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 PC 시장을 뒤흔든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단연 AMD 라데온 RX 9070의 등장이다. 그동안 AMD 라데온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 지포스의 강세에 밀려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불운의 GPU'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RTX 50 시리즈가 다소 과감(?)한 가격 정책을 펼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여가던 그 시점, AMD는 RX 9070과 RX 9070 XT라는 신제품을 전격 공개하며 시장의 흐름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가격이다. MSRP만을 신봉하던 소비자조차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합리적인 국내 출시가로 등장했으며, 1440p와 4K 해상도에서의 성능은 약 150달러 이상 비싼 지포스 RTX 5070 Ti와 비슷하거나 일부 게임에선 근소하게 앞서는 수준이다. 그 결과 초기 물량은 빠르게 완판되며 단숨에 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른바 프리미엄 가격이 붙어 초기 출시가의 매력이 사라졌고, 품절 사태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늘어나는 추세다. 거기에 오랜 기간 엔비디아에 익숙해진 사용자 입장에선, 라데온으로의 전환이 심리적 장벽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다. 기능명은 물론, 소프트웨어 운용 방식까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따른다.
그래서 이번 기사에선 엔비디아 사용자들이 흔히 사용하던 기능들이 라데온에서는 어떤 이름과 방식으로 바뀌는지, 실제로 대체가 가능한지 등을 하나하나 비교해가며 정리해 볼 예정이다. 이미 AMD 소프트웨어 : 아드레날린 에디션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굳이 읽지 않아도 되겠지만, 라데온은 처음이라 막막한 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가이드가 될 것이다.
붉은색의 첫만남, 설치는 똑같다.
AMD 소프트웨어 : 아드레날린 에디션과 엔비디아 앱은 각자 자사의 그래픽카드 사용자들을 위한 통합 관리 도구로, 기능은 유사하지만 접근 방식과 기술 용어, 그리고 인터페이스 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드라이버와 통합되어 설치된다는 점은 엔비디아 앱과 동일하다. AMD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아 설치하자.
창 좌측에 메뉴를 몰아넣은 엔비디아 앱과는 달리 AMD 소프트웨어 : 아드레날린 에디션의 초기화면은 요약 메뉴가 창 전체에 산재한다. 초보자나 엔비디아만 썼던 사용자라면 살짝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리 어렵지 않고, 오히려 일목요연하게 요약해 주는 효과가 있어 더 만족스럽다.
1. 화면 녹화와 스트리밍 기능
[엔비디아 ShadowPlay] → [AMD 라데온 ReLive]
녹화와 스트리밍 기능은 AMD 라데온 ReLive가 엔비디아의 ShadowPlay를 대체한다. 라데온 ReLive는 실시간 게임 캡처, 스트리밍, 인스턴트 리플레이를 지원하며, 특히 CPU 점유율이 낮고 영상 압축 효율이 좋아 장시간 녹화에 유리하다. [초기화면]→상단 [녹화 및 스트림]으로 들어가면 해당 항목이 펼쳐진다. 하위 메뉴 중 [녹화] 항목에서는 전체 화면을 모두 녹화할 건지 [지역]이라 표시되는 특정 창만 녹화할 건지 선택하고 마이크, 카메라 선택도 가능하다. 거기에 마이크 녹음 레벨, 누를 때만 마이크가 작동하는 '토크백'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더불어 [라이브 스트리밍] 서브 메뉴에서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선택 후 녹화 기능과 비슷하게 설정해 라이브로 방송까지 가능하다. 그리고 [설정] 서브 메뉴에서는 녹화, 스트리밍에 대한 각종 설정 항목이 나온다. 예를 들어 비디오 비트 전송률 게이지로 화질을 설정하고 녹화 해상도, FPS까지 결정할 수 있다.
2. 실시간 성능 모니터링
[엔비디아 오버레이] → [라데온 메트릭]
현재 플레이되고 있는 게임 화면 위에 CPU, GPU, FPS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뿌려주는 오버레이 기능도 당연히 존재한다. 엔비디아에서는 오버레이 항목으로 바로 들어가면 되지만, AMD 소프트웨어 : 아드레날린 에디션에서는 [성능]→[메트릭] 항목에 들어가면 상세 설정 창이 나온다. 화면 오른쪽에 치우친 메뉴가 오버레이를 설정하는 곳이다. 엔비디아 앱은 ALt+Z 단축키로 게임 화면 위에서 오버레이를 설정하지만, AMD 소프트웨어 : 아드레날린 에디션은 해당 창에 있는 메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게 차이점이다.
표시할 수 있는 항목은 거의 동일하다. CPU와 GPU의 사용률, 온도, 현재 게임에 출력되는 화면의 FPS, 지연율, 시스템 메모리 사용량 등이다. 다만 엔비디아 오버레이는 게임 화면 위에서 진행하다 보니 변경된 항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AMD 소프트웨어 : 아드레날린 에디션은 메트릭 창으로 전환한 후에 변경하므로 듀얼모니터가 아니고서는 실시간으로 확인이 어렵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체크 항목과 성능, 그리고 로깅 같은 부분에서는 거의 동일한 모습이다.
업스케일링 기술
[엔비디아 DLSS-Super Resolution] →
[라데온 FSR- Radeon Super Resolution]
엔비디아 앱은 게임별, 혹은 전역 성능 최적화를 위해 따로 구동되었던 지포스 익스피리언스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것에 가장 큰 의미를 둔다. 게임이나 응용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검색, 세부 그래픽 설정을 달리 저장할 수 있었다. 물론 수동으로 세밀한 조정도 가능하지만, 성능과 품질 사이의 게이지 조작을 통해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작업이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였다. AMD 소프트웨어 : 아드레날린 에디션은 이런 게임별 성능 최적화 기능을 AMD HYPR-RX라는 이름으로 라데온 소프트웨어에 포함시켰다.
프레임 생성
[엔비디아 DLSS-Frame Generation] →
[라데온 AMD Fluid Motion Frames]
요즘 가장 핫한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업스케일링 기술인 엔비디아의 DLSS 중 Super Resolution이 여기서 AMD FSR(FidelityFX Super Resolution)의 라데온 Super Resolutiond으로 대체된다. 낮은 해상도로 게임을 렌더링한 후 고해상도처럼 보이게 업스케일 기술이다. 거기에 그래픽코어로 실시간 프레임 생성을 통해 FPS를 올리는 Frame Generation은 AMD Fluid Motion Frame으로 대체된다. 거의 2배로 '뻥튀기'할 수 있는 기능이라 많은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는 기능이기도 하다.
게임 성능 최적화
[엔비디아 자동 최적화] → [AMD HYPR-RX]
AMD 소프트웨어 : 아드레날린 에디션은 본래 엔비디아 앱처럼 자동으로 게임 최적화를 해주는 기능이 없었지만, 2023년 7월 최초 등록된 AMD HYPR-RX의 기능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 클릭 한 번으로 활성화하면 Radeon Anti-Lag, Boost, FidelityFX Super Resolution, Fluid Motion Frames 등 주요 성능 향상 기능이 자동으로 적용된다.
AMD HYPR-RX는 엔비디아의 게임 자동 최적화 기능보다 더 적극적으로 하드웨어와 드라이버를 조정하여 체감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중저사양 PC 사용자들에게는 별도의 세부 조정 없이 간편한 성능 향상을 제공하는 것이 큰 강점이다. 다만, HYPR-RX에 포함된 일부 기능은 모든 게임에서 동작하지 않거나 호환성 문제로 인해 예외가 발생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세부 설정을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남아 있다. 그밖에 드라이버와 게임, 그리고 모니터 간 지연 현상을 최소화시키는 엔비디아 Reflex는 AMD Anti-Lag로 대체할 수 있고 [RTX 다이나믹 선명도]는 [라데온 Image Sharpening]으로 대체 가능하다.
오버클럭 기능
[엔비디아 자동 조정] → [AMD 튜닝]
마지막으로 오버클럭 기능은 용어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우선 엔비디아 앱과 AMD 소프트웨어 : 아드레날린 에디션 모두 기본값과 자동 오버클럭 모드를 지원한다는 점은 같다. 문제는 완전 수동 조정 모드다. 엔비디아는 '성능 한계'라는 항목으로 최대 전압, 최대 전력 소모량, 목표 온도, 목표 팬 속도 항목을 조절하는 게이지를 제공한다. 반면 AMD 소프트웨어 : 아드레날린 에디션은 GPU 튜닝에서 클럭 속도(MHz)를, VRAM 튜닝에서 메모리 타이밍을 조절할 수 있다. 엔비디아 앱보다 더 세밀하고 다양하게 메뉴를 제공한다. 옆의 팬 튜닝에서는 쿨링팬의 RPM. 속도를 조절하고 전원 튜닝에서 전력 제한 퍼센트를 게이지로 설정한다. 예전 WattMan의 기능을 이 라데온 소프트웨어로 그대로 이동한 결과라 생각된다.
웰컴 투 라데온, 소프트웨어부터 마스터하자~!
종합적으로 보면 AMD 소프트웨어 : 아드레날린 에디션은 다양한 성능 향상 기능을 보다 직관적이고 통합된 방식으로 제공하여, 고급 사용자보다는 일반 사용자와 게이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다만 일부 최신 기능의 호환성, 고급 설정 부족, 그리고 간헐적인 안정성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으며, 라데온 그래픽카드로 넘어와야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RX 9070 시리즈의 성패에 운명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엔비디아에서 라데온으로 넘어온 유저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도 바로 AMD 소프트웨어: 아드레날린 에디션이다. 아직까지 드라이버 안정성 면에서는 엔비디아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은 상황이지만, AMD는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RX 9070 시리즈의 흥행을 이어가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그만큼 이 소프트웨어는 라데온 사용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든든한 파트너가 아닐까 싶다. 초강세를 이루고 있는 엔비디아가 만들어 놓은 세상 속에서, '라데온'이라는 미개척지로의 여정에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AMD 소프트웨어: 아드레날린 에디션. 지금부터 그 라데온 월드의 문을 함께 열어보자.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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