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항으로 가까워진 일본 소도시 사가. 온천과 도심 여행이 매력인 지역이다. 여행 준비의 첫걸음은 숙소 선정이다. 사가를 잘 느낄 수 있는 3곳의 둥지를 모았다.

삼나무가 전하는 힐링
온크리
사가에는 특별한 온천이 있다. 같은 현에 우레시노와 다케오라는 걸출한 온천 여행지가 있지만, 사가의 후루유 온천(古湯温泉, Furuyu Onsen)도 기억해야 한다.
오래된 탕이라는 뜻의 후루유, 이에 걸맞게 역사가 깊다. 온천은 약 2100년 전 진 시황제의 명령으로 불로장수의 약초를 구하러 온 서복이 신의 계시로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홍수 등의 자연재해로 온천이 파묻혀 잠시 역사가 끊겼지만, 1791년 학이 다리를 치료하는 것을 본 마을 주민이 다시 온천을 파냈다. 이곳 온천수는 무색, 무취, 무미가 특징이다. 게다가 온천수가 34.5~43.6도로 신체와 비슷한 온도다. 이 덕분에 긴 시간 즐겨도 몸에 부담이 없고, 적당히 따뜻한 탕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다.

후루유 온천을 매력을 경험하고, 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곳이 온크리(ONCRI)다. 검은색과 갈색으로 모던함을 강조한 요즘 료칸으로, 깔끔한 다다미 객실과 다양한 레스토랑(가이세기·철판·이탈리안·바), 천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실내외 공간, 기념품 상점, 어린이 놀이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부족함 없는 시설 중에서 가장 큰 장점은 실내외 온천과 숙소 내에서 보는 풍경이다. 온천의 경우, 미지근함과 뜨거움 사이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누루유(ぬる湯, 37~38도)라 장시간 몸을 담가도 괜찮다.
노천탕에서 산골짜기의 상쾌한 바람을 마시고, 냉탕에서는 삼나무 숲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다.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에는 운치도 더해진다. 특히, 수분을 한껏 머금은 삼나무가 스산한 분위기를 내 몽환적인 인상을 받는다. 이 모습에 홀리면 온천에 쉽게 떠나질 못한다, 방으로 돌아와서도 달라진 건 없을 것이다. 한참을 의자에 앉아 삼나무 숲을 바라보며 여행을 곱씹게 된다.

삼나무의 유혹은 다음 날까지 이어진다. 아침 해를 품은 삼나무는 흐린 날의 고상함과는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아침을 서두른 여행자에게 준 선물 같았는데, 볼 빨간 어린이처럼 수줍은 인상과 화사한 모습 두 가지 느낌이 공존했다.
고요한 식당에 앉아 통창 너머로 펼쳐진 경치를 만끽했고, 자리를 옮겨가며 다양한 프레임으로 사가의 자연을 마주한다. 심심한 입은 달달 쌉싸름한 호지차 푸딩과 고소한 커피가 달래준다.
규슈 100대 명탕의 자존심
가쿠레이센
후루유 온천마을에 있는 또 다른 료칸이다. 가쿠레이센(Kakureisen, 泉鶴霊)은 학이 치료한 후루유 온천의 역사를 계승하는 곳이다. 료칸명 자체가 학의 영천이라는 뜻으로, 영험한 온천수를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하고 있다.

온크리와 달리 객실이 8개뿐인 부티크 료칸으로, 울창한 산림과 온천을 품고 있다. 객실은 8개 모두 콘셉트가 다르다. 검은색, 흰색, 빨간색 학의 색을 객실 테마로 잡기도 했다. 일본 다다미와 침대를 조합한 객실로 편의성과 전통을 모두 잡았다.

또 창문을 열면 푸른 숲과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보인다. 또 노란색과 여러 색감을 활용한 화려한 객실도 있고, 10명 이상 투숙객이 머물 수 있는 단체 룸도 있다. 객실 수 자체가 많지 않아 차분히 머물면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특히, 모래가 깔린 온천탕(Natural Sand Bath)으로 유명하다. 일부러 모래를 뿌린 게 아니다. 온천수가 암반에서 솟아나고, 이 암반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적으로 모래가 덮인 형태다.

온천이 많은 일본에서 독특하기로 이름난 온천이고, 실제로 연구를 통해 물의 효능도 입증됐다. 규슈 100대 명탕에 이름을 올린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밖에도 온천 객실, 가족탕 등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는 탕도 준비돼 있다.
사가를 호화롭게 즐기는 방법
가든 테라스 사가
사가역 근처에는 합리적인 가격의 호텔(토요코인·호텔 루트인·사가·컴포트호텔)들이 있다. 또 상징성은 사가현청 인근의 호텔 뉴 오오타니 사가(The New Otani)의 몫이다. 가장 호화로운 곳은? 가든 테라스 사가(Garden Terrace Saga) 차지다.

이곳은 객실 28개의 부티크 호텔로, 스탠더드 트윈을 제외하고는 호텔 이름에 걸맞게 테라스를 갖추고 있다. 객실에 개방감을 높인 게 특징이다. 특히, 3개 객실만 준비된 테라스 트윈 객실에서는 노천 자쿠지에서 물놀이도 가능하다.

중심가와 살짝 떨어진 곳에 자리했으나 식사도 걱정 없다. 저녁에는 사가현에서 나는 재료를 활용한 테판야끼(철판구이)가 준비돼 있다. 아침 식사로는 시실리안 라이스, 오징어 만두 등 사가현 대표 메뉴와 여러 단품을 주문해서 즐길 수 있는데, 뷔페처럼 계속해서 맛볼 수 있다.


투숙객 전용 클럽 라운지도 매력 포인트다. 스탠더드 테라스 객실부터 라운지 혜택이 포함돼 있는데, 라운지는 쾌적한 공간에서 간단한 다과와 주류(사케·와인·칵테일·맥주 등)를 즐기고, 만화책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야외 수영장, 사우나, 피트니스 등 부대시설도 갖췄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