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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향기(다나와)

    사람 세포로 만든 생체로봇 등장, 난치병 치료 새 길 열까

    2024.01.30. 15:11:12
    읽음1,685 댓글3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제작한 거대 청동 인간 ‘탈로스’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들로부터 탈로스를 선물 받은 미노스 왕은 이 청동 거인을 크레타섬을 지키는 방어 병기로 사용했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단단한 합금으로 된 팔과 다리를 가진 탈로스는 적군의 선박에 바위를 집어 던지거나 뜨겁게 달궈진 몸으로 침입자를 끌어안아 불태워 죽였다고 한다.
    흡사 터미네이터를 떠올리게 하는 탈로스 이야기는 인간과 로봇의 결합에 관한 상상이 아주 오래되었음을 보여준다. 고대인의 상상력을 물려받고 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이룬 현대 인류는 사이보그, 트랜스 휴먼, 안드로이드 등과 같이 더 정교한 욕망을 품게 됐다. 특히 20세기 후반에는 과학사학자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문’으로 상징되듯, SF 분야를 중심으로 기존의 구분 짓기를 뛰어넘어 인간과 로봇의 경계 자체가 전폭적으로 허물어지고, 모호한 존재들의 범주가 한층 더 넓어지는 사상적 변화를 겪기도 했다.
    그림 1. 인간은 오랫동안 인간을 닮은 로봇을 꿈꿔왔으며, 최근에는 그 경계 또한 허물어지고 있다. ⓒshutterstock

    생명공학이 꾸는 꿈, 오가노이드 기술로 현실화
    경계를 넘나드는 인류의 욕망이 날이 갈수록 풍성해지고 있다는 것은 SF뿐 아니라 생물학 분야에서도 잘 나타난다.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을 예로 들어보자. 1910년에 처음 사용된 합성생물학이라는 용어에는 말 그대로 생물 구성요소를 자연적인 방법이 아닌, 공학적으로 재설계한다는 의미이자 포부가 담겨있다. 실질적인 측면에서 다소 모호했던 첫 등장과는 달리 이제 이 말뜻은 무엇보다 구체적이고 촉망받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미생물을 이용해 플라스틱 폐기물을 디젤 연료나 수소 가스와 같이 바이오 에너지로 재생산하는 기술, 가축을 사육하지 않고 고기를 얻는 배양육 기술, DNA를 이용한 데이터 보관 기술이 모두 넓은 범주에서 합성생물학에 해당하는 기술이며, 이 기술들은 이미 현실화되었거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그림 2.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합성생물학’을 통해 생명체를 공학적인 방법으로 설계 및 제작, 합성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shutterstock

    또 다른 예로 ‘오가노이드(organoid)’라는 개념을 들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줄기세포를 배양해 분리한 세포를 응집하고 재조합해 특이적인 세포 집합체를 만드는 기술이다. 오가노이드는 실험실에서 인공 장기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이 분야 역시 초창기에는 세포들을 응집시키거나 배양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나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 등의 발전에 힘입어 여러 장기유사체를 구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아직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오늘날에는 오가노이드 기술로 만든 뇌, 장, 간, 폐, 신장 등의 장기유사체를 통해 다양한 신약 개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의 세포로 만든 생체 로봇, 앤스로봇 개발
    최근 생물학계에서는 또 다른 신조어가 나타났다. 인류(anthropo)와 로봇을 합한 ‘앤스로봇(Anthrobot)’이다. 미국 터프츠대와 하버드대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앤스로봇은 인간의 세포를 이용해 만든 생체 로봇이다. 화학적 재료나 다른 생물의 세포가 아닌 인간 세포로 구성됐다는 것은, 추후 인체 내에서 생체 로봇을 사용할 때 면역반응을 회피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림 3. 연구진이 앤스로봇을 제작한 과정. 인간의 기관지에 있는 상피세포를 2주간 배양해 수백 개의 세포가 합쳐진 구체로 성장시켰으며(A, B, C), 특수용액에서 1주간 더 배양하면서 안쪽에 있던 섬모를 바깥쪽으로 이동시켰다(D). E는 완성된 앤스로봇의 모습이다. ⓒGizem Gumuskaya et al., 2023 Advanced Science
    앤스로봇이 가진 로봇으로서의 잠재성은 현미경을 통해 관찰한 모습으로 짐작할 수 있다. 대물렌즈 아래에서 30~500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미터) 크기의 앤스로봇들은 계속해서 바삐 돌아다닌다. 이들이 이처럼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세포 표면에 ‘섬모’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는 특히 기관지 쪽에 섬모가 많은데, 이 무수히 많은 짧은 털이 물결치듯 움직이며 이물질을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기관지 상피세포를 배양해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방식으로 개발된 앤스로봇은 섬모를 이용해 초속 5~50마이크로미터로 움직인다.
    그림 4. 모양과 섬모 분포가 다른 앤스로봇들이 다양한 패턴으로 움직이는 모습. ⓒGizem Gumuskaya et al., 2023 Advanced Science

    지난 12월, 연구진은 앤스로봇이 단순히 ‘움직이는 인체 유래 세포’가 아닌, 매우 특별한 잠재성을 지닌 생체 로봇임을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에 의하면 앤스로봇은 모양이나 섬모로 뒤덮인 정도, 배치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여러 가지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더하여 연구진은 세포들 간의 상호작용을 프로그래밍한다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세포들이 다세포 개체처럼 특정한 목적을 수행하는 로봇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가장 주목한 부분은 앤스로봇이 손상된 신경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실험 결과였다. 연구진은 뉴런을 배양한 접시에 인위적으로 상처를 낸 다음, 앤스로봇을 넣었다. 앤스로봇은 뉴런의 손상된 틈을 가로질러 움직이면서 뉴런이 재생되도록 만들었다.
    그림 5. 신경 조직(빨간색)을 가로질러 이동하고 있는 앤스로봇(초록색). ⓒGizem Gumuskaya et al., 2023 Advanced Science

    연구진은 비록 뉴런의 재생을 촉진한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아직 알아내지 못했지만, 앤스로봇이 뉴런에 일종의 생화학적 신호를 보내 성장을 유도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게다가 앤스로봇은 실험상 45~60일 생존했다가 몸속에서 분해되며,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만일 연구진의 추측이 옳다면, 앤스로봇은 손상된 망막이나 척수 등 치료하는 데 폭넓게 사용될 수 있다.
    앤스로봇에 대한 기대와 과제
    물론 세포들이 이리저리 헤엄치며 덩어리를 형성한다고 해서 이를 ‘로봇’이라고 부르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평가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섬모의 움직임은 단순히 뉴턴 역학에 따른 우연한 현상일 뿐 이를 일제히 통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연구를 이끈 마이클 레빈 박사는 섬모의 구조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앤스로봇을 엔지니어링 할 수 있기 때문에 앤스로봇이 주변 세포에 특정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앤스로봇의 성공 여부와 별개로 과학자들은 전부터 앤스로봇과 같은 존재를 꿈꿔왔다.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어떤 물질이 인체의 손상 부위를 스스로 치료하는 것 말이다. 이번 연구의 잠재성을 제대로 따져보기 위해서는 인체 기관 가운데 기관지 상피세포가 연구진의 첫 실험 대상이었다는 것, 그리고 현재 수준에서는 섬모의 모양과 위치를 고려해 여러 세포의 움직임을 아직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결국 ‘앤스로봇’이라는 이름을 가진 과학자들의 꿈은 여전히 변화무쌍하게 바뀔 수 있다. 과연 엔스로봇의 꿈이 이루어질지, 만약 이루어진다면 마침내 언젠가 자리 잡게 된 앤스로봇의 모습이 어떨지 기대된다.


    글: 정유희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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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세포 생체로봇 앤스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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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헤럴드 26.09.15.
      읽음 230 공감 1
    • 제네시스 플래그십 오픈탑 진짜 나오나… 기술적 난제 푼 ‘차체 격벽’ 완성

      오토헤럴드 26.09.15.
      읽음 251 공감 3 댓글 1
    • '버튼 시동 키' 누가 만들었나 봤더니... 114년 GM이 쓴 자동차 안전의 역사

      오토헤럴드 26.09.15.
      읽음 286 공감 2
    • [모빌리티 인사이트] 렉서스의 승부수... 신형 ES 전기차, 하이브리드보다 싸게

      오토헤럴드 26.09.15.
      읽음 301 공감 4
    • "노을 찍어 줘, 달리는 차가 찰칵" 토요타, '메타 스마트 글라스' 쏙 닮은 특허

      오토헤럴드 26.09.15.
      읽음 252 공감 4
    • 하이엔드 그래픽카드에 체험 이벤트까지…경희대 사로잡은 컬러풀

      미디어픽 26.09.11.
      읽음 293 공감 2
    • 다양한 모바일 충전 솔루션 한자리에…AUKEY, 경희대 아카데미 참가

      미디어픽 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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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성능 SSD부터 체험 이벤트까지…도우정보, 키오시아와 함께 대학생 만났다

      미디어픽 26.09.11.
      읽음 284 공감 3
    • [EV 트렌드] 샤오펑, 로봇도 속도전... "자동차 생산라인에 걸어서 등장"

      오토헤럴드 26.09.09.
      읽음 289 공감 2
    • 당신은 레몬과 라임을 구분하지 못한다

      마시즘 26.09.09.
      읽음 230 공감 2 댓글 1
    • [르포] "엠블럼 하나까지 로봇이 착착" 기아 PBV 승부처 '화성 EVO 플랜트'

      오토헤럴드 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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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큐, 스크린바 ‘다음 10년’ 불 밝혔다…첫 승부수는 듀얼 모니터·아이맥

      뉴스탭 26.09.09.
      읽음 290 공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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