을 펜으로 그린 뒤 Landscape AR 앱으로 스캔하면 3D 등고선을 만들 수 있다. 종이나 클레이 점토로 등고선을 만들면 표현의 정확도가 떨어지는데 이를 AR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게 됐다.

AR빛 실험실을 통해선 앱에서 배치한 볼록렌즈, 오목렌즈처럼 렌즈를 통과한 빛이 어떻게 굴절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빛 실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Quiver 3D 컬러링앱의 경우엔 제시된 도안을 색칠하고 이를 앱으로 스캔하면 그림 속 대상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인다. 화산과 관련된 학습을 할 때 위험한 실험을 하는 대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것.

메타버스, 가상공간에서도 현실처럼 경험한다

메타버스의 장점은 고위험, 고비용 문제로 학교에 적용하기 어려웠던 교육활동을 가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비행기를 조종하는 방법을 메타버스를 통해서 가상으로 훈련하는 것처럼 말이다.

안전교육도 위험한 현장에서 진행하는 대신 가상공간에서 학습을 할 수 있다. 메타에듀시스는 생존수영교육을 가상환경에서 진행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아이들은 위급상황 시 구조자가 올 때까지 물에서 버틸 수 있도록 생존수영을 가상공간에서 체험하게 된다. 이외에도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거나 선박사고 등의 실제사고 시 대응 방법을 배우고 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이러한 체험을 통한 교육은 단순히 지침을 설명해주는 방식보다 교육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체화인지 이론에 따르면, 학습자가 학습을 할 때 몸동작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사물을 실제로 조작하거나 움직일 때 원리를 더 잘 이해하게 되기 때문.

날씨 등의 이유로 외부에서 체육활동을 진행하기 어려울 때도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다. 에어패스는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을 활용해 지난해 8월 기준 전국 약 450개 이상의 학교와 수련관 등에 VR스포츠센터를 만들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접하기 어려운 양궁, 골프, 테니스 등 총 40개 이상의 체육활동을 메타버스를 통해 체험할 수 있다.

대형 스크린에 달린 센서와 움직임을 인식하는 비전센서로 인해서, 아이들의 움직임이 스크린 속 콘텐츠에 반영돼 역동적인 체험이 가능하다. 실제로 축구공을 스크린 속 골대 안으로 차면 득점을 할 수 있는 것. 위 사진처럼 공을 던져 정답을 고르게 하는 교육 활동도 가능하다.

메타버스의 교육적 활용에 앞서 기술 및 제도적 뒷받침 필요해

다만, 메타버스의 교육적 활용 사례는 여전히 일회성 프로그램인 경우가 많고 학생과 교사 모두 학습 과정을 성찰하는 비판적 학습활동이 부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 현장에선 교사들이 메타버스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교육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교육이 메타버스에서 진행되면서 데이터가 생성되고, 이로 인해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메타버스 교육이 활성화되려면 이를 위한 제도적, 기술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