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위성 발사는 1998년 이래로 15년 동안 이어져 왔다. 그해 북한은 8월 31일 함경북도 무수단리에서 ‘광명성 1호’를 쏘아 올렸다고 밝혔다. 이를 시작으로 북한은 공식 발표하지 않은 것을 포함해 광명성 시리즈만 6번을 발사했지만, 모두 실패하거나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소멸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2012년에 발사된 광명성 3호 2호기가 위성 궤도로 진입해 지상관제소와 교신하고 국제 위성 식별 ID(KMS 3-2)를 부여받았지만, 얼마 안 가 제 기능을 못 하게 됐으며 지난 9월 13일(미국 동부 시각) ‘낙하 후 소멸’ 상태로 나타났다. 2016년에 발사한 광명성 4호도 지난 7월에 낙하하고 소멸해, 만리경-1호 발사 전까지는 북한이 운영 중인 위성이 하나도 남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덕수 한양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가 2021년에 설립한 인공위성 솔루션 스타트업 스페이스맵은 12월 4일, 만리경-1호가 돌고 있는 지구궤도를 추적하는 트래커 사이트를 열었다. 미국 우주군의 스페이스 트랙 데이터베이스에서 공개된 정보를 하루 3차례 내려받아 운용하는 방식이다. 스페이스맵은 만리경-1호가 고도 499km~519km에서 초당 7.61km를 이동하며, 지구를 도는 주기는 94.7분으로 분석했다. 이는 하루에 지구 15바퀴를 돌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만리경-1호가 지금 같은 속도를 유지한다면, 한반도 인근 상공을 하루에 2~4번 지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만리경-1호가 군사용으로 성능이 좋지 못한 점은 북한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발사 성공을 널리 알리려는 걸까? 전문가들은 대륙간탄도탄(ICBM), 즉 핵 투발수단의 개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지적한다. 위성 발사나 대륙간탄도탄이나 관련 기술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2018년에 체결했던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폐기를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정찰위성의 목적은 핵 타격을 위한 표적을 선정하기 위해 자신이 스스로 확보한 정찰위성 영상을 바탕으로 타격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로 말미암아, ICBM 발사의 신뢰도를 높이려 한다고 진단했다.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은 “정찰위성이든 핵탄두를 심은 미사일이든 전달 시스템 관점에서 볼 때 본질적으로 동일한 기술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ICBM 프로그램이 인공위성 발사를 가장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글: 강지희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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