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의 마지막 보루, SED 암호화 드라이브
보안이라는 말이 단지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넘어, 이제는 하드웨어 그 자체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세계보안엑스포 2025의 한 편,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는 울림을 주는 발표가 있었다. 대한CNI의 우종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씨게이트의 SED(Self-Encrypting Drive)와 FIPS(Federal Information Processing Standards) 암호화 디스크를 중심으로, 물리적 기반의 보안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프레젠테이션의 첫 마디에서 질문을 던졌다.
“단지 소프트웨어 암호화만으로 당신의 데이터를 지킬 수 있을까요?”
질문은 곧 현실이 되었다. 지금 우리의 노트북, 서버, 포터블 저장장치는 디지털 흔적을 남긴다. 누군가의 손에 넘어간 그 하드디스크에는 복구 가능한 로그와 메타데이터가 존재하고, 이는 개인의 민감한 정보로 이어질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SED는 존재 이유를 갖는다.
우종현 CTO는 단순히 기술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왜 기술이 다시 주목받는지를 사회적 변화 속에서 짚어냈다.
“디스크는 사실 10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디지털 포렌식 기술의 발전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면서 그 중요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SED는 소프트웨어를 거치지 않는다. 데이터를 드라이브에 쓰는 순간, 내부에서 즉시 암호화된다. 외부 해커는 물론, 포렌식 장비를 동원해도 인가받지 않은 접근은 무의미하다. 심지어 디스크를 해킹하거나 분해하려 시도하는 순간, 내부 데이터는 완전히 초기화돼버린다. 마치 “당신이 아닌 누구도 열 수 없는 자물쇠”와 같다.
게다가 암호화 드라이브는 단지 기능적 측면에서만 뛰어난 것이 아니다. 그는 청중에게 제품을 보여주며 말했다. “보세요. 외관부터 다릅니다. 암호화 드라이브에는 고유 식별 ID가 있고, 종이 라벨은 인증 제품임을 뜻하죠.”
또한 드라이브는 FIPS 140-2 표준을 만족한다. 미국과 캐나다의 연방기관에서 채택하고 있는 표준은, 암호화 알고리즘의 안전성은 물론 물리적 보안까지 감안해 인증한다. 디스크를 강제로 열려고 하면 초기화되어 버리고, 디지털 흔적은 남지 않는다. NSA(미국 국가안보국)조차 기술을 권장하고 있을 정도다.
“디스크를 빼서 다른 PC에 꽂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보이지도 않고, 인식되지도 않죠. 내 승인 없이는 절대 열리지 않습니다.”
말미에 그는 실물 드라이브를 예시로 설명했다. ST4000으로 시작되는 씨게이트의 FIPS 인증 디스크가 대표적이며, TCG 엔터프라이즈 또는 OPAL 2.0 규격에 따라 전체 디스크를 암호화하거나 데이터 부분만을 선택적으로 암호화할 수 있다. 기업과 개인이 요구하는 보안 수준에 따라 맞춤 설정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우 CTO는 덧붙였다. “실제 정부기관에서도 이 디스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증키나 민감한 파일을 이 디스크에 저장하면, 그 누구도 복제하거나 탈취할 수 없죠. 이런 기술은 사실 이제 필수입니다.”
기술은 점점 정교해지고 있고, 침해도 그만큼 교묘해지고 있다. 그렇기에 오히려 단순하고 물리적인 방식의 보안이 다시 주목받는다. 그것은 마치 가장 복잡한 문제의 해답이, 처음부터 우리 손안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우종현 CTO는 끝으로 덧붙였다. “개인 사용자도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가격 차이는 거의 없거든요. 누군가에게는 몇만 원의 차이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수천만 원의 손실을 막는 차이일 수 있습니다.”
암호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데이터가 곧 자산이 되는 시대, SED는 단단한 금고이자 최후의 보루가 된다. 새로운 기술이 앞으로 개인의 삶, 나아가 공공기관과 산업 전반에 어떤 형태로 스며들지 우리는 이제 막 시작점에 서 있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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