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는 김나영 작가가 교토 사는 헨리에게 물었다. 거기서 잘 지내나요?
Interviewee from Kyoto
Henry
홍콩에서 태어나 도쿄를 거쳐 현재 교토에서 호텔리어로서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취미는 이케바나(いけばな, 일본식 꽃꽂이)와 요리, 사진이며 감도 높은 취향을 살려 라이프스타일 인플루언서로도 활동 중이다.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홍콩 태생으로 일본에서 6년째 거주 중인 헨리입니다. 일본 도쿄를 거쳐 현재는 교토에서 호텔 마케팅 디렉터로 일하고 있어요. 홍콩에 있을 때도 호텔에서 근무했었는데, 그때도 늘 일본에서 커리어를 쌓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리고 도쿄에서 살아 보고 싶었고요. 그러다 10년 전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도쿄에서 갭이어(Gap Year)를 보내 보자는 인생의 큰 결정을 하게 되었죠. 그렇게 도쿄에서 머물며 일본어를 공부하게 되었고, 그러던 중 홍콩에서 일했던 호텔 그룹의 도쿄 지사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어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일본에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꿈이 실현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웃음). 여가 시간에는 주로 사진, 요리, 푸드 스타일링, 꽃꽂이를 즐기곤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과 일상의 아름다움을 기록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계정을 시작했는데, 꾸준히 지속해 나가다 보니 어느새 저만의 특별한 창작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되었어요. 궁금하신 분들은 인스타그램에서 @everydaylifestylist를 찾아봐 주세요!
-늘 꿈꿔 왔던 일이기도 하지만 일본으로 이주를 결심하기까지 쉽지는 않았겠죠? 망설임은 없었나요?
사실 일본 이주를 결정할 때보다도 10년 전 갭이어를 갖기로 결심하던 때의 마음이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잘 다니고 있던 직장을 그만두고 처음으로 외국에서 새로이 적응하며 살아가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결론적으론 그 경험이 제게 더 큰 모험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 준 것 같아요. 무엇이든 도전할 준비가 되었던 거죠. 도쿄에서 맡게 된 새로운 일은 홍콩에서 해왔던 일과 결을 같이하는 편이었고,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던 데다가 도쿄가 늘 꿈꿔 왔던 도시였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지 않고 바로 결정을 내렸던 것 같아요.
-지금은 살고 있는 동네는 어때요?
제가 지내는 곳은 교토의 가모가와 근처, ‘고조(Gojo)’라는 지역이에요. 조용한 동네이지만 중심지로의 접근성도 뛰어나다는 게 장점이죠. 직장과도 가까워요. 지금 살고있는 아파트를 처음 발견했을 때 벚꽃 나무가 늘어선 작은 강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어서 살기 좋을 것 같다는 예감이 단박에 들었어요. 강을 따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동네예요. 그리고 근처에 흥미로운 레스토랑도 꽤 많은 것도 좋고요.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네라 만족하고 있어요.
-도쿄에서도 살아 본 헨리가 생각하는 교토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도시의 오밀조밀한 형태, 평온함, 느린 삶의 속도를 꼽을 수 있겠네요. 교토는 도쿄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라, 도시를 둘러보기 위해 더 많이 걷게 되는 매력이 있어요. 고요한 순간을 마주하고 싶다면 절이나 신사를 쉽게 찾아갈 수도 있고요. 안온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도시죠.
-여가 시간에 사진, 요리, 푸드 스타일링, 그리고 꽃꽂이를 즐긴다고 했는데, 쉬는 날을 보내는 방법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코로나 기간 때부터 일본식 꽃꽂이 방식인 ‘이케바나’를 배워 왔어요. 휴일에 이케바나를 할 때면 바쁜 일이나 복잡한 마음으로부터 벗어나 명상을 하는 기분이 들어요. 또 와인이나 커피를 즐기진 않지만 대신 차를 좋아해서 다양한 차 전문점을 방문하는 것도 취미 중 하나예요. 교토에는 일본차뿐만 아니라 훌륭한 중국차 전문가가 많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죠. 그 외에도 가모가와강을 따라 발길 닿는 대로 산책을 하거나 관광객이 많지 않은 조용한 골목으로 숨어들어 도시를 탐험하는 걸 즐기는 편입니다.
-라이프스타일 인플루언서로도 활동하는 헨리가 직접 경험해 본 두 도시, 도쿄와 교토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들은 어떤 곳인지 궁금해요. 3곳 정도 뽑아 주세요.
단 3곳만 고르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저의 사적인 취향을 담아 소개해 볼게요. 도쿄에서는 먼저 가이세키 레스토랑인 ‘사샤 카네타나카’를 추천합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인 ‘스기모토 히로시’가 디자인에 참여한 일식 레스토랑이에요.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과 미학을 좋아하기에 그가 추구하는 정갈한 분위기에서 그에 걸맞은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화창한 날에 방문해서 전통적인 일본식 정원을 바라보며 식사를 즐겨 보길 추천하고 싶어요. 다음으로는 ‘사쿠라이(Sakurai)’에서 즐기는 일본 차 체험입니다.
정제된 아름다움으로 큐레이션된 차 체험은 인테리어부터 사용하는 다기, 다도 진행 방식까지 이곳을 이루는 모든 요소에 흠뻑 빠지게 될 거예요. 마지막으로는 많이들 아는 곳이겠지만 ‘다이칸야마 티사이트’를 꼽고 싶어요.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선정된 바 있는 곳으로, 예술, 디자인, 라이프스타일 서적은 물론 라이프스타일 제품 셀렉션도 훌륭해요. 처음 도쿄에 와서 다니던 일본어학당이 티사이트와 가까웠어요. 이곳에서 책을 읽으며 이 나라와 도시에 대한 영감을 얻곤 했죠.
교토의 첫 번째 추천 장소는 ‘사비(Sabi)’입니다. 세련된 미학이 돋보이는 현대적인 티 살롱이에요. 특유의 큐레이션이 돋보이는 화과자와 차 페어링을 즐길 수 있어요. 기억에 오래 새겨질 몰입감 있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건물 1층에는 패션 부티크와 갤러리도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편집숍인 ‘에센스 교토’. 이곳에서는 훌륭한 장인들의 터치가 돋보이는 멋진 일본 공예품과 식기, 다기 컬렉션을 만날 수 있어요. 제 취향과 완벽하게 들어맞는 곳이죠. 다양한 일본차도 판매하고 있어요. 그리고 ‘고묘인 사원’도 추천합니다.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사찰인 도후쿠지의 부속 사원이지만 인파가 몰리지 않는 곳이라 고요함을 즐기기 좋아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 일본 조경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시게모리 미레이’가 디자인한 아름다운 일본식 정원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죠. 교토의 숨겨진 보석 같은 장소입니다.
-호텔리어로서 도쿄와 교토에서 제일 좋아하는 호텔을 추천한다면요?
우선 도쿄는 작년 말에 문을 연 더 ‘도쿄 에디션 긴자’. 노른자 땅인 긴자에 새로운 호텔이 들어선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던 곳이에요. 진정한 도쿄의 럭셔리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죠. 다음으론 ‘호텔 K5’. 은행이었던 유서 깊은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클래식과 트렌디한 감성이 공존하는 호텔이에요. 마지막으론 ‘트렁크 호텔 요요기 파크’가 있어요. 도쿄의 녹색 심장과도 같은 요요기 공원의 뷰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호텔입니다.
교토는 가장 먼저 올해 새로이 오픈한 ‘식스센스 교토’를 추천하고 싶네요. 교토만의 아름다움과 정취, 그리고 럭셔리한 환대의 정수를 담뿍 느낄 수 있는 호텔입니다. 교토의 중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은 ‘에이스 호텔 교토’ 역시 교토가 지닌 정서를 잘 담아낸 호텔이라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닌텐도 본사였던 건물의 변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마루후쿠로’가 있습니다. 안도 타다오가 디자인에 참여한 곳으로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요.
-인기 여행지인 교토로의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아무래도 교토 여행을 계획하다 보면 한정된 일정에 많은 장소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할 거예요. 워낙 관광으로 유명한 도시니까요. 하지만 그 욕심과 유혹을 이겨내고, 조금만 속도를 늦춘 채 천천히 이 도시의 자연을 한 번 느껴 보기를 권하고 싶어요. 교토의 아이코닉한 장소를 모두 방문하고 싶은 여행 초심자라면 모르겠지만, 주요한 관광지들은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이 도시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게 남을 확률도 있고요. 가급적 관광지에서 조금 벗어나 도시를 탐험해 보길 추천합니다. 아, 그리고 최근에 거리에서 전통 복장을 입은 현지인의 사진을 무리하게 촬영해서 이슈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어디나 그렇지만 현지 사람들과 전통 문화를 존중하는 마음을 지니고 무례하거나 무신경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독자들에게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나요?
도쿄와 교토는 매우 상징적이면서도 서로 다른 매력의 두 도시예요. 도심에 머무는 것도 좋지만 약간의 여유가 있다면 도시와 곁을 함께 하는 지방의 작은 소도시들을 함께 둘러본다면 진정한 일본 여행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현지에 친구가 있어 가 볼 만한 장소들을 추천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없더라도 나와 취향이 잘 맞는 가게의 점원에게 용기 내어 말을 걸어 보고, 추천 장소들을 묻는 것도 보석 같은 장소들을 발견하는 좋은 방법이죠. 어느 도시를 여행하든, 그 도시가 지닌 반짝이는 매력을 찾아내는 즐거운 여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나영 작가의 질문으로 시작된 해외살이 인터뷰 시리즈. 타국에서의 삶을 동경해 왔던 마음 때문인지 수상하게도 해외에 지인이 많은 김나영 작가가 저마다의 사정으로 이방인의 삶을 선택한 이들의 해외살이를 묻는다.
글 김나영 사진 Henry 에디터 강화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