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성생물학은 기존의 생물학에 표준화․부품화․모듈화 등 공학적 개념을 결합한 학문이다. 유전체 수준에서부터 특정 기능을 디자인․설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DNA, 인공세포(생명), 단백질 등을 제작·테스트하여 원하는 기능을 구현한다. 이런 식으로 특정 기능을 강화한 세균은 향후 질병 치료 및 헬스케어 연구에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스페인 폼페우 파브라 대학교의 마크 귀엘 박사팀은 여드름 제거에 효과적인 분자를 생산하는 세균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발표했다. 여드름은 모낭의 막힘이나 염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흔한 피부 질환이다. 주로 예민한 청소년 시기에 발생해 큰 스트레스를 안겨주곤 한다.

여드름이 생기는 과정은 이렇다. 원래 피지는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사춘기 호르몬 변화, 유전적 요인, 스트레스, 식이 등의 이유로 피지 분비량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문제가 된다. 과도한 피지가 모공을 막아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이곳에 여드름균이 증식한다.

심한 여드름의 경우 약물로 치료하는데, 주로 항생제와 ‘이소트레티노인’이라는 피지 제거 성분이 사용된다. 항생제는 여드름균을 죽이는 목적으로, 이소트레티노인은 피부조직의 안과 밖에서 피지를 분비하는 피지 세포를 없애기 위해 사용한다. 그런데 문제는 두 약물 모두 원하는 세균과 세포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피부에 존재하는 유익한 세균과 일반 세포들에도 영향을 미쳐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mRNA 백신 역시 합성생물학이 활약하는 분야다. mRNA는 단백질 생산에 있어 설계도와 같은 역할을 한다. 특정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담은 mRNA를 체내에 집어넣으면, 면역계가 그에 대응하는 항원을 만들도록 유도할 수 있다. mRNA 백신의 경우, 유전정보만 확보하면 분리·정제 등 복잡한 과정을 제치고 백신을 개발할 수 있어 코로나19를 신속하게 대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모더나, 화이자 등이 인공 합성 mRNA을 기반으로 백신을 개발했다.

이렇게 합성생물학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관련 시장 역시 급성장하고 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에 따르면 오는 2026년 해당 분야 시장 규모는 288억 달러(약 38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리서치 컴퍼니는 2030년 합성생물학 시장 규모에 대해 약 615.9억 달러(약 82조원)라는 전망을 내놨다.
국내에서도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시작
국내에서도 이를 추격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 중이다. 지난 1월 16일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 및 활용기반 구축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한국 정부는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총 1,263억 원을 투입해 바이오파운드리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바이오파운드리는 설계에서부터 제작, 테스트까지 바이오테크 전 단계를 자동화한 초고속 시스템·인프라를 뜻한다. AI와 로봇을 적극 활용해 DNA 합성․조립, 대규모 테스트 등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바이오 연구, 특히 합성생물학 연구는 수많은 반복 실험과 데이터 처리가 중요한데, 이를 지원함으로써 연구의 효율성을 크게 높이는 것이다.
글: 김청한 과학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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