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하면 떠오르는 게 있다. 달콤하고, 푹신한 나가사키의 명물. 바로 황금색 카스텔라다. 어디든 있지만, 명품은 따로 있다. 진짜 카스텔라 맛집 3곳을 찾았다.

유럽부터 나가사키까지 ‘슈가로드’
규슈는 일본 과자 역사에 있어 중요한 지역이다. 서양,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일본에 들어온 설탕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무역의 창구였던 나가사키와 고쿠라, 그리고 이를 잇는 슈가로드(Sugar Road, Nagasaki Kaido라고도 불림)를 통해 규슈 곳곳에 설탕이 퍼졌다.
나가사키 카스텔라를 비롯해 아루헤이토(설탕과 물만으로 만든 설탕과자), 자몽 절임(자몽 껍질을 설탕에 절인 간식), 잇콧코(반죽에 흑설탕을 넣어 구운 빵), 오코시(쌀+설탕으로 만든 과자) 등 다양한 과자가 발전한 건 당연한 흐름이다.
슈가로드에서 나온 것 중 가장 유명한 건 카스텔라다. 16세기 남만무역(16세기 중반, 17세기 초기 일본 상인과 스페인, 포르투갈, 중국, 유럽-아시아 혼혈 상인 간의 이뤄진 무역)을 통해 포르투갈의 볼로 데 카스텔라(Bolo de Castela)가 일본식으로 변형됐다. 푹신한 식감, 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누구나 좋아하는 간식이 됐다. 특히, 나가사키 카스텔라는 밑바닥에 설탕 알갱이가 박혀있는 것이 특징이다.
400년 노포, 후쿠사야
1624년에 창업한 카스텔라 전문점. 포르투갈 사람에게 카스텔라 레시피를 받아 오리지널 나가사키 카스텔라를 만들었고, 시대에 맞게 새로운 맛을 더하고 있다. 후쿠사야(Fukusaya)는 현지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나가사키 본점을 비롯해 도쿄 직영점, 후쿠오카 직영점, 전국 백화점과 상점을 통해 그들의 맛을 선보이고 있다.


많은 과자 중에 나가사키 카스텔라와 네덜란드 케이크, 후쿠사야 큐브, 수제 모나카, 스페셜 고산야키 카스텔라가 대표 메뉴다. 카스텔라의 경우, 좋은 품질의 달걀과 설탕, 물엿, 밀가루 등을 활용해 만든다.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아 유통기간이 짧은 생과자다.


이름부터 흥미를 유발하는 네덜란드 케이크는 카스텔라를 활용한 초콜릿 케이크다. 카스텔라 반죽에 코코아와 호두, 건포도를 토핑으로 올렸다. 기념품이나 선물용으로 좋은 건 오리지널 카스텔라와 후쿠사야 큐브다. 후자는 차, 커피에 곁들일 수 있는 앙증맞은 사이즈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큐브 디자인도 매력 포인트다.
차분한 다과 시간, 쇼칸도
메가네바시(안경다리)라는 나가사키 명소가 있다. 1630년대에 만들어져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아치형 석교로 알려져 있다. 이 다리 옆으로 유명한 과자점 쇼칸도(Shokando)가 있다. 특히, 달걀 노른자 5 : 흰자 3의 비율로 만드는 고산야키(Gosan-yaki) 카스텔라는 황실에 납품될 만큼 수준이 높다.


기본 카스텔라 라인은 100% 꿀, 설탕 등을 활용한 카스텔라, 카카오의 쌉싸름한 맛과 달콤한 풍미를 더한 초콜릿 카스텔라, 설탕의 단맛과 말차를 조합한 말차 카스텔라, 나가사키 대표 과일인 비파를 활용한 비파 카스텔라 등으로 구성했다. 이 밖에도 팥 앙금을 활용한 일본 화과자, 붉은 쌀을 활용한 특별 카스텔라도 있다.

현지인들은 쇼칸도 판매대 옆으로 준비된 카페 공간을 선호한다. 예약이 필요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 카스텔라와 차 세트를 경험할 수 있다. 조각 카스텔라와 말차, 교쿠로(녹차), 호지차 등을 조합해서 즐길 수 있다. 먼저 카페에서 쇼칸도의 맛을 즐긴 후, 마음에 드는 것만 구매하면 된다.
나가사키를 떠나기 전에, 분메이도
1900년에 창업한 과자 가게로,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다. ‘분메이도의 카스텔라’라는 광고 문구로도 유명하다. 대표 상품은 단연 카스텔라다. 황금색 카스텔라의 색감을 내기 위해 농장과 협업해 카스텔라 전용 달걀인 남만란(南蛮卵)을 사용하고 있다.

적당한 당도와 쫀득한 식감도 특징이다. 카스텔라는 오리지널, 말차, 초콜릿 3가지 맛이 있다. 또 카스텔라 롤, 미카사야마(도라야끼와 비슷한 화과자), 레몬케이크, 양갱 등도 분메이도의 자랑거리다.


나가사키에서는 여행을 마무리할 때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 나가사키역에 있는 상점가 카모메 시장(Kamome Marketplace)과 나가사키역 맞은편에 지점이 있으니 말이다. 대체로 나가사키 카스텔라는 달걀의 고소함과 단맛이 중심이라 1~2조각 먹었을 때 만족감이 가장 높다. 따라서 조각 카스텔라 상품을 사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참, 나가사키에 있는 본점과 지점은 대부분 판매 위주이고, 신기하게 도쿄에 있는 2개 지점이 카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나가사키+
설탕이 모이는 절, 소후쿠지
중국과 교류가 많았던 지역이라 중국 색이 짙은 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가지정 중요문화재인 소후쿠지(Sofukuji Temple, 崇福寺)도 그렇다. 1629년 창건된 사찰로, 중국 푸젠성 푸저우 출신들이 중심이 됐다. 이들이 사찰에 설탕을 자주 기부해 일본 설탕 문화 발전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가사키의 매력적인 노면전차를 타고, 소후쿠지 정류장에 내리면 쉽게 올 수 있다. 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붉은색 ‘삼문’이다. 사찰의 상징이기도 한 삼문을 보면 중국 성격이 강한 걸 확인할 수 있다. 재밌는 건, 대웅전과 다이잇폰문, 마조문 등 주요 건물은 주국에서 재료를 가공한 뒤 옮겨와 중국인 기술자가 세웠다.

그런데 가장 중국적인 삼문은 일본인 기술자가 만들었다고 한다. 삼문을 지나 약간의 계단을 올라가면 대웅전도 나온다. 사찰 규모가 큰 편은 아니라서 가볍게 구경하고 다른 일정으로 여행을 이어가면 된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