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운세 앱이 등장하고 있다. 운세 앱 ‘점신’은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세 정보를 제공한다. 모바일 운세 서비스 ‘포스텔러’ 역시 사주의 다양한 값들을 수치화해 자체 개발한 사주 분석 시스템 ‘FAS(Fortune Analysis System)’를 통해 정통사주와 토정비결, 타로, 별자리, 해몽 등 다양한 운세 콘텐츠를 1,500개 이상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과학자들도 이런 AI 모델을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덴마크 공대와 코펜하겐대 공동연구팀은 지금까지 살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남은 수명과 성격 등 인간의 일생을 예측할 수 있는 AI 모델 ‘라이프 투 벡(Life2vec)’을 개발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컴퓨터 과학(Nature Computational Science)’에 실린 해당 연구를 보며 AI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운명을 예견해주는지 함께 살펴보자.

연구팀은 교육과 건강, 소득, 직업 등 600만 명의 덴마크인 기록이 담긴 국가 등록부 데이터를 한데 모았다. 또 덴마크인들의 급여와 사회 복지 혜택, 직업, 병원 방문, 병원 진단 같은 세부적인 정보를 데이터로 전환해 문장으로 정리했다. “2010년 8월 A 씨는 코펜하겐의 병원에서 조산사로 일하면서 3만 덴마크 크로네를 벌었다.” 같은 문장을 타임라인처럼 만들어 디지털로 재현하는 식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기에, 연구팀은 ‘자연어 처리 모델(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을 활용해 정확도를 높였다. 여기서 NLP란 인간의 언어를 해석 및 조작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컴퓨터에 부여하는 머신러닝 기술을 말한다. NLP 알고리즘은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받아 분석하고, 최적의 결과를 찾아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유명한 대화형 AI ChatGPT도 자연어 처리 딥러닝 모델 기반으로 만들어진 챗봇이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문장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데 특화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AI는 사람의 건강과 성격을 넘어서 결혼, 연애 매칭에도 손을 뻗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20년 정부 지자체가 AI 배우자 매칭 시스템에 국비 20억 엔(한화 약 208억 원)을 투입했다. 2023년에도 일본 정부는 예산안에 ‘칠드런 퍼스트’를 전면으로 내세우며 결혼을 희망하는 남녀를 AI로 매칭하는 사업을 내세웠다. 혼인과 출산 건수가 2021년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예시로 일본 중서부 시가현에서는 AI 중매 서비스 ‘청년 만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미혼 남녀가 ‘가치관’과 ‘결혼 상대가 하지 않길 바라는 행동’ 등을 답하면 AI가 분석해 가장 어울리는 상대를 소개해주는 식이다. 사이타마현의 경우 이보다 이른 2018년부터 약 1,500만 엔을 들여 AI 중매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2019년 성혼한 38쌍 가운데 21쌍이 해당 서비스로 이어진 커플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구를 주도한 전문가들은 AI가 예측한 결과는 어디까지나 과학적 탐구나 참고용으로만 남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레만 교수팀은 “해당 AI를 진짜로 사용하게 된다면, 예측 결과가 선입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규제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라야난 박사팀도 논문에서 “AI를 개발한 목적은 정신건강 연구자 같은 전문가들이 부부 관계 등을 상담하고 판단을 내릴 때 참고할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글: 강지희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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