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 많은 마카오에선 ‘삼시오끼’도 부족하다. 그래서 필연 이런 시간이 찾아온다. 아침과 점심 사이, 또는 점심과 저녁 사이, 애매한 그 시간. 제대로 된 한 끼를 먹기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디저트만으론 어쩐지 부족할 때. 헛헛한 배를 가볍게 달래 줄 마카오 맛집들을 소개한다.

아침 식사로 딤섬을
Lung Wah Tea House
롱와 티 하우스
아침 댓바람부터 거창한 식사를 하긴 싫고, 그렇다고 굶자니 오늘도 2만보의 빠듯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가벼운 아침 식사할 곳 어디 없나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맛집, 롱와 티 하우스다.

서울 을지로의 어느 낡은 건물을 연상시키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갑자기 개방감이 훅 느껴지는 공간이 나타난다. 공간의 레트로함을 좌우하는 건 활짝 열린 낡은 창문들과 오래된 골동품들. 인테리어에서도 느껴지지만, 실제로도 롱와 티 하우스는 전통 광둥식 딤섬과 차를 즐길 수 있는 역사 깊은 찻집이다.
관광객은 거의 없다. 대부분 로컬 주민들만이 신문을 펴고 뜨끈한 차 한 잔에 찐빵 하나 곁들여 먹는 분위기다. 자리에 앉으면 주인아저씨가 차 주문부터 받는다. 영어는 잘 안 통하니 눈치껏 자스민이나 우롱차 따위를 시키면 된다.

메뉴는 국수, 볶음밥, 딤섬, 찐빵에 이르기까지 은근 다양하다. 아침 식사로는 야채 육수로 담백하게 국물을 낸 ‘베지터블 누들 수프’를 추천. 자극적인 맛이 전혀 없어 첫 끼로 먹기 딱이다. 그리고 딤섬과 찐빵은…, 솔직히 어떤 걸 골라도 다 맛있어서 추천이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새우와 돼지고기가 들어간 만두 ‘쇼마이(Siu Mai)’나 ‘비비큐 포크 번(BBQ pork buns)’은 모두의 테이블에 하나씩은 올라가는 메뉴이긴 하다.
인생 토스트를 만나려면
泉記咖啡
차찬탱
너무나 ‘찐’ 로컬 바이브에 선뜻 들어서기 망설여지는 입구. 그 마음 백번 이해한다. 그런데 한 번만 용기 내어 들어서면 귀국행 비행기에서도 생각나는 ‘인생 토스트’를 맛볼 수 있게 된다.

차찬탱은 커피와 차, 간단한 브런치 종류를 판매하는 노포 식당이다. 브런치라고는 하지만 사실 오랜 시간 앉아서 수다 떨며 여유를 부릴 만한 곳은 아니다. 오후 1시까지만 영업하기 때문에 주로 바쁜 현지인들이 후다닥 아침 식사를 때우고 떠나는, 그런 자유롭고 헐렁한 분위기다.

꼭 먹어 봐야 할 메뉴는 정해져 있다. 밀크티와 토스트. 그중에서도 햄치즈 토스트를 강력 추천한다. 따끈하게 구워져 나온 토스트 위로 연유와 버터가 듬뿍 올라가 있는 메뉴다. 토스트를 반으로 가르면 고소한 치즈와 햄이 흘러나온다.
온갖 살찌는 재료들이 다 들어가 있으니 한입 먹는 순간 황홀함과 죄책감이 동시에 밀려온다. 우리 모두가 아는 참으로 흔한 맛인데, 역시 아는 맛이 무서운 법. 시원한 밀크티와 곁들이면 서너 개는 거뜬하게 먹어 치울 수 있을 것만 같다.
가게 위치도 상당히 좋다. 성 아우구스티노 광장에서 도보로 10분이면 도착한다. 이곳에서 간단히 배를 채운 뒤, 주변 관광지를 돌아보는 동선이 가장 이상적이다.
마카오 에그타르트의 재해석
Goat Bakers
고트 베이커스
마카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디저트는 역시 에그타르트다. 고트 베이커스는 마카오식 에그타르트를 트렌디하게 재해석한 메뉴로 유명하다.

일반적인 마카오식 에그타르트가 겹겹이 바삭한 식감에 달콤한 크림과 바닐라 풍미가 강하다면, 고트 베이커스는 좀 더 부드럽고 밀도 있는 텍스처에 계란 본연의 고소한 맛이 강조되는 게 특징이다. 전자는 높은 온도에서 짧게 구워 겉면을 바삭하게 했다면, 후자는 저온에서 천천히 구워 속이 촉촉하다는 차별점도 있다.

그래서 추천 메뉴는? 일본산 계란인 란왕(蘭王)과 프랑스산 버터를 사용해 만든 에그타르트. 겉바속촉의 식감에 진한 계란 향이 기분 좋게 혀끝을 감싼다. 프랑스산 버터와 55% 다크 초콜릿으로 만든 ‘초콜릿 크루아상’, 크림치즈와 페이스트리를 꽃 모양으로 만든 ‘치즈 플라워 컵’ 등도 놓치기 아까운 맛들이다. 참, 인기 메뉴는 조기 품절되는 경우가 많다. 원하는 메뉴가 있다면 되도록 일찍 방문할 것. 매장은 협소해서 테이크아웃을 해 가는 손님들이 대다수다.

참고로 고트 베이커스는 마카오에 2개의 점포가 있다. 하나는 마카오 반도에, 나머지 하나는 타이파에. 둘 다 가 봤지만 맛은 비슷비슷하다.
백종원 추천 맛집
Soda Bing Sat Café
소다빙
일단 한국인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세를 탄 맛집인 건 확실하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곳곳에서 익숙한 한국어가 들린다. 팔 할은 백종원 덕이다. 소다빙은 백종원 유튜브에 소개된 이후부터 한국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 메뉴도 당연히 그가 선택한 ‘파인애플 번 쭈빠빠오’와 ‘땅콩버터 프렌치토스트’. 먼저, 파인애플 번 쭈빠빠오는 달콤한 파인애플 번 안에 간장으로 양념된 돼지고기, 치즈, 계란이 들어간 마카오식 햄버거다. 단짠의 조화 때문에 자꾸만 손이 가는 메뉴.
땅콩버터 프렌치토스트 역시 단짠단짠이 번갈아 혀를 강타한다. 바삭한 토스트에 진한 땅콩버터와 연유가 발려 있는데, 백종원이 했던 대로 설탕까지 뿌려 먹으면 금상첨화다. 귀국 후 벌크업 돼 있을 몸무게가 걱정되는 맛이랄까. 3개 이상 먹다 보면 자칫 느끼할 수 있으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곁들여 먹길 추천.

소다빙은 마카오 타이파 빌리지에 위치해 있다. 도처에 먹거리가 많으니 첫술에 배 불릴 생각보단 조금씩 자주 먹어야 아쉬움이 덜하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