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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흔해 지나치기 쉬운 통조림의 과학

    2023.05.30. 15:18:26
    읽음4,309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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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이 통조림에 들었다면, 유통기한이 없기를 바란다. 


    통조림을 보다 보면 종종 영화 *중경삼림(重慶森林) 속 명대사가 생각날 때가 있다. 통조림은 마치 요술 주머니처럼 무엇을 넣어도 시간의 속도를 늦춰 준다. 빵, 김치, 아스파라거스, 심지어 에스카르고까지. 통조림은 ‘음식은 썩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버린 발명품이다. 그러나 우리 일상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어 그 가치를 잊고 있었다면, 이 글을 읽어보자. 


    * ‘중경삼림’은 왕가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금성무가 경찰 ‘하지무’ 역으로 출연한 영화다. 1994년에 개봉했지만, 왕가위 감독 특유의 세련된 연출과 감성적인 대사로 개봉 이후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참고로 위 대사는 금성무의 극 중 내레이션인데, ‘기억’이 ‘사랑'으로 오역됐다는 말이 있어 본문에서는 기억으로 표기하였다. 




    ‘실화냐?!’ 싶은 놀라운 통조림의 보존 능력



    1969년 생산된 파운드케이크 통조림이 40년이 지난 후 개봉했는데도 여전히 황금빛 모습을 띠고 있었다는 얘기나, 55년 된 감자 통조림을 개봉하자 여전히 뽀얀 빛깔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심지어 70년 된 코코아 가루 통조림을 우유에 탔더니 감쪽같이 녹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보관상태나 수분 함유량에 따라 식중독균이 퍼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제대로 밀폐되어 있다면 몇십 년은 거뜬 없이 보존 가능하다고 하지만, 먹기에는 찜찜한 것이 사실. 그러니 정말 여의찮은 상황이 아니라면, 유통 기한을 지키길 바란다. 



    통조림, 이렇게 만들어진다 



     통조림의 비밀은 ‘가열’과 ‘밀폐’다. 아무 캔에나 파인애플을 넣었다고 해서 통조림이 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미생물을 제거해야 한다. 열을 주고, 밀봉하는 것이 바로 ‘살균’ 때문이다. 통조림 만드는 단계를 아주 간단히 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가식부(可食部), 즉 먹을 수 있는 부분을 깨끗하게 전처리한다. 복숭아라면 과육을 덜어내고, 고등어라면 가시를 벗겨낸다. 둘째로, 깨끗한 양철통에 내용물을 담는다. 이때 용기도 전처리 과정을 거친 식기다. 주재료는 철이나 알루미늄을 쓴다. 금속이 부식되면 안 되기 때문에, 캔에 주석을 한번 입힌다. 


    이후 식품이 접촉하는 내면에도 열경화성 플라스틱인 에폭시수지를 코팅한다. 이로써 녹이 스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셋째로, 주입액(설탕물이나 소금물)을 채운다. 내용물에 간이 배고, 통 속의 공기가 밀려난다. 넷째로, 뚜껑을 밀봉한 후 미생물을 제거하기 위해 가열 살균한다. 참치 통조림 같은 경우, 완제품 수백 개가 커다란 멸균기에 들어간 뒤, 115℃에서 1~3시간 동안 가열된다. 




    살균 온도와 시간은 내용물의 ‘산도’에 따라 달라진다. 산도가 낮을수록 고온에 장시간 살균한다. 예를 들어 과실 통조림은 원래 pH가 높아 낮은 온도에서도 살균력이 적당하다. 그러나 채소, 고기, 생선 등은 상대적으로 pH가 낮아 임의로 살균력을 높여줘야 한다. 이와 같은 멸균 조건은 국제식품안전협회(GFSI)가 ‘FSSC 22000 (식품안전시스템인증)’제도로 철저히 규격화한 것이다. 


    글로벌 식품기업들은 이 기준에 따라 통조림의 멸균 과정을 매우 까다롭게 관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완성된 제품은 각지의 마트와 업체로 퍼져나간다. 단순한 보관 상자인 줄 알았던 통조림, 그 안에는 정밀한 규칙과 기술이 들어있었다.

     



    전쟁이 낳은 발명품, 통조림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긴다. 그럼, 처음 만든 사람은 누구지? 이를 알기 위해서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804년 프랑스, 대혁명의 아들 나폴레옹은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고 죽어가는 병사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공모전을 열었다. “영양이 풍부하고, 맛이 좋고, 휴대에 편리한 식품을 개발하라.” 냉장고가 없었던 당시 해군들은 싸우기도 전에 굶주림과 괴질로 죽어가고, 육군은 식량의 보급을 기다리다 전투를 미뤄야 했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무엇보다 병사들의 식량 보급이 원활해야 했다.



    놀랍게도 상금을 차지한 건, 프랑스의 한 말단 요리사였다. 그의 이름은 니콜라 아페르(Nicolas Appert)로 제과점, 포도주 상점, 맥주 공장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온 평범한 소시민이었다. 그의 삶은 지극히 평범했지만, 발상은 비범했다. 그는 코르크 마개로 밀봉한 샴페인이 몇 년 뒤에도 신선한 ‘퐁’ 소리와 함께 발포하는 것에 영감을 받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가열한 식품을 유리병에 집어넣은 것이다. 이후 코르크 마개를 덮고 밀봉을 위해 양초를 녹여 입구에 접합시켰다. 그걸 다시 100℃로 끓인 물에 30분에서 60분 정도를 병째로 담가 끓였고, 그렇게 탄생한 ‘병조림’을 들고 항해에 나선 해군들은 130일간 신선한 식량을 먹으며 전투했다. 그로 인해 아페르는 나폴레옹의 마음을 사로잡아 1만 2천 프랑의 상금과 ‘병 속의 식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건설 책임자가 되었다. 



    우리가 아는 모습의 통조림이 되기까지



    병조림을 한 아름 든 나폴레옹의 군대가 전투에서 연승하자, 적국인 영국은 고민에 휩싸였다. 아페르가 병조림을 개발해낸 지 6년 뒤인 1810년, 영국에서도 피터 듀란드(Peter Durand)라는 상인이 ‘캔(tin can) 보관법’을 고안해냈다. 듀란드의 캔 보관법은 알베르의 병 보존법에 비해 더욱 간편했다. 양철이라 전투 시 깨질 염려도 없고, 무게도 훨씬 가벼웠다. 얇은 철판에 주석을 도금해 철이 녹스는 것을 방지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통조림의 형태가 탄생한 것이다. 


    이후로 통조림 연구는 끊임없이 지속되어 만천하에 퍼져나갔다. 1846년에는 헨리 에반스가 다이캐스팅 공정을 개발하여, 이에 따라 통조림을 시간당 60개가량 만들 수 있게 되었다. 1847년에는 엘런 테일러가 주석 깡통을 기계로 찍어내는 특허를 발명했고, 1885년 로버트 예이츠(Robery Yeates)가 캔 따개를 발명했다. 캔 따개는 망치와 끌보다 훨씬 간편했다. 1996년에는 미국의 에멀 프레이즈가 이조차도 필요 없는 ‘원터치 캔’ 형태의 통조림을 개발했다.




    통조림, 이 세 가지만 알면 당신도 프로 주부 


    만약 이 글을 통해 통조림에 조금 더 관심이 생겼다면, 다음과 같은 팁도 읽어보자. 통조림을 먹을 때 참조하면 좋을 사항들이다.


    첫째, 참치캔은 뚜껑을 연 후 5분 정도 기다렸다가 먹는 것이 좋다. 



    이유는 *퓨란 때문이다. 퓨란은 병조림, 통조림과 같은 전통적인 가열 조리 중에 형성되는 무색, 휘발성의 액체다. 하지만 끓는점이 30도 이하로 낮기 때문에 열을 가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진다. 햄이나 꽁치 통조림은 기본적으로 가열해 먹기 때문에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참치캔은 생으로 먹을 때가 많으므로, 다른 그릇에 옮겨 놓았다가 5분 정도 기다리면 이 성분이 증발한다. 


    *퓨란과 인체 발암성의 상관성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보고된 바가 없다. 또한 저농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인체 위해 여부도 불확실하다. 다만 미국 식품 의약품 안전청은 퓨란을 발암 가능 물질(인체 발암 증거가 부정확하고, 실험동물 발암 증거도 충분하지 아니한 경우)로 분류한 상태다. 그러니 좀 더 안전하게 먹고 싶은 이들은 별도의 그릇에 옮겨 5분 정도 기다릴 것을 추천한다.


    둘째, 한 번 딴 통조림은 꺼내서 다른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흔히 스팸 같은 캔햄을 쓴 뒤 나머지를 캔 채로 냉장고에 넣어 놓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채소, 과일 통조림 등을 개봉 후 그대로 보관하면 코팅된 주석이 산소와 접촉해 식품에 스며들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간한 ‘유해 물질 간편 정보지’에 따르면, 통조림 내부 코팅 재료인 무기 주석 화학물을 다량으로 먹게 되면 복통, 빈혈, 간과 신장 기능에 이상이 갈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개봉한 통조림은 내용물을 다른 곳에 옮겨 보관해 놓자.



    셋째로, 통조림 속 국물은 버려야 할까, 먹어도 될까? 


    출처: 유 퀴즈 온 더 튜브


    아마 2021년 7월 21일, ‘유퀴즈 온 더 블록’을 본 시청자는 이 질문의 답을 알지도 모르겠다. 당시 ’ㄷ사’ 참치캔 회사 박세영 팀장은 통조림 속 국물을 먹어도 된다고 답했다. 심지어 참치캔에 많이 쓰이는 카놀라유에는 필수지방산인 리놀렌산과 비타민E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 


    참치뿐만이 아니다. 꽁치나 고등어 통조림에 들어 있는 국물도 먹어도 된다. 이들은 카놀라유가 아닌, 물(정제수)과 소금(천일염)을 넣는다. 주입액의 소금 간이 어육에 배게 하기 위해서다. 골뱅이 캔은 물과 함께 간장이 들어간다는 점이 독특하다. 이 국물도 먹어도 된다. 특히 골뱅이무침 등의 요리를 할 때, 국물을 반 국자 정도 함께 넣으면 감칠맛이 더 살아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게임을 제안한다. 바로 ‘통조림 게임’이다. 첫째, 아무 식자재나 떠올린다. 둘째, 그 뒤에 ‘통조림’을 붙여 검색한다. 셋째, 해당 재료로 담근 통조림이 있다면 벌칙이다. 한동안 유행했던 ‘김치 게임’에서 고안한 것이다. 아마 게임을 하다 보면 매우 놀랄 것이다. ‘아니, 이것도 통조림으로 만든다고?’하고 말이다. 통조림은 어떤 것도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품는다. 심지어 언제건 묵묵히 그 자리에서 변치 않는 존재다. 그렇기에 감히 자부해 본다. 통조림은 당신이 어떤 비상 상황에 처했건, 도움을 줄 것이라고. 그게 이별이건, 배고픔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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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편집 / 다나와 김주용 jyk@cowave.kr

    글 / 정누리 news@cowave.kr

    (c) 비교하고 잘 사는, 다나와 www.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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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게임챔프 복각판까지! 애니·게임 행사 '마리페' 현장

      게임메카 26.03.19.
      읽음 224 공감 7
    • AI가 미술·디자인 교사의 수업을 바꾼다, 결정적 열쇠는 '자신감'과 '동료 압력'이었다

      AI matters 26.03.19.
      읽음 94 공감 8 댓글 1
    • AI가 두려울수록 취업 결정을 못 한다, 중국 대학생 315명이 증명했다

      AI matters 26.03.19.
      읽음 92 공감 6
    • 12광년 떨어진 별로 떠나는 헤일메리 프로젝트, 실제로 가능할까?

      과학향기 26.03.19.
      읽음 164 공감 2 댓글 1
    • [기자 수첩] 현대차가 경계해야 할 것 '中 지커의 프리미엄 가성비'

      오토헤럴드 26.03.19.
      읽음 111
    •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펼치는 작업 환경, 2026년형 LG전자 그램 AI 14

      다나와 26.03.19.
      읽음 368 공감 3
    • [생활 속 IT] "검색하면 추천·요약" 네이버, 쇼핑 AI 에이전트 서비스 얼마나 유용할까

      IT동아 26.03.19.
      읽음 103 공감 1
    • 엔비디아 서버 CPU 공세에 인텔은 ‘동맹’ AMD는 ‘정면승부’…일반 PC 가격까지 영향?

      IT동아 26.03.19.
      읽음 135 공감 3
    • 현대차 자율 주행 결국 엔비디아로 전환! "아틀라스가 훨씬 빠를텐데?"

      오토기어 26.03.19.
      읽음 707 공감 2
    • 그 많던 비타민 워터는 모두 어디에 갔을까?

      마시즘 26.03.19.
      읽음 164 공감 3
    • 완벽한 로마 신혼여행을 위한 2곳의 프리미엄 호텔

      트래비 26.03.19.
      읽음 165 공감 5
    • [체험기] 개발진의 광기가 느껴진다. 생각했던 모든 것이 준비된 오픈월드 ‘붉은사막’

      게임동아 26.03.19.
      읽음 202 공감 3
    • DLC·업데이트·PS5 버전 공개한 스타필드, 한국어는?

      게임메카 26.03.19.
      읽음 170 공감 4
    • [겜ㅊㅊ] 찰진 손맛, 패링에 집중한 액션게임 5선

      게임메카 26.03.19.
      읽음 127 공감 5 댓글 1
    • AI 군사 활용 논란, 오픈AI·구글 직원 1000명이 반기를 들었다

      AI matters 26.03.19.
      읽음 122 공감 3
    • AI가 유방암 검진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5만 명 임상 연구가 답했다

      AI matters 26.03.19.
      읽음 117 공감 3
    • AI 코딩 도구 써도 보안 취약점은 그대로, 결국 중요한 건 개발자 경험

      AI matters 26.03.19.
      읽음 124 공감 3
    • SF 영화처럼 음성만으로 PC를 제어할 수 있을까?

      다나와 26.03.18.
      읽음 1,610 공감 35 댓글 27
    • [넥스트 모빌리티] '수소를 일상으로' 토요타 '미하루 하우스' 프로젝트

      오토헤럴드 26.03.18.
      읽음 204 공감 9
    • [포토] 압도적 기계룡의 위엄, 붉은사막 컬렉터스 에디션

      게임메카 26.03.18.
      읽음 256 공감 5 댓글 1
    • 이번 봄에 주목해야 할 호텔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명동’

      트래비 26.03.18.
      읽음 135 공감 4
    • 남국의 비경 일본 미야자키 ③대자연이 빚은 작품들 

      트래비 26.03.18.
      읽음 118 공감 3
    • 남국의 비경 일본 미야자키 ②니치난 해안에서 마주한 것들

      트래비 26.03.18.
      읽음 107 공감 2
    • [르포] 예테보리에서 탄생하는 프리미엄 전기차 디자인…‘지커 글로벌 디자인 센터’

      IT동아 26.03.18.
      읽음 118
    • 엔비디아, 베라 루빈·그록 3로 학습 넘어 추론까지··· 국내 AI 반도체 '생존 해법'은?

      IT동아 26.03.18.
      읽음 115 공감 2
    • AI 시대 스타트업 성장 전략 제시, AWS 유니콘데이

      IT동아 26.03.18.
      읽음 111 공감 1
    • 폴드·카메라·가격까지 전부 흔들린다… 이번 주 IT 루머 핵심 정리

      다나와 26.03.17.
      읽음 501 공감 18 댓글 21
    • '이게 다 전기차 덕분이었네' 자동차 평균 연비 사상 최고치 기록

      오토헤럴드 26.03.17.
      읽음 205 공감 9
    • [위대한 발명 ③ 디스크 브레이크] 자동차 기술 진화의 핵심은 '정지'

      오토헤럴드 26.03.17.
      읽음 170 공감 9 댓글 1
    • [모빌리티 인사이트] 'AI·로봇이 공장을 바꾼다' 세 번째 산업 혁명 시작

      오토헤럴드 26.03.17.
      읽음 185 공감 7 댓글 2
    • [정석희의 기후 에너지 인사이트] 6. 왜곡된 기후 데이터의 함정과 과학적 실체

      IT동아 26.03.17.
      읽음 155 공감 3
    • 가파른 성장세 'AGI'...차별화된 기술력과 서비스로 국내 시장 공략

      미디어픽 26.03.17.
      읽음 241 공감 5 댓글 1
    • [숨신소] '압긍'받은 기괴한 마인크래프트 '루시드 블록'

      게임메카 26.03.16.
      읽음 259 공감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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