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지포스 RTX 50 시리즈가 서서히 시장에 풀리면서 새로운 제품들의 그래픽 성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DLSS 4'로 포장된 이른바 ‘뻥튀기’ 성능이 불가사의(?)할 정도로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물론 기대를 훌쩍 넘어 버린 출시 가격으로 인해 엔비디아를 맹비난하는 유저들도 많아졌지만, RTX 50 시리즈가 새로운 물결임은 확실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시장에 풀리는 물량에 한계가 있다 보니 실제로 조립해 본 유저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각종 매체와 해외 전시회에 실물이 풀리면서 대략적인 크기 체감은 이루어졌으나 막상 PC 안에 장착했을 때의 불거지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정보는 아직 부족한 편이다.
엄청난 RTX 5080의 존재감, 사실 복병은 따로 있었다!
▲ ATX 미들타워 케이스에 RTX 5080을 장착한 모습. 여유공간이 사라져버렸다.
시장에 먼저 풀린 RTX 5080을 보고 있자면 엄청난 존재감에 먼저 놀라게 된다. 그래픽 카드의 일관된 비만화(?)는 새로운 세대가 탄생할 때마다 불거진 이슈이지만, 이번 RTX 5080은 들고 있는 사람을 압도할 정도로 벌크업된 모습이다. 우선 스펙표에 나온 사항만 봐도 가로 길이 300mm는 기본으로 훌쩍 넘기며, 두께는 PCI 후면 슬롯 3칸을 그냥 잡아먹는다. 크기가 가로 330mm 이상, 두께는 60mm 정도에 육박해 일부 미들 타워 케이스에는 가로 길이 때문에 아예 들어가지 않는 상황도 연출된다. 가뜩이나 200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인데, 막상 배송받고 PC 본체에 넣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 PALIT 지포스 RTX 5080 GAMEROCK OC D7 16GB 이엠텍 <2,874,990원>
더불어 주목할 점은 바로 세로 길이다. 흔히 그래픽 카드의 스펙표에는 가로 길이와 두께만 표시되는 게 일반적이다. 잘 알다시피 가로 길이는 PC 케이스의 전면부와 후면부 사이의 길이에 그래픽 카드가 수납(?)될 수 있느냐를 판가름하는 척도가 된다. 그래픽 카드를 장착하는 데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그리고 두께는 케이스 후면의 PCI 칸 수를 결정한다. PALIT 제품의 경우 실제 조립해 보면 3칸 반 정도 차지한다. 캡처카드나 사운드 카드 같은 추가 PCI 기판이 있다면 꼭 고려해 봐야할 사항이다.
▲ 듀얼챔버 타입 ASUS TUF Gaming GT502<150,500원>에서도 사이드 패널 쪽 영역을 넘어버린다
반면 그동안 세로 길이는 주목하지 않았던 수치다. 웬만하면 그래픽 카드를 장착하고 사이드 패널이 잘 닫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RTX 5080부터 그 패러다임이 많이 바뀔 것 같다. 덩치가 3차원으로 커지다 보니 이 세로 길이도 상당히 늘어난 것이다. 보통 PC 케이스가 소화해낼 수 있는 CPU 쿨러의 높이와 결부해 생각할 수 있는데, 일부 RTX 5080 그래픽 카드를 장착하면 165mm를 넘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칫 케이스를 닫지 못하는 불상사?
제일 처음 시장에 출시되어 인기를 얻고 있는 PALIT GAMEROCK 계열 그래픽 카드를 예로 들어보자. PALIT GAMEROCK RTX 5080 그래픽 카드는 메탈 다이캐스팅 프레임으로 본체를 완전히 커버한 형태다. 스펙상 가로 길이는 333.1mm, 두께는 60mm에 달한다. 세로 길이는 PCI 슬롯 접속부를 제외하고 140mm 정도다. 이정도면 165mm CPU 쿨러를 커버하는 케이스에 무리 없이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복병은 12VHPWR로 알려진 16핀 전원 케이블.
RTX 5080 상단 한가운데에는 이 16핀 전원을 연결하는 접속부가 존재한다. 그래픽 카드를 구입하면 파워 서플라이에서 나오는 8핀 PCIe 커넥터 3개를 16핀으로 합해주는 변환 젠더를 제공받는다. 이 번들 젠더를 연결하면 140mm 본체 길이에서 약 25mm 공간을 더 차지하는 것이다. 이 상태로 사이드 패널을 닫게 되면 아예 닫히지 않거나 사이드 패널 내부에 16핀 커넥터의 수축 튜브 쪽이 꺾인 상태에서 접촉하게 된다.
▲ 165mm CPU 쿨러 장착이 가능한 케이스에도 16핀 젠더가 돌출된다
가뜩이나 소비전력이 높아져 16핀 전원 케이블에 부하가 증가했는데, 이렇게 무리하게 꺾으면 단선이 일어나 화재가 있어나지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이다. RTX 5090에서는 600W에 달한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런 고민도 165mm CPU 쿨러를 장착할 수 있는 케이스에서나 누릴 수 있는 호사다. 그보다 얇은 케이스는 물리적으로 사이드 패널을 닫을 수 없다.
▲ 170mm CPU 쿨러가 장착 가능한 TRYX LUCA L70<346,490원> 에서 사이드 패널에 케이블이 닿은 모습
특히나 지난해부터 대세로 떠오른 어항형 케이스는 내부의 미관이 최우선인데 일부 제품의 경우 강화유리로 된 사이드 패널에 16핀 전원 케이블이 딱 달라붙어버려서 깔끔함이 사라지고 만다. 170mm CPU 쿨러를 소화해 내는 대형 케이스일지라도, 16핀 전원 케이블의 탄성에 의해 꺾인 상태가 고정되지 않고 얼마 정도 위로 펴지기 때문에 사이드 패널에 닿는 일은 불가피하다. 무언가 대책이 필요하다.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그렇다고 넋 놓고 RTX 5080 구입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이런 가슴 아픈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은 꽤 다양하다. 물론 각 방법마다 장단점이 모두 존재하지만, 한두 가지가 아닌 다섯 가지 이상의 방법이 있으니 자신의 상황과 취향에 맞게 선택하여 잘 극복해 보자.
(1) 고민 안하고 그냥 열고 쓰기(난이도 최하 / 소요 예산 無 / 미관 최악)
▲ 투렉스 DOMA F1 ULTRA (레드)<34,040원> 같은 오픈형 케이스라면 좋겠지만.. 먼지가...
첫 번째 방법은 가장 편하게, 그냥 사이드 패널을 열고 사용하는 것이다. 고민할 거리가 거의 없지만, 실내 먼지가 쌓이고 여름철에는 방안 공기까지 더워지는 단점이 있다. 더불어 데스크테리어나 PC의 미려한 외형을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시중에는 아예 오픈형 케이스가 분명 존재하지만, 사용 목적이 엄연히 다르다.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으로만 선택하자.
(2) 큰 PC 케이스로 바꾸기(난이도 최상 / 소요 예산 매우 큼 / 미관 최고)
▲ 케이스 정렬 옵션에서 CPU 쿨러 장착 높이를 170mm 이상으로 설정해 보면?
두 번째도 너무나 단순한 방법이다. 아예 넉넉한 PC 케이스로 교체하는 것이다. 스펙상 CPU 쿨러 장착 가능 길이가 170mm 이상 되는 제품이 좋겠다. 물론 PC의 거의 모든 부품을 떼었다 다시 장착해야 하는 이른바 '케이스 갈이'의 귀찮음은 외면할 수 없다. 그래도 새 술은 새 부대에? 이참에 한번 싹 바꿔버려?
(3) 라이저 케이블로 연결하기(난이도 중간 / 소요 예산 10만↓ / 미관 최고)
▲ LINKUP AVA5 PCIE 5.0 X16 라이저 케이블 (블랙, 200mm)<79,000원>
세 번째 방법은 라이저 케이블을 사용하는 것. 라이저 케이블은 메인보드의 PCIe 슬롯에 그래픽 카드를 직접 꽂는 게 아니라 평행 방향으로 그래픽 카드를 장착하게 해주는 주변기기다. 약 5만~10만 원 정도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단, 본인의 PC 케이스가 그래픽 카드를 세로로 장착할 수 있는 제품인지 체크해 보고 구입하자. 디스플레이 출력 포트가 나가는 패널 쪽을 90도 돌릴 수 있거나 아예 포트 모듈을 따로 분리해 재조립하는 방식의 케이스라면 금상첨화. 다만, 라이저 카드를 구입할 때 PCIe 5.1 x16을 지원하는지 꼭 확인할 것.
(4) 전원 커넥터 방향 바꾸기(난이도 최하 / 소요 예산 5만↓ / 미관 중간)
▲ EZDIY-FAB SHIELD 12V-2X6 STD 90도 어댑터 (화이트)<24,590원>
네 번째 방법은 그래픽 카드 전원 커넥터 방향을 180도, 혹은 90도로 변환해 주는 '젠더'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 젠더는 원래 PC 내부를 튜닝할 때 자주 사용되는 부품으로 시중에는 약 3만 원 정도 제품이 가장 많다. 케이스 바깥쪽 방향으로 배치된 전원 케이블 커넥터를 아예 반대로, 혹은 케이스 아래나 위로 방향을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상당히 간편하면서도 PC 내부가 깔끔해지는 장점이 돋보인다.
한편으로는 RTX 50 시리즈부터 한없이 올라간 소비전력의 양 때문에 불안한 부분도 있다. 심지어 RTX 5090은 소비전력이 600W에 달한다고 하니 말이다. 참고로 180도 제품의 경우 그래픽 카드의 백플레이트나 방열핀 배치에 의해 사용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잘 보고 구입하자.
가능한 변화, 그리고 세대교체
RTX 50 시리즈의 전원 입력이 BTF 방식으로 바뀐 제품이 나오지 않는 한, 앞서 고민한 문제점들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200만 원 중반에 만만치 않은 부담스러운 가격이라 아주 큰 맘먹고 내지른(?) 소비자들 마음에 크나큰 충격이 될지도 모른다. 하여 RTX 50 시리즈를 구입하기 전 자신의 케이스 환경을 철저히 분석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사이드 패널을 못 닫는 초유의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미리미리 준비해서 마음의 상처는 받지 말자. 모두의 마음은 소중하니까!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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