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시는 왠지 여행과 좀 거리가 먼 지역이다. 내세울 만한 여행지가 보이지 않고, 베드타운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웬걸. 금정과 산본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을 뿐. 지역 사람들이 즐기는 곳은 의외로 흥미롭게 다가왔다. 게다가 최근에는 글로벌 브랜드 호텔도 문을 열었다. 군포에서 1박2일을 보내며 찾아간 공간들을 모았다.
군포를 다시 오게 하는 맛
빙화만두집 & 산본 로데오거리
산본역 3번 출구로 나오면 로데오거리가 펼쳐진다. 조금은 과거의 향수가 느껴지는 요란한 간판들이 상가를 채우고 있다. 프랜차이즈 식당과 카페가 여럿 보이고, 대형 마트, 편의점, 노래방, 주점 등 다양한 성격의 공간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꽤 붐비는 것 같다.
로데오거리 인근에서 가장 눈길이 간 곳은 만두집이다. 중국식 만두를 선보이는 빙화만두집이다. 김이 샐 수도 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군포, 아니 산본을 다시 온다면 이 만두를 먹기 위함이다. 그 정도로 매력적이다. 비비고에 익숙한 우리 입맛에 타협하지 않고 중국의 향이 응축된 만두다.
메뉴판부터 믿음이 간다. 메뉴 수에 연연하지 않고 만두 3가지, 면 요리 1가지에 집중하고 있다. 꽉 찬 만두소와 전분물로 만든 바삭바삭한 날개를 특징으로 한 빙화만두, 중국 특유의 풍미가 담긴 샤오롱바오(육즙만두), 부드러운 만두피와 깔끔한 육수로 한 끼 식사로 적합한 훈툰탕(만두탕), 옥수수면의 쫄깃한 식감과 매콤한 양념이 조화를 이룬 옥수수비빔면이 준비돼 있다. 만두를 베어 물면 맛있는 육즙이 콱 쏟아진다. 꽤 뜨겁긴 때문에 한 김 식혀 먹어야 하고, 샤오롱바오에는 생강과 초간장을 곁들이면 맛과 향이 더 풍성해진다. 씹는 맛이 좋은 만두피와 고소한 만두소, 육즙이 어우러진 훌륭한 만두다. 산본 주민의 추천으로 방문해 기대가 컸음에도 100% 이상의 만족감을 느꼈다.
지역 최초의 글로벌 브랜드 호텔
AC 호텔 바이 메리어트 서울 금정
국내 두 번째 AC 호텔이자 군포 지역 최초의 글로벌 브랜드 호텔이다. 지역민들에게는 모임과 호캉스의 공간으로, 안양 IT 밸리, 군포 첨단산업단지, 평촌 스마트스퀘어 단지 등 관계자들에게는 비즈니스 미팅과 행사의 장이 되는 곳이다. 호텔은 23층 규모로 191개의 객실(스위트룸 19개), 루프톱 수영장,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AC 키친, 최대 100명 규모의 행사가 가능한 홀 등을 갖췄다.
호텔의 첫인상은 깔끔함이다. 금정역 일대에서 가장 말끔한 인테리어를 자랑하고, 공간의 규모가 작은 대신 가구와 소품 등에 힘을 썼다. 로비 겸 투숙객의 휴식처인 AC 라운지는 상아색의 부드러움과 편안함을 담았다. 객실은 약 26제곱미터(프리미엄룸 기준)로 2명이 투숙하기에 부족함이 없고, 침구가 특히 아늑하다. 호텔의 시그니처 서비스인 라벤더 향 포푸리(말린 꽃 방향제)까지 곁에 두면 숙면이 보장된다. 벽면이 전명창이라 개방감이 좋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큰 원형 테이블도 있다.
식사는 AC 키친(평일 저녁 단품, 주말 뷔페 운영)에서 해결하면 되는데, 일반 식당 기준으로 봐도 꽤 합리적인 가격이다. 애주가에게 희소식이 있다면 화요25의 가격이 서울 이자카야보다 저렴하고, 맥주도 무제한 프로모션이 진행 중이라는 것. 메뉴는 모둠 그릴 바비큐 플래터, 스테이크(소 안심·양갈비 등), 스페인식 해산물 부야베스, 타코 플레터, 수제 햄버거, 파스타(해산물 토마토 파스타·해산물 오일·버섯 크림) 등 양식 위주인데, 키즈 돈가스, 키즈 소고기 볶음밥도 있어 아이와 함께 갈 만하다.
또 투숙객들의 반응을 보면 루프톱 수영장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군포 지역, 아니 수원까지 넓혀도 이곳 루프톱 수영장과 견줄 호텔이 거의 없다. 운영 시즌은 한정돼 있고, 관련 패키지 또는 추가 비용을 내야 하지만 금정 호텔의 시그니처와도 같으니 이용할 만하다.
군포의 부엌
산본전통시장
1985년에 상설시장으로 개설돼 벌써 4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킨 시장이다. 군포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으로 여전히 군포의 부엌을 자처하고 있다. 200여 개의 점포가 있는데, 꽤 알차게 채워져 있고, 환경도 쾌적한 편이다. 정육점과 수산물, 청과 등에서는 전국에서 올라온 갖가지 식재료를 판매하고,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도 군데군데 있다. 또 잡화, 의류, 한약재 상점, 아시아 마트, 다이소까지 이곳에서 구할 수 없는 건 없어 보인다.
게다가 지붕이 설치돼 있어 비 오는 날에도 수월하게 장을 볼 수 있다. 특히, 산본전통시장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건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도 정돈된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또 설명하긴 어렵지만 묘하게 구경하게 하는 힘이 있다. 단순히 보기만 해도 재밌다. 어슬렁어슬렁 다니면서 꽈배기 하나, 닭강정 등으로 심심한 입도 달래고, 지역민들의 일상도 엿봤다. 금정역에서 가까우니 군포에 왔다면 시간을 내서 둘러봐도 괜찮겠다.
아침을 깨우는 향
우브 베이커리
산본전통시장 근처에 있는 요즘 감성의 빵집 겸 카페다. 그런데 빵에 정성을 쏟는 베이커리 느낌이 확 든다. 영업을 시작하는 오전 9시30분 구움과자(휘낭시에·마들렌·까눌레), 에그퀸아망, 포카치아, 치아바타 등으로 시작해 천연발효 제품(바게트·깜빠뉴·통밀베이글 등)과 소금빵, 퀸아망 등 다양한 빵을 모두 직접 만든다. 특히, 에쉬레 버터를 사용해 풍미가 깊다.
tvN <놀라운 토요일>에서 단짠 콘치즈 퀸아망으로 얼굴을 비춘 이력도 있다. 우브의 시그니처는 통밀 무화과 깜빠뉴, 인기 메뉴로는 커스터드 퐁듀 퀸아망을 꼽을 수 있다. 이 밖에도 무화과 크림치즈 휘낭시에, 토마토 바질 포카치아, 명란소금빵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참, 이곳에서 알려주기를 우브의 휘낭시에는 하루 숙성 후 먹으면 버터의 맛이 더 깊어진다고 한다. 몇 개는 사자마자 먹고, 나머지는 숙성해서 먹어 비교하는 즐거움도 놓치지 말자.
글·사진 이성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