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면적의 2배인 로스앤젤레스를 단 며칠의 여행으로 다 둘러보는 건 과욕이다. 그래서 그럴까. LA 여행은 선택과 집중의 연속이다. 하루하루 알찬 여행을 위해 꼼꼼하게 일정을 계획해야 한다. 한 곳도 허투루 들러서 안 되고, 한시도 낭비해서는 안 된다. 다운타운, 베니스 비치, 비버리힐스 등 주요 여행지에 더하면 좋을 6곳의 공간들을 모았다. 주관적 취향도 살짝 더했다.

걸어서 LA 속으로
그리피스 파크 트레일 & 동네 산책
17,037,265.5제곱미터(약 5,153,773평). 상상하기 힘든 크기의 공원이 LA 도심에 있다. 뉴욕 센트럴파크보다 훨씬 큰 그리피스 파크(Griffith Park)는 미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규모의 시립 공원이다. 웅장한 산맥을 잇는 곳에 자리한 공원은 천문대를 비롯해 시티 골프 코스, 동물원, 박물관, 회전목마 등의 시설이 있다. 또 하이킹, 자전거, 승마, 테니스, 수영, 축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다. 많은 시간을 들여 곳곳을 탐방해도 좋고, 시간 대비 높은 만족도의 코스를 원한다면 트레킹도 추천한다. 루즈벨트 GC(골프 코스)에서 출발해 사막을 닮은 곳을 거쳐 그리피스 천문대로 향하는 도보 여행길이다. 1.5~2km 정도 되는 짧은 구간이라 천천히 구경하며 걸어도 30분이면 충분하다. 게다가 볼거리는 더 있다.


트레일에서 잠시 벗어나면 고급 주택이 늘어선 동네가 여행자를 반긴다. 글렌다우어 에비뉴(Glendower Ave)에는 50~100억원 정도 하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데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된다. 이곳 LA에서는 도심 한가운데보다 도심과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언덕에 있는 집들이 가격이 비싸다고 한다. 유명 연예인들이 지냈던 집들이 많고, 지금도 몇몇 유명인이 이곳에서 생활한다고. 게다가 신기하게 생긴 건축물도 많다. 그중에서도 에니스 하우스(Ennis House)는 독보적이다. 고대 마야 사원의 문양이 새겨진 2만7,000개의 콘크리트 블록으로 쌓은 집이다.

다시 트레일로 돌아와 그리피스 천문대로 향하면 된다. 천문대에 도착하면 바다와 다운타운, 헐리우드 사인 등 로스앤젤레스의 다양한 얼굴을 감상할 수 있다.
세련되고, 모던하고
애보키니 거리 & Gjelina
애보키니 거리는 LA의 세련된 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다. 다양한 패션, 뷰티, 레스토랑, 카페 등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거리다. 신사동 가로수길의 전성기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거리는 실존 인물인 애보키니(Abbot Kinney, 1850~1920년)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미국 태생의 애보키니는 개발자이자 환경 보호론자, 상수도 전문가 등으로 알려져 있다. LA 베니스 운하도 그의 작품이다.

애보키니 거리는 힙스터의 성지로 불리고, 연예인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의류, 잡화점(BIRKENSTOCK Venice Beach·Suitsupply Los Angeles·Vuori·Huset 등)뿐 아니라 그린리프 키친(미국식), The Butcher's Daughter(미국식), RVR(일식), 인텔리젠시아(커피), 블루보틀(커피), Salt & Straw(아이스크림) 등 맛있는 것들이 넘쳐난다.

게다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발자국이 찍힌 핫플(Gjelina)도 있다. Gjelina는 이탈리안을 바탕으로 미국의 맛을 더한 레스토랑이다. 저녁에는 낮은 조도로 제법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루프톱도 있어 LA의 온화한 날씨를 느끼며 식사할 수도 있다.


샤퀴테리, 오이스터(굴), 채소, 샐러드, 피자, 메인 등의 카테고리에 여러 요리가 있는데, 포모도로 크루도(피자, Cherry Tomato, Burrata, Confit Garlic, Basil, Oregano)와 버섯 피자(Mushroom, Truffle Tremor, Fontina, Thyme), 구운 단호박(Grilled Summer Squash, Curry Aioli, Mint, Lemon), 구운 방울양배추(Charred Brussels Sprout, Walnut, Cilantro, Chili Lime Vinaigrette), 돼지고기 요리(Braised Pork Belly, Watermelon, Mint, Pickled Fennel, Fresno), 로스트 치킨(Roasted Pasture Raised Half Chicken, Black Kale, Red Harissa)을 추천한다.
낭만적인 연결고리
LA 베니스 운하
애보키니가 남긴 낭만적인 유산이다. LA 베니스 운하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운치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규모로 보면 베네치아와 비교할 수 없지만, 운하를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꾸며진 동네다. 이 운하가 만들어진 시기는 1905년. 애보키니가 이탈리아에서 영감을 받아 조성했다.


기껏해야 20~30년 전에 지었을 거라 단정했는데, 100년의 역사가 담긴 곳이다. 외관으로 보면 신도시라 해도 믿을 정도다. 그만큼 깔끔하고, 감각적이다. 곳곳에 보행자를 위한 도로와 다리가 있고, 모던한 주택도 많다. 천천히 걸으면서 동네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여행 일정 측면에서도 활용하기 좋다. 운하를 구경하고 베니스 비치로 넘어가 일몰을 보고, 애보키니 거리에서 저녁 식사하는 그런 코스다.
가족 여행으로 이만한 게 있나요?
힐튼 LA 유니버셜 시티 & 스튜디오 투어
LA 가족여행을 생각한다면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빼놓을 수 없다. 테마파크에 하루 이틀은 온전히 투자해야 골고루 즐길 수 있으니 숙소도 중요하다. 2박3일 일정으로 유니버셜 스튜디오+게티센터+그리피스 파크를 여행하려면 힐튼 LA 유니버셜 시티도 합리적인 선택지가 된다.


힐튼 브랜드에 걸맞게 쾌적한 시설, 넓은 객실, 맛깔난 조식, 부대시설(피트니스·수영장 등), 유니버셜 스튜디오-호텔 셔틀버스 등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럭셔리 호텔처럼 화려한 맛은 없지만, 필요한 건 빠짐없이 갖췄다. 특히, 조식 뷔페가 만족스러운데 프렌치 토스트와 오믈렛, 함박스테이크 등 메인 메뉴가 있고, 종종 LA갈비를 올린 김치볶음밥도 준비된다. 1박 가격은 300~400달러 수준으로 글로벌 브랜드 호텔 평균값이라고 보면 된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로 눈을 돌려보자. 세계 곳곳에 지점이 있고, 주요 테마는 비슷하다. 그렇지만 LA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왔다면 ‘스튜디오 투어’를 즐겨야 한다. 실제 영화 촬영이 진행되는 스튜디오, 영화를 테마로 한 체험관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 내년 여행지를 정하지 못했다면 핼러윈 시즌에 맞춰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것도 추천한다. ‘핼러윈 호러 나이트(올해는 8월30일부터 11월3일까지)’ 콘셉트로 테마파크가 꾸며지는데, 성인도 움찔움찔하게 만드는 아찔함이 있다. 참, 이왕 갈 예정이라면 익스프레스 티켓을 구매해 대기 없이 마음껏 놀아보기를 권한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