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고 많은 오사카의 맛집 중 한잔하기 좋은 이자카야 & 바 4곳을 모았다.
산토리 위스키 하우스의 레스토랑
WWW.W
산토리는 일본 위스키를 대표하는 브랜드인데 오사카 우메다에서 그 역사를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다. 산토리 위스키 하우스는 우메다 그랜드 프론트 오사카 북관 2층에 위치한다. 위스키 갤러리와 위스키 바, 그리고 다이닝 식당인 WWW.W로 나뉜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역시 산토리 위스키를 전체적으로 맛볼 수 있는 위스키 시음 세트다. 야마자키 12년, 하쿠슈 12년, 히비키 블랜더스 초이스를 각각 맛보는 시음(15ml) 세트는 3,200엔, 대략 3만원 정도로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그보다 프리미엄 라인으로 올라가면 야마자키 18년, 하쿠슈 18년, 히비키 21년 시음(15ml) 세트는 1만2,000엔, 대략 한화로 11만원 선.
페이링 하기 좋은 다양한 안주류도 판매한다. 두툼한 베이컨이 올라간 감자 샐러드. 비프커틀릿 샌드위치도 위스키와 잘 어울린다. 이외에도 갓 튀긴 가라아게, 향긋한 감바스 등 안주로 곁들일 수 있는 메뉴를 폭넓게 갖추고 있다.
산토리 위스키 이외에도 다양한 산토리 주류군을 만나볼 수 있는데, 그중 산토리 더 프리미엄 몰츠 마스터드림 생맥주는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 부드러운 거품 뒤로 청아하게 목을 씻어주는 상쾌함이 매력적이다. 산토리 위스키 하우스는 오사카 사람들에게도 워낙 사랑받는 곳이라, 방문 전 반드시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위스키 하우스’라는 이름보다 ‘위스키 뮤지엄’이 더 잘 어울리는 곳이다.
오사카에서 가장 맛있는 하이볼
하이볼바 1923 신사이바시
오사카에서 가장 맛있는 하이볼을 마실 수 있는 곳이다. 하이볼바 1923은 후쿠오카 나카스가 본점인데, 1923은 산토리 야마자키 증류소의 설립 시기를 뜻한다. 하이볼은 술과 탄산이 전부다. 그 말은 술에 탄산만 타면 하이볼이 된다는 뜻이다. 술은 보통 브랜드에 차이일 뿐이지, 모든 바의 맛이 다 똑같다. 그래서 맛있는 하이볼의 핵심은 바로 ‘탄산’에 있다.
하이볼바 1923 신사이바시의 하이볼이 특별한 이유는 하이볼 전용 탄산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수돗물을 정수한 것이 아니라 생수로 탄산수를 만들며, 높은 압력의 가스를 사용해 탄산밀도를 아주 높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하이볼보다 훨씬 강한 탄산감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얼음도 좀 다른데, 하이볼 잔에 직사각형의 큰 얼음 하나만을 넣는다. 하이볼은 얼음이 녹아가며 맛이 옅어지기 때문에, 그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하이볼바 1923 신사이바시에서는 산토리 라인의 하이볼이라면 뭐든 맛있다. 탄산수만 섞어 마시는 것이 좀 부담스럽다면 진저에일을 섞어 주문할 수도 있다.
참고로 이곳 나폴리탄 스파게티가 상당히 맛있다. 면이 볶은 느낌의 식감이 아니라 프라이펜에 한 번 구워낸 듯한 식감이다. 간단한 안주를 원한다면 김에 치즈를 싸서 내어주는 메뉴를 추천한다. 간단하지만 이보다 하이볼과 잘 어울리는 메뉴를 찾기 힘들다. 이곳도 방문 전 예약은 필수.
맥주가 무제한으로 들어가는 곳
사사야 난바 센니치마에점
오사카 도톤보리 근처, 작은 골목에 위치한 이자카야. 비장탄으로 구워낸 닭 요리가 주메뉴다. 테이블에 앉으면 자릿세 개념으로 오이절임 안주가 나오는데, 이게 아주 맥주와 궁합이 좋다.
시그니처 메뉴는 닭 허벅지살에 소금을 뿌려 비장탄에 구워내는 것인데, 같이 나오는 유즈코쇼와 곁들이면 상큼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유즈코쇼는 유자, 고추, 소금을 갈아 만든 조미료로 상큼하면서 매콤, 짭짤한 맛이라 구이와 상당히 조합이 좋다. 고기를 석쇠에 넣어 비장탄에 직화로 굽기 때문에 거뭇거뭇한 것이 특징.
닭가슴살을 얇게 저며 채 썬 양배추와 새콤한 타래 소스를 곁들여 먹는 샐러드도 일품이다. 달달하고 상큼한 소스에 마, 토마토, 브로콜리 등 채소를 찍어먹는 메뉴도 술안주로 좋다. 사사야 난바에서는 어떤 안주를 시키든 시원한 생맥주로 마무리한다면 백이면 백, 만족하게 될 것이다.
조용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을 때
E bar
가끔은 여행 중 조용한 바에 앉아 거창한 안주 없이 좋은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싶어질 때가 있다. 오사카처럼 시끌벅적한 밤이 매력적인 여행지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혹은 동행과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E bar’ 만한 곳이 없다.
이곳은 오사카 후쿠시마 골목 끄트머리에 위치한 작은 바다. 바 안으로 들어서면 흰 양복을 입은 중년의 바텐더가 자리를 안내해준다. 흰 양복을 단정할 수 있는 이유는 이곳의 주인장이자 바텐더인 그는 언제나 흰 양복만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종업원이 따로 없고 비치된 메뉴판도 따로 없다. 먹고 싶은 술을 바텐더에게 직접 주문하면 된다. 일본어가 서툴다면 핸드폰으로 술을 찾아 보여주면 된다. 호텔 경력을 갖춘 바텐더라 칵테일 선택지가 상당히 넓은 편이다. 주인장이 고객과 유지하는 적당한 거리감이 아주 매력적이다. 술을 마시며 충분히 사색에 잠길 수 있는 분위기다.
이따금 너무 심심한가 싶어 주인장에게 대화의 화두를 던지면 소곤소곤 부드럽게 이야기도 곧잘 해주는 편이다. 고된 여행으로 지친 마지막 날, 마지막 오사카를 추억하고 싶다면 E bar 만한 곳이 없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