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는 매해 새로운 레스토랑이 생기고 있다. 수많은 레스토랑 중 지금 교토에서 가장 핫한 레스토랑 4곳을 소개한다.
교토식 샤브샤브의 정석
교토 효토
교토식 접객의 진수를 만나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교토 효토. 이곳은 교토 요리를 기반으로 한 샤브샤브 전문점이다. 교토역 바로 앞이 본점이고, 좀 더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고 싶다면 시조 카라스마점을 추천한다. 개방감 있는 테이블 좌석도 있고, 교토식으로 꾸며진 룸 좌석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교토 효토의 시그니처 메뉴는 샤브샤브 코스다. 전체 요리로는 참깨두부에 제철 야채, 소스가 곁들여져 나온다. 입맛을 돋우기에 제격인 애피타이저다. 다음으로는 제철 사시미가 나오고 대망의 샤브샤브가 등장한다. 샤브샤브에 사용되는 육수는 아주 맑고, 큰 다시마 2장이 들어가 있다. 고기는 교토에서 나는 돼지고기인데, 아주 얇게 저민 삼겹살이다. 오래 익혀도 전혀 뻑뻑하지 않다.
샤브샤브를 찍어 먹는 전용 폰즈는 산미가 좋다. 그래서 하이볼 같은 주류와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소고기를 따로 시키면 그에 맞춰 좀 더 산미를 올린 폰즈를 새롭게 내어준다. 청귤향이 감도는 소스다. 테이블에는 접시 가득 얇게 썬 파가 있다. 교토의 명물인 구조네기(구조파)인데, 파의 강한 향과 매운맛이 고기의 느끼함을 싹 정리해준다. 교토 효토에서는 사실상 파를 먹기 위해 고기를 먹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마무리는 우동. 다소 밋밋한 다시 육수에 같이 나오는 강황 가루를 풀어준다. 카레라기보단 강황향이 감도는 맑고 청아한 다시마의 맛이다. 교토식 접객과 교토식 샤브샤브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가이세키의 정수
료젠
청수사 옆쪽에 새롭게 들어선 호텔, 반얀트리 히가시야마 교토의 메인 레스토랑. 제철 현지 식재료를 기반으로 일본식 가이세키 코스 메뉴를 선보인다. 가이세키 메뉴는 계절마다 조금씩 달라지고 호텔이 투숙하지 않아도 예약이 가능하다.
디저트를 포함해서 8~9코스로 이뤄지는데 가격은 2만2,000엔. 교토 호텔 가이세키와 비교했을 때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대다. 옥수수 베이스로 만든 스프와 동과, 간장에 절인 술지개미와 사시미, 갯장어 샤브샤브, 전갱이 마끼 등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디시를 내어준다.
사케 페어링 코스도 준비되어 있어 데이트 겸 들러 식사하기도 좋다. 호텔 밖으로는 노 무대가 마련되어 있다. 노는 일본 전통 가면극 무대인 노가쿠의 무대를 뜻한다.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두부집
오쿠탄 기요미즈
오쿠탄 기요미즈는 기요미즈데라로부터 호칸지로 이어지는 니넨자카에 위치한 두부 전문점이다. 무려 37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두부집의 명맥을 이어왔다고 한다. 에도시대에는 난넨지 참배객들이 주로 이곳을 이용했단다.
오쿠탄 기요미즈는 외부는 오래된 전통 가옥 느낌인데, 안쪽으로 들어서면 작은 정원이 나온다. 복작거리는 교토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자연을 즐기며 식사를 할 수 있다.
이곳은 채식당이다. 부드러운 두부 코스와 단단한 두부 코스 중 고르면 된다. 가장 먼저 다시마 육수에 담긴 두부가 가운데 자리를 차지한다. 이윽고 깨로 만든 두부와 달달한 미소 양념을 발라 구운 두부가 나온다. 다양한 맛의 두부를 맛보는 동안 보글보글 끓는 다시마 육수 속 두부가 따뜻하게 데워진다. 잘 데워진 두부는 같이 나오는 간장과 파를 곁들여 먹으면 된다. 폭신하고 보드라운 식감이다.
밥은 절임채소와 마가 같이 나온다. 갈아져 나온 마를 밥 위에 얹고 부드럽게 밥을 마시듯 먹으면 된다. 식사가 끝날 때쯤 채소 튀김이 나온다. 오쿠탄 기요미즈는 분위기가 상당히 조용한 편이라 다들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눈다.
교토의 정원으 바라보며 먹는 두부, 소곤소곤한 분위기. 가장 교토다운 음식을 가장 교토다운 곳에서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교토의 54번재 종착지
Grill 54th
교토 중심에는 가모가와강이 흐른다. 그 강을 산조대교가 잇는데, 이 다리에 재밌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에도시대에 지방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에도(도쿄의 옛 이름)를 중심으로 5개의 주요 도로를 건설한다. 이걸 ‘고카이도’라고 하는데 5개의 도로 중 가장 왕래가 활발했던 곳이 바로 ‘도카이도’다. 산조대교가 바로 53개의 역참으로 이루어진 도카이도의 마지막 종착지였다고 한다. 참고로 역참은 말을 바꿔 타는 곳을 뜻한다. 이곳이 ‘Grill 54th’라는 이름이 가지게 된 이유다. 53개의 역참, 그다음의 종착지라는 뜻이다.
Grill 54th는 이름처럼 그릴 다이닝이다. ‘다와 유라 교토’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내부가 대나무숲처럼 꾸며져 있어 어둡지 않다. 오히려 신비로운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최근에는 교토 회사원들이 회식 장소로도 사랑받는단다. 관자, 스테이크 같이 그릴에 올라가 노릇하게 구워나오는 메뉴는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점심에는 이따금 이벤트식으로 다양한 콘셉트의 뷔페도 함께 운영 중이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