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환미연(防患未然)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화를 당하기 전에 재앙을 먼저 막는다는 의미다. 사계절 중 겨울은 특히 이 방환미연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 겨울철은 대기가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불기에 한 번 불이 붙으면 쉽게 옮겨붙고 잘 꺼지지도 않는다. 특히 집 안에서도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추운 날씨 때문에 전열기구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전열기구는 소비전력이 대부분 높아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이어질 수 있기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화재의 원인은 전열기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PC도 이에 해당된다. PC는 평범한 가전제품과는 달리 각 부품의 성능을 극도로 끌어올린 상태에서 장시간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소비전력만 놓고 보면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거기에 오랫동안 청소하지 않은 데스크톱 PC는 내부 청소를 잘 하지 않아 먼지가 가득 끼어 지저분할 수 있다. 이런 먼지가 건조한 공기 속에서 떠다니다가 불씨가 붙으면 바로 화재로 이어지는 것이다. PC 유저들도 화재에 취약한 부품을 잘 숙지해 둔 뒤 재난을 미연에 방지하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 하여 이번 기사에서는 화재와 관련이 있는 PC 부품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전기를 직접적으로 변환시키거나 소비 전력이 높은 제품들이니 세심한 관리로 화재를 예방하자.
화재 가능성 1순위 : 파워서플라이
▲ 파워서플라이 내부의 모습
<이미지 출처 : gnd-tech.com>
파워서플라이는 PC 부품 중 화재 위험도가 가장 높은 제품이다. 가정용 220V 전력이 제일 처음 PC로 들어오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 내친김에 파워서플라이의 역할에 대해 다시 알아보자. 파워서플라이는 220V 교류 전원을 받아들여 내부에서 PC에 필요한 12V, 5V, 3.3V 등의 직류 전류로 변환해 준다. 이런 교류 전원이 직류 전원으로 변환될 때는 순간 최대 전압이 임시로 311V까지 올라갈 수 있고, 열도 많이 발생하게 된다.
▲ 최근 유통되는 파워서플라이의 각종 안전 장치 안내문구
최근 유통되는 제품이야 과전류 보호회로들이 대부분 제대로 갖춰져 있기에 화재 걱정은 딱히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과거 저가 ‘묻지마’ 파워는 보호회로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었다.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 일이 생긴다고 해 봐야 뻥 터지고 작은 불이 잠깐 생겼다가 꺼지는 정도로 끝난다. 참고로 대부분이라 쓴 것은 실제로 불이 붙은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파워서플라이는 종종 청소나 관리를 해줘야 한다. 내부 먼지가 많고 건조하면 전기적 스파크가 먼지에 불을 붙게 할 수 있어 화재가 생길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제품을 뜯어 내부를 청소해 주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제품을 뜯는 순간 무상 A/S의 기회는 날아가고 자칫 감전의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외부 공기가 유입되는 곳의 필터 위에 쌓인 먼지만이라도 세심하게 제거해 주는 것이 좋다. 케이스 하단부 장착 파워라면 높은 확률로 해당 부분에 먼지 필터가 붙어 있는데, 주기적으로 탁탁 털어주자. 이는 실내 습도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화재 가능성 2순위 : 메인보드
메인보드는 CPU, 그래픽카드, 램 등이 연결된다. 파워 서플라이에서 오는 직류 전원을 제일 많이 받는 곳이기도 하다. 주전원용 24핀 메인 전원 커넥터, 4+4핀 연결 등이 있다. 특히 4+4핀 연결을 통해 그래픽 카드를 제외하고 가장 소비전력이 높은 CPU 쪽으로 추가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그런데 4+4핀이 끝이 아니라 고가의 모듈러 파워의 경우 하이엔드 시스템을 위해 8+8핀을 지원할 정도다.
CPU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전류는 캐패시터와 각종 커넥터를 통과하게 된다. 이 과정에 발열이 상당히 일어난다. 내부가 액체로 채워진 캐패시터의 경우 오래 사용하다보면 부풀어 올라 누액이 일어날 수 있다. 이 액체가 전기가 흐르는 메인보드의 기판에 닿으면 스파크가 생기고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생긴다. 또한, 가끔 수랭 쿨러 등에서 누수가 발생하여 전기 접속부와 접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도 캐패시터와 같이 누전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가급적 내구성이 뛰어난 캐패시터를 장착한 메인보드가 화재 가능성이 낮다. 그마저도 힘들면 내부 쿨링이나 방열판을 장착하고, 먼지 청소로 관리하는 것이 좋다.
▲ 실제 메인보드 전원부에 불이 붙는 상황
<출처 : Youtube - Steve Smith 채널>
참고로 필자는 기판 손상에 의해 쇼트가 생겨 메인보드가 그을린 것을 본 적이 있다. 오래전 사무실에 있던 시스템이었는데, 사고가 난 후 분해해 보니 나사가 4개만 장착돼 있었다. 조립자가 나사를 너무 세게 조였던 것인지, 혹은 나사를 4개밖에 박지 않아 메인보드가 휘었는지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해당 사건을 목격한 이후 필자는 케이스에 메인보드를 결합할 때 볼트는 적당한 강도로 조이고(전동드릴 X), 볼트 홀에는 모두 빠짐없이 채워 넣기 시작했다. 사실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런 건 절대로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화재 가능성 3순위 : 그래픽카드
▲ 12VHPWR에 변환 커넥터를 사용할 때는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PC 부품 중 소비전력으로 1,2위 다투는 분야가 그래픽카드다. 현 게이밍 그래픽카드 중 대장인 RTX 4090의 Total Graphics Power(W)는? 450W다. 최대 기준으로는 진짜 엄청나게 먹는다. 그래픽 코어 집적도가 갈수록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만큼 발열도 신경 써야 한다. 물론 그래픽카드마다 자체 쿨링 솔루션이 있지만, 칩셋 특성상 성능을 끌어올릴 때 순간 80도 이상 올라가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그럼 쿨링팬 소음이 시끄럽다고 RPM을 낮추면? 제조사가 허용한 범위를 넘겨 오버클럭을 하면? 과열이 생길 수 있다. 보통 과열이 생기면 화재까지는 아니겠지만 셧다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안정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3팬 이상 쿨링 솔루션을 선택하거나 적절하게 RPM을 조절해야 한다. 혹은 언더볼팅을 하는 방법도 있다.
▲ 녹아버린 16핀 전원 커넥터
<이미지 출처 : dexerto.com>
그런데 진짜 불이 나는 경우도 있다. 정확히는 기본 16핀 전원 커넥터가 녹아내리는 것이다. 12VHPWR 전원 커넥터의 장착 불량으로 그런 현상이 발견됐다고 한다. 단, 개선된 12V-2x6 규격의 파워서플라이를 사용하면 그럴 일이 없다.
화재 가능성 4순위 : CPU
▲ 특히 공랭 쿨러는 청소를 잘 해줘야 한다
<출처 : Youtube - IdeaShip 채널>
CPU는 그래픽카드와 함께 PC 부품 중 소비전력이 둘째가라면 서운할 정도다. 성능을 끌어올리면 정직하게 온도가 높아진다. 단순히 온도만 놓고 보면 가장 뜨거운 부분이기도 하다. 일정 온도를 넘어서면 클럭이 강제로 낮춰지거나 셧다운이 되긴 하는데, 가끔은 그것을 넘어 소켓과 CPU가 함께 타버리기도 한다. 일명 소켓번 현상인데 최근에는 볼 일이 많지 않다.
그런 CPU는 관리만 잘 해주면 사실 크게 문제는 없다. 쿨러 설치가 너무 오래되면 써멀 구리스가 굳어 쿨링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면 써멀 구리스를 재도포해주면 된다. 오버클럭이나 CPU에 과부하가 걸리는 작업을 할 때도 온도가 급상승하는데, 그런 온도를 감당할 수 있는 쿨링 솔루션을 사용하면 크게 문제는 없다.
화재 가능성 5순위 : 케이스
▲ 건조한 계절엔 바싹 마른 저 먼지 하나하나가 불씨가 될 수 있다
<출처 : Youtube RustyDusty 채널>
케이스? 전기 직접 안 들어가는 껍데기 아닌가요? 그런데 그런 전기가 안 들어가는 케이스도 화재에 노출될 수 있다. PC 조립 시 전류가 지나는 케이블의 단선이 노출되면 금속 재질인 케이스 표면에 쇼트가 생겨 화재가 생길 수 있다. 또한, 먼지가 가장 많이 유입되는 곳의 필터가 막히면 쿨링 전체 성능이 떨어지게 되므로 시스템 내부 온도가 상승한다.
더 있다. 메인보드 뒷면 납땜부와 케이스 금속 표면이 쇼트가 생기면 화재가 생길 수 있다. 예방법? 부지런하면 된다. 조립 시 세심하게 하는 건 당연하고, 이후 자주 청소를 해 줘야 한다. 특히 먼지 필터. 자주 털어 주자. 실내 습도도 철저하게 관리해 주면 좋다.
화재 가능성 6순위 : 멀티탭
PC가 아닌데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있다. 멀티탭. 사실 가장 신경을 안 쓰는 부분이긴 하다. 애초에 수비 범위를 벗어났다. 그런데 알고 보면 오히려 파워서플라이보다 더 위험하다. 멀티탭은 정격 용량(멀티탭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최대 전력)이 있다. 그럼 정격 용량을 초과해 사용하면? 멀티탭이 과열돼 내부 기판을 태우거나 피복이 녹을 수도 있다. 그러면 불꽃이 발생해 화재가 생길 수도 있다.
▲ 멀티탭 구매 시 허용전력을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과부하차단 등의 기능이 있으면 더 좋다
예방법은 간단하다. 적정 용량을 초과해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또한, 플러그 접속부에 이물질을 항시 제거하면 좋다. 케이블에도 피복이 벗겨진 곳은 없는지 확인하면 좋다.
겨울철에는 항상 주의! 또 주의! 계속 주의!
▲ AI가 표현한 PC 화재. 심각성을 깨닫고 있는듯 하다
전기를 사용하는 가전제품은 화재 발생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 하물며 소비전력이 높은 PC라면 늘 1%의 화재 가능성이라도 있다고 봐야 한다. PC는 다양한 부품이 결합돼 고성능을 이끌어내기에 더 세심하게 체크해 봐야 한다. 가장 좋은 건 청소 및 점검이다. 특히 건조한 겨울철에 하면 더 좋다. 새해를 맞아 PC를 깨끗하게 청소해 주면 성능 저하도 방지하고 화재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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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곽달호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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