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 당신 앞에 펼쳐질 완전히 새로운 세계.
아부다비의 내일을 짐작하는 일
아부다비가 낯설다면, 몇 가지 팩트부터 짚어 보자. 아랍 에미리트 연합국(UAE)을 이루는 7개의 토후국 중 하나이자 UAE의 수도. 전 국토의 87%에 해당하는 최대 영토. UAE 전체 원유 매장량의 무려 86%를 차지하는 중동의 핵심 유전 지역.
화려한 스펙은 화려한 풍경을 낳는다. 아부다비는 지금 ‘오일 머니’를 양분 삼아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와 문화 개발을 숨가쁘게 이뤄 가고 있다. 사막이란 드넓은 평면적 공간이 무서운 속도로 굴곡지고 있다는 뜻. 늘 뭔가가 새롭게 세워졌거나, 세워지고 있거나, 세워질 계획이거나. 개발이니 발전이니 투자 같은 단어들이 주는 진보적인 분위기가 마치 공기처럼 도처에 깔려 있는 곳이 2024년, 지금의 아부다비다.
산유국다운 미래지향적인 빌딩들과 ‘7성급’ 수준의 초럭셔리 호텔들, 친환경 스마트시티를 표방하는 마스다르 시티(Masdar City) 등은 단지 첫인상에 불과하다. 도저히 실내라고는 믿기지 않는 규모의 테마파크들은 진작부터 야스섬(Yas Island)에 속속들이 들어서서 관광 코스로 자리 잡았다. 올해 9월까지 83%의 완공률을 달성한 사디야트 문화 지구(Saadiyat Cultural District) 같은 선도적인 프로젝트는 아부다비의 청사진 중 일부일 뿐이다. 참고로, 사디야트섬에는 2025년 말까지 팀랩 페노미나, 구겐하임 뮤지엄, 자연사 박물관 등 아부다비의 주요 명소가 될 굵직한 문화 기관들이 완공될 예정이라고. 막대한 자본이 흐르는 나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부강함이랄까, 거침없는 투자 같은 것들이 너무나 투명하고도 극명히 보여, 지켜보는 이가 더 흥미로워지는 장면이다.
무서운 기세로 모습을 바꾸는 이 도시에 대해 한 가지 확실한 건, 아부다비의 내일을 오늘의 관점에서 함부로 상상하거나 짐작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 그것만으로도 아부다비는 언제까지나 새로운, 미지의 여행지일 것이라는 점이다. 아부다비 문화관광부는 최근 2030년까지 3,93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늘과 내일의 극명한 간극이야말로, 아부다비의 원대한 포부가 그저 포부로만 그치진 않을 거란 믿음의 밑바탕이다.
●금빛 반전
카사르 알 와탄
Qasr Al Watan
2019년부터 대중에게 공개된 대통령궁. 지금도 해외 귀빈을 접대하고 국가 최고위원회와 연방 내각 회의, 국제기관의 정상 회담을 개최하는 공간으로 쓰인다.
외관은 온통 하얀색 화강암과 석회암으로 지어진, 단정한 ‘백색의 궁전’ 느낌이다. 그러나 중앙 홀(The Great Hall)에 입장하자마자 반전이 덮쳐 온다. 궁전의 시그니처 컬러인 파란색, 흰색, 금색이 강렬한 색상으로 방문객들을 압도한다. 각각 아라비아만의 물, 순수함, 사막의 모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여기에 직경 37m의 중앙 돔, 35만개의 크리스털 조각으로 장식된 샹들리에, 아라베스크와 모자이크 패턴, 대칭적인 대리석 패널까지…. 복잡하면서도 조화로운 시각적 향연에 머리가 아찔하다.
그럼에도 놓치지 말아야 할 한 가지. 중앙 홀 오른쪽에 UAE 초대 대통령의 어록을 캘리그라피로 형상화한 금빛 구조물 하나가 있다. 인기 포토존이니 그냥 지나치면 후회만 남을 것.
●현대 속의 과거
에미리트 헤리티지 빌리지
Emirates Heritage Village
카사르 알 와탄 근처, 한 발자국의 발걸음에 갑자기 시공간이 뒤틀린다. 마을 입구 간판을 방금 막 지나쳐 왔을 뿐이다. 고대 모스크와 수크(시장), 정통 베두인 텐트들이 시간대를 현재에서 과거로 빠르게 옮겨 놓는다. 사막에서 거주하던 옛 유목민들의 전근대적인 전통 생활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일종의 민속촌 같은 곳이라 가능한 일이다.
소소한 볼거리가 많은데, 그중 장인들의 솜씨가 발휘된 아이템들이 발끝에 자꾸만 쉼표를 찍는다. 금속 세공, 도자기, 직조 및 방적과 같은 전통 기술로 탄생한 수공예품들은 품질은 물론, 진정성까지 보장한다. 마을 한쪽에는 염소와 낙타, 말들이 배회하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낙타 탑승 체험을 추천. 꽤 아라비안스러운 인증숏을 건질 수 있다. 모든 것이 고도로 발전해 나가는 이 신도시에서, 과거를 엿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귀한 장소.
●그랜드한 감동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
Sheikh Zayed Grand Mosque
아부다비의 대표 랜드마크 중 하나. UAE 초대 대통령인 자이드 빈 술탄 알나얀이 이슬람 국가들의 화합을 기원하기 위해 건설한 모스크다. 일단 이름대로 ‘그랜드’하다. 82개의 돔, 1,000개 이상의 기둥, 10만톤 이상의 대리석에 수용 인원만 4만명 남짓. UAE 최대 이슬람 사원이자,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모스크 순위를 꼽을 때 이름이 빠지지 않는 곳이다. 메인 기도실에 들어가면 그 웅장함이 주는 감동 역시 그랜드하다.
우선, 세계에서 가장 큰 샹들리에 중 하나가 중앙 돔 지붕 15m 높이에 매달려 있다. 무려 4,000만개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과 24캐럿 금 도금으로 만들어진 12톤짜리 거대한 샹들리에다. 바닥엔 뉴질랜드 양모를 사용한 5,400m2 크기의 45톤짜리 일체형 카펫이 깔려 있다. 1,300명의 이란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만든 카펫인데, 총 제작 기간만 2년이 걸렸단다.
감동스러운 풍경만큼 모스크에선 지켜야 할 규율이 꽤 엄격하다. 반팔, 반바지 금지, 머리카락 노출 금지, (부부지간이라도) 손잡기 등 애정 행각 금지, 사진 촬영시 브이 금지, 활짝 웃는 표정 금지…. 온몸을 가리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사진을 찍는다 해도, 다행히 배경 자체가 저절로 인생숏을 만들어 준다.
●뷰에 찍힌 방점
밥 알 카사르 호텔
Bab Al Qasr Hotel
아부다비에서 가장 의미 없는 일 중 하나는 5성급 호텔의 가치를 따지는 일이다. 어차피 어딜 가든 가격과 네임밸류에 걸맞는 퀄리티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호텔 선택의 기준은 자연히 개인 취향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만약 객실 뷰에 방점을 찍었다면, 밥 알 카사르 호텔은 훌륭한 선택지다. 호텔 내부의 객실 유리창 너머로 아라비아만, 카사르 알 와탄, 에미리트 팰리스, 마리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17가지 객실 타입이 있지만, 가장 낮은 등급인 딜럭스 룸 팰리스 뷰를 선택한다 해도 지극히 아부다비스러운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이른 아침, 커튼 너머로 아침 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궁전의 돔은 아부다비의 아침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돼 준다.
이슬람 미술에 얽힌 기하학적 디자인, 로비 한가운데 오아시스를 연상시키는 수로 등 아랍의 본질을 반영하는 요소들이 결합된 호텔 디자인 또한 멋스럽다. 밥 알 카사르는 ‘궁전으로 가는 관문’이란 뜻이다. 과연 이름값을 톡톡히 해 내는 호텔이다.
●초호화 호텔이란 이런 것
에미리트 팰리스
Emirates Palace Mandarin Oriental
사치에 대한 동경. 호화를 위한 갈증. 럭셔리를 향한 선망. 그 모든 욕망을 현실로 바꿔 줄 몇 안 되는 호텔. 웬 호들갑인가 싶겠지만, 그만큼 여행자의 허영심을 완벽하게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곳이 바로 에미리트 팰리스다. 페르시아만 기슭에 자리한 초호화 호텔로, ‘7성급 호텔’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럭셔리함의 규모가 남다르다.
내부에 들어서면 우선 눈 닿는 곳은 전부 금이다. 24캐럿 금박이 호텔 전체에 걸쳐 100만 평방미터가 넘게 도금돼 있고, 금으로 된 돔의 개수만 114개에 이른다. 로비에는 전 세계 최초의 금 자판기가 놓여 있을 정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체 금박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는 호텔은 오직 에미리트 팰리스뿐이라고.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샹들리에만 1,000개가 넘으니,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건물’
10위 안에 항상 드는 것도 이상할 일이 아니다. 아부다비가 지닌 오일 머니의 파워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달까. 촌스럽고 우악스러운 느낌이 아닌, 묵직한 자본의 힘 같은 게 느껴진다. 로비 라운지 카페에서 24캐럿짜리 금박을 뿌린 ‘금푸치노(금가루 카푸치노)’까지 마셔 주면 뭐랄까…, 이 귀한 곳에 누추한 몸이 와도 되나 싶게 황송해진다.
●아부다비 문화의 중심지에서
루브르 아부다비
Louvre Abu Dhabi
현시점, 아부다비에서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문화 중심지를 꼽으라면 단연 사디야트 문화 지구다. 그리고 그 중심에 루브르 아부다비가 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첫 해외 분관으로, 약 8,000m2 크기의 갤러리가 총 12개 챕터로 나뉘어 전시되고 있다.
큰 주제는 시공을 초월하는 인간의 창의성. 고대에서부터 현대까지 전 세계 인류 역사 전체를 아우르는 고고학적 유물, 조각, 그림 및 설치물을 두루 다룬다. 그렇다고 눈길을 실내에만 둘 순 없다.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의 작품답게 박물관은 건축물 자체만으로도 큰 볼거리이기 때문이다. 하이라이트는 박물관을 덮고 있는 지름 180m짜리 돔형 지붕. 아랍 문양의 기본인 8각형의 별 모양들이 7,850개의 구멍을 만들어 내는데, 시간대에 따라 빛과 그림자가 달라진다. 덕분에 내부에선 마치 빛이 소나기처럼 내리는 듯한 효과가 나타난다. 사막의 야자나무 잎들이 겹쳐지며 만들어 내는 그늘과 빛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쏟아지는 빛과 함께 인생숏도 같이 쏟아지니, 카메라를 놓을 틈이 없다.
●극강의 스피드
페라리 월드
Ferrari World
아드레날린이 빠르게 솟구치는 경험은 페라리 월드에선 디폴트 값이다. 세계 최초의 페라리 테마파크답게 40여 개가 넘는 놀이기구들은 스릴과 스피드를 동시에 선사한다. 아쉽게도 2024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롤러코스터로 유명한 ‘포뮬러 로사’는 시설 정비 문제로 운영 중단 중이다.
그래도 아쉬워하긴 이르다. 세계 최초로 옆으로 떨어지는 롤러코스터인 ‘미션 페라리(작년 1월에 공개됐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롤러코스터 루프인 ‘플라잉 에이스’ 등 짜릿함을 안겨 줄 어트랙션들이 무궁무진하다.
아이들과 함께여도 걱정은 금물. F1 경주용 자동차의 타이어를 교체해 본다든가, 축소판 페라리 레이싱 카를 타고 레이싱 기술을 연마해 보는 일은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수많은 액티비티 중 일부일 뿐이다. 모름지기 페라리 월드에선 머리칼이 헝클어질수록,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힐수록, 잘 놀았다는 증거다.
●세계 최대 실내 아쿠아리움
아부다비 씨월드
SeaWorld Abu Dhabi
아부다비만큼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가 흔한 곳이 또 있을까. 그럼에도 아부다비 씨월드는 그중 가장 충격적이다. 작년 5월에 문을 연 세계 최대 실내 아쿠아리움으로(기네스 세계 기록에 등재됐다), 총 면적이 약 18만2,000m2에 달한다. 서울 성균관대학교가 약 16만5,300m2이니, 웬만한 대학교 캠퍼스보다 큰 규모다.
씨월드는 허브 역할을 하는 중앙의 ‘원 오션(One Ocean)’ 구역을 중심으로 극지방에서 열대 지방까지 7개의 테마관으로 나뉜다. 10만마리 이상의 생물과 75개의 체험형 놀이기구, 실내 롤러코스터를 포함한 약 16개의 어트랙션까지 전부 즐기려면 하루가 부족할 정도다.
그중 가장 압권은 ‘끝없는 대양(Endless Ocean)’ 테마에 있는 대형 수조다. 현존하는 아쿠아리움 중 단일 수조로는 최대 크기고, 총 수량 역시 5만8,000톤으로 세계 최고 기록이다. 상어, 가오리, 문어 등을 포함한 6만8,000마리 이상의 해양 생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나른하게 유영하는 모습이란…. 몇 시간이고 넋 놓고 바라보고 싶을 만큼 신비롭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아부다비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