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토너의 기량을 바꿀 수 없다면 그 외 요소를 유리하게 바꿔야 한다.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첫째는 공기저항을 줄여 속도를 높이고, 둘째는 가벼운 기능성 신발을 신어 발의 부담을 덜고, 탄성을 높이면 된다. 지난 2017년 미국 휴스턴대와 콜로라도대 공동연구팀은 당시 세계기록 보유자인 마라토너 데니스 키메토의 신체 능력과 기록을 토대로 공기저항을 줄여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 약 3분, 운동화 무게를 100g 줄이면 약 57초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스포츠의학 저널(The Journal of Sports Medicine and Physical Fitness)’에 공개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페이스메이커 5명이 소문자 t자 대형(앞에서부터 1명-1명-2명-1명)을 만든다면 기록을 4분 22초까지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은 실제로 공식 경기에서 활용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2~3명의 페이스메이커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협동하기로 마음먹는다면 서로의 페이스메이커를 번갈아 가며 활용해 기록을 단축시킬 수 있다.
킵초게는 이네오스 1:59 챌린지에서 좋은 신발을 신는 두 번째 전략도 사용했다. 당시 그가 신은 신발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특별 제작한 것(줌엑스 베이퍼플라이)으로, 가벼울 뿐 아니라 밑창 부분이 탄소섬유 4장으로 만들어졌다. 이것이 스프링 역할을 해 뛰는 힘을 10% 이상 높여준 것으로 분석됐다. 킵초게가 20초만 늦었어도 2시간 이내에 완주하지 못했을 거라는 점을 고려하면 운동화가 기록에 큰 영향을 줬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글: 김우현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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