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HYTE),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알고나면 무심코 지나가기 어려운 존재감을 과시한다. 누군가는 처음 마주했을 때 시선을 빼앗겼다고 말한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퍼지는 은은한 조명, 곡선을 따라 흐르는 부드러운 라인, 그리고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디지털 감성을 품은 파격적인 디자인이지만 어느사이 마니아층을 넘어 일반 소비자의 감정까지 흔들어 놨다.
애초에 단순한 PC 하드웨어 브랜드라는 편견은 어울리지 않았다.
출발은 미국이지만, 정체성은 단순히 기술력으로 설명하긴 힘든 브랜드다. 오히려 라이프스타일과 문화, 감성을 다룰 정도로 영향력이 방대하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하이트 본사 Regina ZhaoAPAC Business Development Manager 와 Felix ChouAPAC Marketing & Community Manager는 "우리는 팝 브랜드입니다. 다른 브랜드가 감히 하지 않는 일을 합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두 매니저의 당돌한 선언은 허언이 아니다. 세계 최초의 터치스크린 케이스부터, 5인치 편집 가능한 LCD를 탑재한 수랭 시스템까지, 매번 시장의 상식을 벗어났다.
▲ (사진 좌측부터) Regina ZhaoAPAC Business Development Manager, Felix ChouAPAC Marketing & Community Manager
하지만 진짜 경쟁력은 '대담함'이다. 제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개월에서 2년 이상을 투자하며, 디자인과 기능 사이에서 타협하지 않는다. 필요한 경우 원가도 무시한다. 예컨대 Y60 케이스의 상단 커버는 색감의 완벽한 일치를 위해 이중 구조로 설계되었고, Riser Cable 하나에도 보호 가이드와 마감 디자인이 정교하게 더해졌다. HYTE의 팬 제품인 FP12는 비선형 연결 방식과 고가의 LCP 팬 블레이드를 택하며, 사용성과 디자인 두 가지 모두를 놓치지 않는다.
이들의 신념은 단호하다. "우리는 보기 좋지 않거나 쓰기 불편한 제품은 만들지 않습니다."
덕분에 하이트의 제품은 단순한 조립 부품이 아닌, 하나의 '작품'에 가깝다는 평을 받는다.
하이트의 정체성은 디자인과 성능이라는 두 축 위에서 균형을 이루되, 그 너머에 있는 감성적 연결까지 아우른다. HYTE는 이를 'Connected Experience'라 설명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조화를 이루며,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HYTE가 추구하는 철학이란다.
심지어 R&D 팀은 "우리의 디자인은 건축, 가구, 사용자 피드백, 때로는 전혀 관계없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까지,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라고 말할 정도로 편견 없이 세상을 본다. 그래서일가? 그간 선보여온 제품은 단순한 조립 부품이 아니라, 일상의 한 장면을 재구성하는 하나의 '오브제'처럼 존재한다.
과감한 시도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지난 2021년 창립 이후 매년 100% 성장을 이어온 HYTE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고, 아시아 시장에서는 한국이 가장 빠르게 반응한 국가로 손꼽힌다. 실제로 한국 시장에서 HYTE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글로벌에서도 손에 꼽힌다. 아직도 왜 '서브컬쳐의 본진인 일본' 이 아닌 한국인가? 라는 의구심에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영원히 답을 못 찾을 지도 모른다.
특히 Y60은 한국 출시와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유튜버 케이스'라는 별명까지 붙으며 콘텐츠 제작자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등장한 Y70 Touch는 여전히 독보적인 인기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사실상 경쟁 제품이 없는 상태에서 HYTE는 컬러 라인업을 확장하며 소비자의 감성과 취향을 정조준했다. 특히 하이트 특유의 투명한 패널과 내외부를 감싸는 조명의 연출은 '작동하는 순간부터 인테리어가 완성된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하지만 열거한 인기를 단순히 판매량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두터운 팬덤 사이에서 HYTE는 하나의 '수집 대상'이자 '문화'다. 외국에서는 한정판 케이스에 포함된 캐릭터 족자를 받기 위해 두 개의 케이스를 구매하는가 하면, 포장을 뜯지도 않고 전시용으로 보관하는 이들도 있다. 누군가는 족자를 걸어두고, 다른 하나는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책장 속에 간직한다.
"진짜 팬은 두 개를 삽니다. 하나는 걸어두고, 하나는 보관용이죠."
이처럼 HYTE는 단순히 제품이 아닌, 브랜드와의 감정적 유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것은 하나의 세계관이며, HYTE가 단순히 케이스만 파는 회사가 아님을 증명하는 방증이다.
▲ 평범한 AMD AM5 소켓가이드를 만들어도 하이트가 만들면 왠지 사고 싶어진다.
사실 모든 현상이 전략적으로 의도됐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일찌기 게임, 애니메이션, Vtuber, 스트리머 등과의 협업을 통해 하이트는 젊은 세대와 강한 감정적 접점을 만들어왔다. 심지어 본사 마케팅팀에는 게임 산업 출신이 포진해 있으며, 이들은 각국의 문화적 감수성을 세밀하게 파악한 뒤 제품에 녹여낸다.
"일본 애니메이션과의 협업 제품이 미국에서 두 배 이상 더 팔렸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통해, 이들의 크로스컬처 전략이 얼마나 정교한지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서린씨앤아이와 손잡고 현지화를 강화하고 있다. HYTE는 단기적으로 한국 맞춤형 SKU 제작, KOL과의 협업, 프리인스톨 팬 모델 등의 로컬 피드백을 반영한 제품군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서린의 SI 사업과 연계하여 더욱 다양한 제품 선택지를 제공하고, HYTE 브랜드의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하이트 브랜드 총괄은 말했다. "한국 시장은 단순한 소비 시장이 아니라, 브랜드의 성장을 함께 그려가는 파트너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면, HYTE가 단지 '팔리는 제품'을 만들어서가 아니라, '사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를 설계한다는 점이다. 디자인에서 기능으로, 기능에서 감성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HYTE는 '차별화'라는 단어를 그들 브랜드의 언어로 만들었다. 그리고 조만간에 더욱 섬세한 감성을 담은 새로운 시리즈의 케이스도 공개를 예고했다. 그 시기는 오는 5월 열리는 컴퓨텍스 2025 현장이다. 기존 제품보다 더 부드럽고 중성적인 매력을 담아낼 것이란다.
어떻게 설명을 해도 하이트를 명쾌하게 정의할 순 없다.
하지만 HYTE의 경쟁력은 결국 다음 질문 하나로 귀결된다. "우리는 이 시장에서 어떤 경험을 만들 것인가?" 그것은 고가의 소재나 대담한 외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품을 생각하고 구현하는 고집이다. 덕분에 브랜드 방향성이 명확하고, 철학이 흔들리지 않으며, 무엇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자율을 부여하는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HYTE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감히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을 실현해 그들의 경계를 넓혀갈 것이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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