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K-99’ 논문이 공개된 후 초기에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논문이 동료평가 과정을 거쳐 정식으로 학술지에 발표된 것이 아닌데다, 허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카이브에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것은 연구의 독창성을 선점하는 일종의 ‘깃발 꽂기’ 행위다. 큰 문제는 아니지만, 논문 내용 자체가 허술한데다 의구심을 자아내는 구석이 많았다는 의미다.
그런데 해외 연구진의 이론적 뒷받침과 긍정적인 재현 성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중국 선양국립재료과학연구소 연구진이 LK-99의 초전도성을 설명하는 논문을 8월 1일 아카이브에 등록했다. 이튿날에는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연구진도 LK-99가 이론적으로는 초전도성을 가질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 논문을 아카이브에 발표했다. 이후에도 몇몇 연구진이 LK-99를 재현했다며 시료가 공중 부양하는 동영상을 SNS에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푼 기대감은 얼마 안 가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전 세계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논문에 공개된 방식대로 시료를 제작하고 실험했지만, 초전도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줄줄이 보고했기 때문이다. 결정타로 LK-99 한국 검증위원회가 8월 31일 재현실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LK-99 논란은 해프닝으로 끝나가는 추세다. 현재까지 재현실험을 진행한 부산대, 서울대, 포항공대, 한양대 연구팀은 초전도 특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예시로 포항공대 연구팀은 LK-99 단결정을 만드는 과정을 진행했는데, 초전도체가 아닌 매우 적은 양의 열이나 전기를 전달하는 부도체의 특징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글: 최영준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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