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서울 호텔 레스토랑 간 경쟁은 <오징어 게임>급이다. 많기도 너무 많고, 좋기도 너무 좋다. 맛만으로는 승부 보기 어려운 이 시대. 마땅히 주목할 가치가 있는 4곳의 레스토랑만을 엄선했다.

맛은 퍼스트, 가격은 베스트
프레이저 플레이스 센트럴 서울
퍼스트 플로어 FIRST FLOOR
현시점, 대한민국 서울에서 오르는 거라곤 물가밖에 없는 것 같다. 1,500원이던 김밥천국의 기본 김밥이 3,000원 하는 요즘. 오피스 상권에서 점심값으로 2만원은 이제 우습다. 그런 시대의 흐름에 퍼스트 플로어는 역행한다.


작년 12월9일, 프레이저 플레이스 센트럴 서울의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퍼스트 플로어가 ‘시즌 베스트 뷔페(Season’s Best Buffet)’를 새롭게 선보였다. 호텔 셰프들이 사계절을 대표하는 계절별 인기 메뉴를 엄선해 구성한 뷔페다. 신선한 제철 과일과 케이크류를 포함한 디저트 메뉴까지 총 25가지 요리가 총집합했다. 여기서 포인트는 가격. ‘이게 맞나’ 싶을 만큼 파격적이다. 뷔페+안심 스테이크+로브스터 테일, 이 모든 게 인당 5만9,000원이다. 6만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무제한 뷔페와 메인 요리 2가지를 즐길 수 있다니. 시청역 인근 직장인들의 환호성이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 실제로 퍼스트 플로어는 회사 단체 회식 대관 장소로 열렬한 사랑을 받는 중이다. 그럴 만하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은 퍼스트 플로어에선 통하지 않는다. 가격뿐 아니라 음식 퀄리티까지 훌륭하다. 어디 하나 모난 데 없이 전체적으로 깔끔한 맛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만5,000원을 추가하면 호텔에서 엄선한 프리미엄 와인까지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 맛은 퍼스트, 가격은 베스트. 먹고 마실 준비가 된 자들이여, 퍼스트 플로어로 오라.
마곡의 오아시스
머큐어 서울 마곡
모아시스 MOASIS
일단 신상이다. 작년 12월12일 오픈. 깨끗하고 반질반질하다. 신상 호텔의 신상 레스토랑, 머큐어 서울 마곡의 모아시스다.



위치부터 살펴보자. 모아시스는 첨단 산업과 연구 개발 중심지로 떠오르는 마곡 지구, 그중에서도 코엑스 마곡 건물에 있다.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평일이면 레스토랑은 낮부터 회사원들로 풀부킹이 된다. 단순히 좋은 접근성 때문이겠거니 넘겨 짚는다면 큰 오산이다. 평일 점심이면 4만4,000원에 무제한 생맥주와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맥주 뷔페’가, 평일 저녁에는 캐주얼 스낵에 와인과 생맥주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와인 뷔페’가 열린다. 회사 근처에 이런 레스토랑이 있다면 오후 반차 내고 낮술 한잔 마시고 싶은 유혹을 도무지 견뎌 낼 수 없을 것 같다. 맛있는 음식과 달콤한 술에 목마른 이들에게 모아시스는, 진정 ‘마곡의 오아시스’다.

주말에 운영되는 풀 뷔페도 물론 탄탄하다. 오픈 키친을 통해 신선한 제철 요리를 제공하며, 조식부터 석식까지 다채로운 메뉴를 선보인다. 통유리창 너머로 마곡광장과 마곡식물원을 비롯한 마곡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건 또 다른 매력이다.


같은 층에 위치한 ‘엠 라운지 앤 바(M Lounge & Bar)’도 그냥 지나치기 아깝다. 특히 막걸리 베이스에 파인애플 요거트를 넣은 시그니처 칵테일은 최근 고객들 사이에서 가장 평이 좋은 칵테일 중 하나다. 알코올이 부담스럽다면 카페로 이용해도 손색 없겠다. 아메리카노가 한잔에 5,500원이다. 4성급 호텔의 퀄리티에 그렇지 못한 가격. 방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비처럼 화려한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마리포사 MARIPOSA
확신의 데이트 코스다. 사랑하는 연인과 방문하면 당장 프러포즈든 뭐든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마리포사의 로맨틱함은 인테리어에서 비롯된다. 마리포사는 스페인어로 ‘나비’란 뜻이다.

이름대로 실내 는 나비 문양을 콘셉트로 유니크하게 꾸며졌다. 전체적인 컬러와 디자인도 나비처럼 화려하다.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난 테라스는 마치 나비가 날개를 펼친 듯한 모양이다. 그 날개 위에 살포시 앉으면 한강과 63빌딩, 잠실 롯데타워까지 여의도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비의 화려함은 미식에까지 연결된다. 마리포사는 한국 식재료 본연의 맛을 유지하는 모던 유러피안 레스토랑이다. 국내 농장에서 직접 공수한 현지 농산물과 노량진 수산시장의 신선한 해산물을 사용해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인다. 화려하되, 화려함만이 전부는 아니다. 셰프의 오랜 고뇌와 정성은 디시 하나하나, 데코레이션 하나하나에서 세밀하게 느껴진다. 3코스 런치부터 9코스 디너까지 선택지도 다양하다. 그중 5코스 디너인 ‘Degustation’을 택했는데, 계산하고 나오자마자 바로 9코스의 메뉴 구성이 궁금해져 버렸다. 다음을 기약하게 만드는 몇 안 되는 레스토랑이다.




한층 더 오붓한 모임을 위한 공간도 있다. 마리포사는 작년 12월 초에 ‘마스터피스 룸’을 오픈했다. 최대 1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안락하고 우아한 VIP룸이다. 룸 이용시 최소 소비 비용은 200만원으로, 가격만큼 럭셔리함과 프라이빗함을 동시에 책임져 준다. 기꺼이 귀한 분들을 모셔 오고 싶은, 귀한 곳이다.
맛도, 뷰도, 업그레이드
비스타 워커힐 서울
더뷔페 THE BUFFET
2023년 11월, 더뷔페가 달라졌다. 기존 그랜드 워커힐 2층에서 비스타 워커힐 1층으로 확장 오픈한 것. 리뉴얼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확 트인 한강 뷰다. 시원한 한강의 풍경과 잠실 롯데타워까지, 거대한 통창 가득 서울이 담긴다. 더뷔페의 별명이 ‘더뷰페’가 된 이유다.


근데 말이다, 워커힐 S매니저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도저히 식사 내내 뷰가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한강 뷰고 뭐고, 당장 내 눈앞에 펼쳐진 음식들의 비주얼이 너무나 황홀했다. 게다가 한·중·일·양식 메뉴들의 맛은 딱 비주얼의 3배만큼 맛있었다. 가짓수도 가짓수지만 어느 것 하나 실망스러웠던 메뉴가 없다. 양갈비는 손으로 쥐면 찐감자처럼 으스러질 듯 부드러웠고, 피자는 워커힐 ‘피자힐’의 피자답게 고소하고 담백했다. 회는 웬만한 전문 횟집보다 더 신선했다.


한식 코너의 수펙스(SUPEX) 김치는 또 어떤가. 워커힐은 호텔업계 최초로 김치 연구소를 설립해 독창적인 김치를 생산 및 판매해 왔던 호텔이다. 그런 워커힐만의 노하우가 진하게 담긴 김치가 바로 수펙스 김치다. QR코드로 주문할 수 있는 찐득한 꼬리곰탕과 함께 곁들이면 그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배가된다. 여기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 관람차 위에 디저트가 얹어진 ‘시그니처 빅휠’은 보는 재미까지 더한다. 더뷔페의 매출은 리뉴얼 전에 비해 40%가량 늘었단다. 그 비결이 단순히 뷰에만 있는 건 아닌 듯하다.


토요일과 법정 공휴일에는 디너 뷔페가 시간제로 1부와 2부로 나뉜다. 각 타임별로 이용시간은 2시간. 넉넉해 보이지만 실은 턱없이 부족하다. 입장과 동시에 너도나도 빠르게 접시를 집던 이유를 뒤늦게 알았다. 아무리 스피디하게 움직여도 마지막까지 ‘한입 더 먹을걸’ 하는 후회가 남는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