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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향기

    '디저트 배'는 진짜였다! 당신 뇌 속의 달콤한 속삭임

    2025.04.21. 15:10:39
    읽음670 댓글3
    식사를 마치고 분명히 배가 부른데도, 디저트를 보면 갑자기 내 안의 또 다른 존재가 식욕을 억제하지 못해 꿈틀대기 시작하는 신비롭고 놀라운 경험. 이 꿈 같은 일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벌어지곤 한다. 이중인격자도 아니오, 어느 슈퍼히어로 영화에서처럼 식탐으로 가득한 외계 빌런을 몸속에 품은 이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렇다. 두말하면 입 아플 만큼 흔하디흔한 일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이게 다 내 안에 숨겨진 단 음식 저장공간, ‘디저트 배’를 채우기 위한 본능이라고. 인정하긴 싫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을 적는 나도 지구에 거주하는 80억 인구 중 한 명이니까 말이다. 나 또한 열에 여덟, 아홉 번은, 배부르게 밥을 먹은 후에도 초콜릿 쿠키 하나를 급히 입에 까 넣으며, 라면 한 그릇을 국물째로 뚝딱 해치우고 난 후에도 군것질거리 서너 개쯤은 입에 쉽게 털어 넣기 일쑤이다.
    사진 1. 최근 배가 불러도 디저트를 보면 식욕이 생기는 이유가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Shutterstock
    이 ‘디저트 배’와 관련한 설은 언제부터인지조차 모르게, 오랜 기간 우리의 뇌리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이를 증명할 수 없는 진리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최근의 한 연구 결과가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세상에 드러나기 전까지는 적어도 그렇게 여겨왔다.
    배불러도 디저트를 먹는 건, 뇌가 짠 각본대로였다
    우리에게 놀라움을 선사한 연구팀은 독일 쾰른 막스 플랑크 신진대사 연구소의 헤닝 펜셀라우 박사팀이었다. 그들의 연구는 지금껏 우리가 마치 신앙처럼 오롯이 믿고 있던 이 오랜 민간 속설에 놀라운 과학적 근거를 제공했다. 이제 우리는 디저트 배가 단순한 농담 혹은 믿음이 아닌, 뇌의 특정 영역이 만들어 내는 ‘실제 현상’임을 알게 되었다.
    연구팀이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미스터리물이었다. 배가 부르게 식사를 마친 생쥐들에게 설탕을 주었을 때, 그들은 마치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처럼 또다시 설탕을 탐했다. 연구팀은 이 기이한 현상의 원인을 좀 더 깊이 파고들었고, 그 결과 뇌에서 포만감을 담당하는 프로오피오멜라노코르틴(POMC) 신경세포의 이중적 행동을 발견했다.
    사진 2. 실험 쥐는 식사를 마친 후에도 설탕을 탐했다. 이는 당분이 귀한 에너지원인 만큼, 뇌는 배가 불러도 당분을 섭취하도록 지시하기 때문이다. ⓒShutterstock
    이 POMC 신경세포는 원래 배가 부를 때 ‘이제 더 먹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곤 한다. 하지만 설탕이 들어오면 이 세포는 마치 이중간첩처럼 행동한다. 한편으로는 포만감 신호를 보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β-엔도르핀이라는 체내 마약성 호르몬을 슬그머니 분비하는 것이다. 이 호르몬은 뇌의 아편 수용체에 작용해 다음과 같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건 먹어도 되는 거야. 아니 먹어야만 해. 먹으라. 섭취하라.”
    생쥐의 뇌 속에서 벌어지는 이 모순된 지령들은 마치 한 나라의 국방부와 외교부가 동시에 상반된 정책을 발표하는 것과 같았다. 한쪽에서는 ‘음식의 침입에 당당히 맞서자’고 외치고, 다른 쪽에서는 ‘달콤한 것은 예외이니 이번 한 번쯤은 너그럽게 받아들이자’라고 속삭였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생쥐의 자제력은 무력해지고, 결국 디저트의 유혹에 굴복하고 말았다. 설탕을 위한 VIP 전용 통로가 뇌에 따로 마련되어 있던 것처럼 말이다.
    왜 그들의 뇌는 이렇게 설계되었을까?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이 모든 것이 이해된다. 자연 상태에서 당분은 귀한 에너지원이었다. 꿀이나 과일과 같은 단 음식은 빠르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귀중한 자원이었기에, 이를 발견했을 때 이미 배가 불러도 최대한 섭취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그들의 뇌는 수백만 년에 걸쳐 이런 방식으로 프로그래밍 되었다. 생존하기 위해서,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는 위급 상황에서 더욱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다. 펜셀라우 박사 또한 이에 대해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설탕은 자연에 흔치 않지만 먹으면 에너지 보상이 빠르다”며 “뇌는 설탕이 있으면 그때마다 먹도록 프로그램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디저트를 참기 힘든 건 당신 탓이 아니다!
    연구팀은 이 현상이 인간에게도 적용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람들에게 튜브로 설탕을 투여하면서 뇌를 스캔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생쥐와 동일했다. 사람의 뇌에서도 포만감 신경세포와 가까운 영역에 β-엔도르핀이 작용하는 아편 수용체가 많이 분포해 있었고, 설탕 섭취 시 이 영역이 활성화되었다.
    이 발견은 단순히 우리의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펜셀라우 박사는 “이 연구 결과는 비만 치료에도 중요할 수 있다”며 “뇌의 아편 수용체 차단 약물은 식욕 억제 주사보다 체중 감소 효과가 작지만, 이를 다른 치료법과 병용하면 매우 유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디저트 배를 과학적으로 제어하는 방법이 개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를 알게 된 지금, 우리는 마음가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식사 후 디저트를 찾는 자신을 더 이상 자책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수백만 년에 걸쳐 형성된 뇌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태의 초기 발생 원인이 다행히도 우리 개개인의 나약함은 아니라는 뜻이다.
    사진 3. 사람의 뇌도 생존을 위해 배가 불러도 설탕을 섭취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에 식사 후 디저트를 찾는 자신을 나무랄 필요는 없다. ⓒShutterstock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이 메커니즘을 인식하고, 현대 사회에서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우리는 이 디저트 배를 완전히 무시할 수도, 또 완전히 따를 수도 없을 것이다. 대신 때로는 작은 디저트로 이 욕구를 충족시키고, 때로는 의식적으로 이를 조절하는 균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결국 이 연구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 몸과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 디저트 배는 실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항상 우리의 선택을 지배할 필요는 없다.
    다음번에 당신이 배부른 식사 후 디저트의 유혹 앞에서 망설일 때, 이제 당신은 분명 기억할 것이다. 그것은 당신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뇌 속에서 β-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이 아편 수용체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제 그 사실을 알게 된 당신은, 과학을 이해하는 한 인간으로서 디저트를 먹을지 말지를 조금 더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디저트 배의 비밀을 밝혀낸 펜셀라우 박사팀의 연구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소소한 결정조차도 깊은 과학적 원리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글 : 권태균 청주대학교 에너지융합공학과 교수, 일러스트 :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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