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라는 이름의 유래는 ‘와리(wari)’에서 비롯되었다. ‘와리(wari)’는 산스크리트어로 ‘공양(供養)’을 뜻한다. 발리 사람들은 하루 3번, 아침, 점심, 저녁으로 캄보자 꽃(플루메리아)이나 사탕, 열매, 나뭇잎, 담배, 돈 등을 담은 ‘와리’를 준비한다. 신을 위한 공양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오가는 어느 길거리부터 채소 겉잎이 아무렇게나 버려진 시장통, 가정집, 하다못해 최고급 리조트 곳곳에서도 누군가의 와리를 만날 수 있다. 행여나 누군가의 와리를 짓밟거나 훼손해서는 안 된다. 그 마음까지도 ‘와리’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 깊은 믿음의 발리에서 훼손된 와리를 볼 수 있는 곳이 딱 한 곳 있다. 바로 원숭이가 있는 사원이다.

울루와뚜 절벽사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발리 북동쪽 아궁산 중턱, ‘베사키 사원(Besakih Temple)’ 다음으로 중요시 여겨지는 사원이다. 75m에 달하는 절벽 위에 자리한 이곳은 사원 전체를 3등분으로 나누어 어둠의 세상, 현세, 기도처로 구분한다. 바다를 지키는 신인 ‘루드라(Rudra)’를 섬기며, 사원의 시작은 11세기경으로 추정된다.

이토록 신성한 곳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단 한 가지, 바로 원숭이의 도벽이다. 울루와뚜 절벽사원에는 300여 마리의 원숭이가 산다. 캐나다 레스브리지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이곳의 원숭이들은 관광객의 소지품 중 고가품을 구별해 낼 수 있는 지능을 지녔다. 사람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판단하고, 그것을 훔친 뒤 음식과 교환한다. 이 연구는 사원 내 원숭이와 관광객 간의 행동 패턴을 무려 273일 동안 분석한 결과다.
원숭이에게 강도당한 여행객의 비명을 들은 사원 직원이 먹이와 물건을 협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7분, 최장 25분. 만약 원숭이가 당신의 물건을 강탈했다면, 이 역시 와리겠거니, 체념하는 게 안전하다. 괜히 물건을 찾겠다고 다가가면 목줄을 쥔 원숭이만 자극할 뿐이다. 간식 봉투를 든 협상사, 사원의 직원을 조용히 기다리자.

그렇다면 도대체 발리 사람들은 왜 이런 원숭이들의 만행을 방치하는 것일까. 힌두교에서 가장 유명한 서사시는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다. 그중 ‘라마야나(Ramayana)’의 주인공, ‘라마’의 오른팔이자 헌신적인 숭배자가 ‘하누만’이라는 원숭이다. 하누만은 <서유기>의 손오공보다 몇천년은 앞선 신화 속 원숭이며, 힌두교에서는 대중적인 신이다. 그래서 발리 사람들은 원숭이를 신성한 동물로 여긴다.
울루와뚜 절벽사원에서는 해가 질 무렵 ‘라마야나’의 전설을 표현하는 케짝댄스(Kecak Dance) 공연을 선보인다. 원숭이 군단 역할을 하는 100여 명의 남자들이 등잔불 주위를 둘러싸고 ‘케짝 케짝’ 합창한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이 춤은 어떠한 악기의 도움 없이 남자 무용수들이 만들어 내는 아카펠라의 리듬 소리에 의지하며 공연 후반부 신들린 무용수가 불 위에 맨발로 올라가 추는 춤사위가 절정이다.
Anantara Uluwatu
아난타라 울루와뚜
빠당빠당(Padang Padang)은 발리 울루와뚜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이다. 줄리아 로버츠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촬영지. 해변이 참 아름다운데, 정작 눈길은 다른 곳에 머물게 된다. 세상이 이렇게나 불공평했다니. 해변에 울루와뚜 파도처럼 길고 도발적인 서퍼들이 가득하다.

울루와뚜는 절벽 지형이기 때문에 파도가 중간에 끊기거나 부서지질 않는다. 빠당빠당 비치는 서핑의 성지로 꼽히는 ‘임파서블 비치(Impossible Beach)’로 이어지는데, 이쯤부터는 눈빛이 그윽해질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나 보던 서퍼들이 바다로 나선다. 발리의 보석들이 울루와뚜의 붉은 노을을 가른다. 그 풍경에 스며들며 조용히 그들의 몸짓에 눈을 맡길 뿐이다. ‘울루(Ulu)’는 끝을, ‘와뚜(Watu)’는 바위를 의미한다. 인도양을 향해 솟아오른 거대한 절벽 아래로 끝없는 바다가 펼쳐지고, 그 바다 끝으로 해가 넘어가기 때문에 노을이 유독 붉게 번진다. 인도양의 끝자락. 울루와뚜의 저녁은 파도도, 바다도, 사람도 붉게 물들인다.

임파서블 비치를 가장 완벽하게 바라보는 방법은 ‘아난타라 울루와뚜’에 투숙하는 것이다. 직각으로 몰아치는 거센 파도의 끝 지점 위에 위치한다. 총 72개의 객실은 절벽 위 계단식으로 설계되어 가리는 부분 없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스위트의 경우 84m2의 넉넉한 크기고 발코니에는 2인용 자쿠지가 마련되어 있다. 42인치의 TV, 보스(Bose) 사운드바 등 편의시설도 꼼꼼하게 구성했다. 메인 풀에서 임파서블 비치를 바라보면 바다와 하늘, 그 이외 것들은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 울루와뚜의 파도를 가장 명확히 바라볼 수 있는 리조트다.

웰니스 시설도 빼놓을 수 없다. 총 4개의 싱글 트리트먼트룸과 1개의 커플 트리트먼트룸을 갖추고 있는 아난타라 스파(Anantara Spa)를 비롯해 24시간 운영되는 피트니스 센터, 주 2회 요가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Editor’s Pick
Restaurant in Uluwatu

360 Rooftop Restaurant
360 루프톱 레스토랑
아난타라 울루와뚜 최상층에 자리한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인도네시아 음식뿐만 아니라 햄버거, 파스타 같은 런치 메뉴도 함께 제공한다. 인도네시아 스타일 돼지고기 요리인, 삼발 마타(Sambal Matah)는 반드시 먹어 봐야 하는 메뉴. 튀긴 돼지고기와 매콤하고 상큼한 삼발소스가 환상적인 조합을 자랑한다. 정통 발리 향신료로 끓인 양념 닭고기, 아얌 베투투 지아냐르(Ayam Betutu Gianyar)도 추천. 로브스터를 넣고 끓여 낸 멘야트낫(Menyatnyat)도 좋은 선택지다. 코코넛 밀크를 곁들인 카레맛이 감돈다.

SONO Teppanyaki
소노 데판야끼
신선한 발리의 해산물을 기반으로 선보이는 데판야끼 레스토랑. 데판야끼에서 재료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셰프의 역량이다.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보는 이의 오감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재료를 고르면 현란한 손놀림으로 철판에서 구워 준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셰프만의 화려한 퍼포먼스는 예술 공연을 감상하는 마음으로 즐기면 된다. 이곳의 블랙 앵거스 안심과 짐바란에서 나는 로브스터 구이의 조합은 반드시 먹어 봐야 할 하이라이트. 계란과 마늘을 가득 넣고 철판에서 빠르게 볶은 밥도 매력적이다.

Sea fire Salt & Botol Biru Bar
씨 파이어 솔트 & 보톨 비루 바
임파서블 비치를 바로 앞에 둔 클리프 사이드 레스토랑. 씨 파이어 솔트는 그릴드 다이닝이며 아난타라의 시그니처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늦은 저녁, 이곳에 앉아 울루와뚜의 파도 소리를 듣고 있으면 부러울 게 없다. 아래쪽으로 보톨 비루 바(Botol Biru Bar)가 자리해 칵테일 라인도 상당히 괜찮다. 추천 메뉴로는, 애피타이저로는 구운 문어 샐러드.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메인으로는 양고기와 돼지갈비, 새우, 바라문디(농어), 롬복 조개 등이 히말라야 소금 위 터프하게 얹어 나오는 바비큐 플래터를 추천한다. 삼발 소스와 궁합이 좋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