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야마현은 남북으로 뻗어 있는 일본열도의 중심, 혼슈(本州, 일본에서 가장 큰 섬)의 중앙 북부에 위치한다. 3면이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험준한 고산이 너른 평야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듯한 형상이다. 도야마를 직역하면 ‘높은 산’을 뜻한다. 그도 그럴 것이 도야마현을 찾은 여행자라면 해발 3,000m에 달하는 다테야마 연봉의 웅장한 자태에 눈길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다테야마는 후지산, 하쿠산과 함께 일본의 3대 영산 중 하나로 예부터 숭배의 대상으로 여겨 온 명산 중 명산이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는 3,000m급의 산들을 케이블카, 로프웨이, 버스 등 다양한 이동수단으로 횡단하는, 국제적인 산악 관광 루트다. 봄이면 높이 20m에 달하는 ‘눈의 대계곡’을 탐험할 수 있고 여름에는 신비로운 고산식물과 청량한 풍경, 가을에는 눈 두는 모든 곳이 형형색색으로 물든 천혜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일본 제일의 V자 협곡, ‘구로베 협곡’과 그 협곡 위를 달리는 ‘도롯코 열차’도 있다. 이 모든 도야마의 아름다움은 결국 ‘웅장함’으로 요약된다. 일본에서 가장 깊고 진한, 그리고 높디높은 자연을 품은 현이기 때문이다.
도야마는 도쿄, 오사카, 나고야 일본 3대 도시권에서 거의 같은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일본에서 가장 웅장한 자연을 탐험하고 싶다면, 도야마가 정답이다.
신이 만든 촌락
아이노쿠라 갓쇼즈쿠리
도시는 사람이 만들고 촌락은 신이 만든다. 도야마현 서부 난토시의 고카야마 깊은 산기슭에 자리한 작은 마을, ‘아이노쿠라 갓쇼즈쿠리(Ainokura Gassho-Zukuri Village)’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갓쇼즈쿠리(合掌造)’는 ‘합장가옥’을 뜻하고 ‘아이노쿠라(相倉)’는 20여 채의 합장가옥을 품은 마을의 이름이다. 합장가옥은 뾰족한 지붕 모양이 마치 합장한 손을 닮았다고 하여 붙은 이름인데, 주로 일본의 대설지역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인 가옥구조다. 지붕은 금속과 못을 사용하지 않고 억새와 주변에서 나는 나무를 단단히 엮어 만든다. 정삼각형에 가까운 가파른 지붕의 경사도가 특별하다. 눈이 많이 내렸을 때 눈의 하중 때문에 지붕이 무너지는 것을 막고 억새로 된 지붕에 물이 스며 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혹독한 자연환경을 인간의 지혜로 유연히 대처한 것이다.
두께가 70cm에 달하는 억새 지붕은 대략 2~30년마다 한 번씩 교체한다. 집을 짓고 지붕을 이는 모든 과정에는 마을 사람들이 품앗이로 동참한다고 한다. 재밌는 점은 각각 가옥마다 ‘유스케, 소시치, 산고로’처럼 사람의 이름을 붙여 부른다는 점이다. 깊은 산기슭, 매해 혹독한 겨울을 나는 외딴 마을에서는 자연도, 사람도, 집도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삶을 영위하는 친구인 셈이다.
자연과 동화되어 환상적인 풍경을 이룬 합장마을은 그 역사성과 특수성을 인정받아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현재 이 마을은 50명 남짓한 주민들이 200년 전부터 100년 전 사이 지어진 갓쇼즈쿠리 가옥을 관리하고 있다. 실제로 주민들이 사는 가옥도 있고, 자료관 혹은 체험관 등으로 활용되고 있는 가옥도 있다.
마을 곳곳에는 ‘아이노쿠라지누시 신사(Ainokurajinushi Shrine)’, 사찰인 소넨지(Sonenji) 등 종교시설도 자리한다. 마을 주차장 뒤편으로 오르면 하이킹 코스가 마련되어 있다. 15분 정도 천천히 코스를 거닐다 보면 마을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포인트를 만나 볼 수 있다. 산을 너무 깊이 들어가면 곰을 만날 수도 있다. 높은 산과 산을 닮은 가옥. 그 가옥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사람이 돌보는 가옥과 산. 순수한 관계가 만든 일본의 어느 동화 같은 마을이다.
물과 함께하는 생활
후간운가칸스이 공원
도야마에서 가장 로맨틱한 공원. 도야마 후간운가칸스이 공원(Fugan Unga Kansui Park)은 과거 홍수 방지, 산업용으로 만든 인공 운하를 공원으로 조성한 곳이다. ‘물과 함께하는 생활’이라는 뜻의 ‘칸스이’라는 이름처럼 도야마 시민과 여행자들의 쉼터가 되어 주고 있다.
공원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2개의 전망대와 그 사이를 잇는 빨간색의 천문교가 보인다. 이는 어렸을 적 종이컵과 실로 만들던 간이 전화기의 모습을 상징화한 것이라고 한다. 벽돌 전망대에 올라 공원을 바라보면 너른 운하의 풍경 뒤로 다테야마 연봉의 위용을 체감할 수 있다. 봄에는 이 주변으로 벚꽃이 만개해 도야마에서 꽃놀이 명소로 손꼽히기도 한다. JR도야마역 북쪽 출구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후간운가칸스이 공원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다. 2008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로 선정된 ‘스타벅스 칸스이 공원점’이다. 매장 전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공원 일대의 아름다운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매일 저녁이면 천문교, 분수 등에 배치된 조명이 일제히 공원을 밝힌다. 불꽃놀이나 일루미네이션 장식 등 이벤트가 열리는 밤에는, 그야말로 황홀한 도야마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도야마의 중심
도야마성 & 사토 기념 미술관
도야마성(Toyama Castle)은 1543년, 호족 ‘미즈코시 가쓰시게(水越勝重)’가 축성했다고 전해져 왔다. 하지만 최근 발굴조사에서 무로마치 시대 전기의 유구가 발견되며 실제로는 더 이전에 축성됐을 것으로 예측한다. 이토록 유서 깊은 역사를 지닌 성이지만 외관은 비교적 새것처럼 느껴진다. 현재 있는 천수각은 1954년 재건된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던 천수각은 화재로 소실됐고, 현재 재건한 천수각은 도야마 산업박람회를 기념해 만들어진 건물이다. 건물 내부는 향토 역사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주로 사무라이에 관련된 내용을 전시 중이다. 주변 성 터는 공원으로 재탄생했고, 현재 돌담과 해자의 일부분이 남아 있다.
성지(城址)공원 내에는 도야마성의 망루를 본 따 만든 ‘사토 기념미술관(Sato Memorial Museum of Art)’이 자리한다. 중국, 일본, 페르시아 등 고대 도자기, 일본 근세 회화 등 동양 고미술을 중심으로 전시하고 있다. 도야마성 주변으로는 왜가리가 상당히 많다. 늦은 저녁 방문하면 나무 위 빼곡히 자리 잡은 왜가리 군락을 종종 만나 볼 수 있다.
일본의 북알프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일본에는 ‘알프스’라고 불리는 3개의 산맥이 있다. 히다산맥(飛山脈)과 기소산맥(木山脈) 그리고 아카이시산맥(赤石山脈). 19세기에 이곳을 조사하던 영국의 광산기사, ‘윌리엄 가울런드’가 험준한 산맥과 경치가 마치 유럽의 알프스를 닮았다 하여 붙인 별명이다. 사실 그가 처음 명명한 일본의 알프스는 오직 ‘히다산맥’뿐이었다고 한다.
히다산맥은 ‘북알프스’라고 불리는데 3,000m 고봉이 20여 개가 분포되어 있고, 다채로운 트레킹 루트가 있어 전 세계 산악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지역이다. 그중 단 한 곳의 산악 관광 코스를 꼽아야 한다면 역시 다테야마를 지나는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Tateyama Kurobe Alpine Route)’ 산악 관광 코스가 대표적이다. 총 길이가 무려 37.2km에 달한다. 워낙 고산지역이라 늦은 봄까지 새하얀 설원에서 트레킹을 경험할 수 있다.
험준한 산길이긴 한데, 사실 여행자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케이블카, 로프웨이, 트롤리버스, 고원버스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활용해 도야마현의 다테야마역에서 나가노현의 오기자와역 사이를 오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도야마는 일본의 북알프스, 알펜루트를 즐기고자 하는 여행자들의 베이스캠프다.
▷Alpine Route Course
나가노현 오기자와역 → 트롤리버스 → 구로베댐 → 케이블카 및 로프웨이 → 다이칸보 → 무로도 → 고원버스 → 비죠다이라 → 도야마현 다테야마역
일본 제일의 댐
구로베댐
구로베댐(Kurobe Dam)은 일본에서 가장 크고 높은 댐이다. 간사이 전력이 구로베강 상류에 댐을 건설하며 자재 운반용 터널과 기반 시설을 이곳에 만들었는데, 그것이 오늘날 알펜루트의 일부가 된 셈이다. 나가노현 오기자와역에서 구로베댐까지 운행하는 트롤리버스가 과거 자재 운반용 터널을 오고 가며 여행자를 실어 나른다.
구로베댐의 남쪽으로는 한없이 잔잔한 호수가, 북쪽으로는 깊은 협곡 사이로 거칠게 물이 방류된다. 해가 좋은 날에는 협곡 가득 무지개가 가득 핀다. 해발 1,479m에 위치한 구로베댐의 높이는 무려 186m, 저수량은 대략 2억톤에 달한다. 댐 전망대에 올라서면 웅장하고 폭발적인 방수 모습과 댐 준공으로 만들어진 구로베 호수의 잔잔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구로베 호수에서는 유람선을 타고 다테야마와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댐의 상부는 폭이 8.1m로 상당히 넓고, 492m를 걸어 이동할 수 있다.
알펜루트 최고의 전망대
다이칸보
다이칸보(Daikanbo)는 해발 2,316m에 자리한 전망대다. 옥상 전망대, 테라스 전망대에서 구로베 호수와 알펜루트의 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구로베댐에서 다이칸보까지는 약 1.7km의 로프웨이(공중 트램)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로프웨이가 운행되는 동안 중간에 어떠한 기둥도 없어서 이동 내내 파노라마로 전경을 구경할 수 있다. 대략 7분 정도 소요되고, 고도는 500m 정도를 오른다.
하늘 위 천국
무로도
무로도(Murodo)는 다테야마의 정상 중 하나인 ‘오야마’를 비롯해 여러 산봉우리가 분지 형태로 둘러싸고 있는 고원이다. 구로베에서 다테야마에 이르는 알펜루트 전 구간 중 가장 높은 2,500m 지점. 무로도는 길이 워낙 잘 조성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짧은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무로도에 도착해 10분 정도 걸으면 화구호인 ‘미쿠리가이케’에 도착할 수 있다. 둘레 약 630m, 수심 약 15m의 거대한 화구호 ‘미쿠리가이케’는 영롱한 푸른색을 띠고 있다. 보통 7월부터 10월 사이에는 눈과 얼음이 없어, 거울처럼 선명한 반영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 그 옆 언덕 너머에 있는 온천지대에서는 이따금 유황 냄새가 밀려온다. 어느 곳에서는 연기가 펄펄 뿜어져 나오기도 하고, 어떤 곳은 산화철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붉은색을 띤다. 무로도의 겨울은 엄청난 적설량을 자랑한다. 그래서 겨울에는 입산이 통제되고, 눈이 슬슬 녹기 시작하는 봄부터 입산을 허용한다. 길목 옆으로 엄청난 눈이 쌓여 마치 눈으로 만든 거대 벽을 지나가는 듯한 풍경, 다테야마의 ‘눈의 대계곡’은 봄의 무로도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설벽의 높이가 무려 18m에 달하는데, 이토록 높은 설벽은 전 세계에서 오직 무로도에서만 만나 볼 수 있다.
무로도에서 해발 977m에 자리한 비죠다이라까지는 고원버스로 이동할 수 있다. 약 1,500m의 표고차를 구불구불 내려간다. 비죠다이라에는 커다한 삼나무 2그루가 나란히 자리한다. 이곳에서 표지판에 적혀 있는 노래를 3번 읊으며 빌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협곡을 가르는 열차
구로베 협곡 도롯코 열차
구로베 협곡은 일본에서 가장 크고 깊은 V자 대협곡이다. 북알프스에서 발원하여 길이 86km, 해발 3,000m를 흐르는 구로베강의 상류 유역이기도 한데, 풍경이 워낙 아름다워서 일본 3대 계곡, 일본의 비경 100선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곳은 강우량이 많고 협곡이 워낙 험준해서 연중 하천에 물살이 거칠게 흐르는 지형이다. 그래서 수력발전을 통한 전력원 개발에 적합한 곳으로 꼽혀 1923년부터 발전소가 이곳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때 건설 자재 운반용 철도로서 ‘도롯코 열차’가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이후 산업이 점점 쇠퇴하던 1953년, 도롯코 열차는 여객 운송용으로 이행되었고 현재는 구로베 협곡을 찾는 여행자들을 실어 나르는 최고의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겨울철에는 눈이 워낙 많이 내려 운행하지 않고 보통 4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우나즈키역에서 게야키다이라까지 약 20.1km 구간을 달린다. 현재는 구간이 부분 부분이 공사 중이라 일부 구간만 왕복한다.
열차 객실 타입은 2가지인데, 창문이 아예 없는 오픈형 열차와 창문이 달린 릴렉스 열차가 있다. 크고 작은 계곡이 이룬 시원한 절경이 눈앞을 스친다. 옥빛의 우나즈키 호수와 붉은 아치형의 신야마비코 다리, 야생 원숭이를 위한 다리 등 볼거리가 가득한 여정이다.
산을 품은 바다
도야마항 전망대 & 이와세하마 해변
이와세하마 해변(Iwasehama Beach)은 도야마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이다. 도야마역 북쪽 출구에서 트램(포틀램)을 타고 30분 정도면 이와세하마 해변에 도착할 수 있다. 파도치는 바다 너머로 다테야마 산맥의 장엄한 위용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높은 산과 넓은 바다, 장관이다. 이와세하마 해변 주변으로는 도야마시의 해상 관문 역할을 했던 ‘도야마항’과 해상무역으로 번창했던 역사 거리, ‘히가시이와세마치’가 자리한다.
도야마항을 한눈에 내려다보려면 20m 정도 높이의 도야마항 전망대가 제격이다. 신사에 있는 탑을 모티브로 디자인되었으며 360도로 뚫려 있어 이와세하마 해변을 파노라마로 바라볼 수 있다. 전망대 안쪽에는 어업에 사용되는 그물과 부표 등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중앙에 자리한다.
에도시대의 분위기
히가시이와세마치
히가시이와세마치(東岩町)는 에도시대 초기 홋카이도와 일본 남부 사이를 이어주던 항구로 번영했던 주거지역이다. 길 양옆으로 에도시대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저택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마치 과거로 회귀한 듯한 분위기에 오묘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최근 이 지역은 미식 혹은 주조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여행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전통 거리 곳곳 뛰어난 식재료와 장인들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사케 양조장, 음식점, 기념품숍이 속속히 들어섰기 때문이다. ‘모리가문 저택’을 기점으로 다양한 사케와 와인을 취급하는 타지리 혼톤 리큐어 숍(Tajiri Honten Liquor Shop), 네모난 모양의 도라야끼를 판매하는 제과점인 오츠카야(Otsukaya) 등 둘러볼 곳이 다양하다.
●Local Taste
도야마의 물이 만든 명물
마스노스시
도야마를 대표하는 생선을 꼽으면 방어, 호타루이카, 시로에비 그리고 송어가 대표적이다. 그중 송어로 만드는 마스노스시(ますのすし, 송어초밥)는 도야마를 대표하는 에키벤(역에서 파는 도시락) 메뉴다.
초로 간을 한 밥에 송어를 얇게 펴서 올린 뒤 대나무 잎으로 감싼다. 송어와 밥, 그야말로 정직한 맛이라 그 어떤 것보다 재료가 중요한 음식이다. 다테아마 연봉에서 흘러 내려오는 맑은 물은 벼 재배와 송어 양식에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마스노스시는 그야말로 도야마의 물이 만든 명물인 셈이다. 송어는 비린 맛 없이 고소한 풍미와 씹을수록 퍼지는 특유의 감칠맛이 매력적이다.
새까만 국물
블랙라멘
도야마의 명물, 블랙라멘은 이름값을 한다. 국물이 정말 새까맣다. 보통 라멘은 라멘만 먹는 것이 일반적인데, 블랙라멘은 밥을 곁들여 먹어야 한다. 염도가 한 끼 식사라기보단 반찬에 가깝기 때문이다. 1947년 전쟁 이후, 먹을 것이 부족했던 도야마 사람들은 배를 불리기 위해 라멘을 먹은 뒤, 그 국물에 밥을 말아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국물의 염도를 올리기 위해 간장을 잔뜩 부어 끓인 것이 바로 블랙라멘의 시초다.
현재는 그 정도로 짜진 않고, 굳이 우리나라 음식에 빗대어 묘사하자면 장조림 국물에 면을 말아 먹는 느낌이다. 간장으로 간을 했기 때문에 향긋하고 담백한 맛이 좋고, 시치미를 뿌려 곁들이면 좀 더 얼큰하게 먹을 수 있다.
바다의 은하수
호타루이카
호타루이카(ホタルイカ) 는 우리나라에서 ‘불똥 꼴뚜기’ 혹은 ‘반딧불 오징어’라고 불린다. 1년에 3개월 정도만 어획할 수 있고, 실제로 바다에서 볼 수 있는 기간은 봄철 산란시즌인 4~5월, 단 1개월뿐이다. 바닷속에서 푸른빛으로 발광하는 호타루이카의 모습은 은하수 가득한 밤하늘을 연상케 한다.
도야마의 명물, 호타루이카는 주로 말려서 먹거나 간장에 절여서 먹는다. 가볍게 쪄서 초된장과 생강을 곁들여 먹어도 좋다. 간장에 절인 호타루이카는 아삭거리는 식감이 매력적인데 달큰한 사케와 완벽한 페어링을 자랑한다. 말린 호타루이카는 숯불에 살짝 구워 먹으면 맥주 안주로 그만이다. 바짝 말라 보이지만 한 입 씹으면 녹진하게 흘러나오는 짭조름한 내장 맛이 아주 일품이다.
감칠맛 폭탄
시로에비
도야마만의 보석, 시로에비(シロエビ)는 ‘돗대기 새우’라고 불리는 작고 하얀 새우다. 도야마만에서 대량으로 어획되어 주로 말리거나 튀겨 먹는다. 기본적으로 도야마는 쌀이 워낙 맛있는 지역이라 텐동(튀김덮밥)으로 먹으면 완벽한 궁합을 느낄 수 있다.
시로에비를 한껏 뭉쳐 튀겨 낸 튀김을 씹으면 진한 새우향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그 위에 흩뿌려진 진한 간장 양념, 그리고 은은히 단맛이 나는 쌀알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시로에비는 국물을 내는 데도 아주 좋은 재료라 라멘, 미소시루 등 다양한 곳에 활용된다.
Travel Tip
도야마, 어떻게 가요?
도야마를 가장 편하게 여행하는 방법은 도쿄에서 ‘호쿠리쿠 신칸센’을 이용하는 것이다. 도쿄에서 호쿠리쿠 신칸센을 이용해 도야마까지는 대략 2시간 5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 밖에도 나고야 주부국제공항 또는 이시카와현 고마쓰공항으로 입국해 특급열차편으로도 이동 가능하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일본정부관광국, 도야마현, 이시카와현, 후쿠이현, 니가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