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섭식을 조절하는 두 가지 뉴런
‘파블로프의 개’ 실험으로 조건 반사 현상을 밝혀낸 러시아의 생리학자 이반 파블로프는 먹는 속도가 음식의 냄새, 맛과 음식을 인식한 시각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이를 밝혀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파블로프의 주장은 사실도, 거짓도 아닌 채 남아 있었다. 시간이 지나 1970~80년대에도 생리학자들은 음식의 맛이 우리가 먹는 속도를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 과정을 제어하는 부분이 뇌 깊숙이 있어 먹는 동안 뇌 활동 변화를 포착할 수 없었다.

실험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진행됐다. 음식을 위장에 직접 주입하는 방법, 자유롭게 먹도록 놔두는 방법, 빛으로 뉴런을 직접 자극하는 방법이었다. 먹이는 지방과 단백질, 설탕, 비타민, 미네랄 등이 혼합된 액체 식품을 사용했다.

공기만 먹어도 뇌는 식욕 억제한다?
연구팀은 먹이를 먹을 때 글루카곤 뉴런의 활성도도 관찰했다. 실험 결과, 글루카곤 뉴런은 쥐가 식사를 시작한 지 몇 분 안에 장의 신호를 받아 활성화됐다. 주목할 점은 장에 공기를 주입할 때도 동일하게 활성화됐다는 것이다. 즉, 글루카곤 뉴런은 체내에 음식물이 얼마나 들어왔는지를 장의 부피로 감지해 활성화된다. 우리가 흔히 느끼는 ‘포만감’의 생리학적 메커니즘이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재커리 나이트 UC 샌프란시스코 생리학과 교수는 “프로락틴 방출 호르몬 뉴런과 글루카곤 뉴런은 하나는 미각에서 들어온 신호를 인지해 먹는 속도를 늦추고, 다른 하나는 먹는 양을 이용해 식욕을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비만 치료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 박영경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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