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가이드 부산이 올해도 출간됐다. 익숙한 얼굴들 속에서 신상 맛집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중에서도 빕구르망에 집중했다. 합리적인 가격의 식당들에 주어지는 훈장이다. 에디터가 직접 다녀온 부산의 빕구르망 한식당 4곳이다.
밀면의 라이벌
백일평냉
부산의 대표 면 요리는 밀면이다. 이 사실을 부정할 순 없으나 미쉐린 가이드는 다른 면에 점수를 줬다. 올해 빕구르망에 데뷔한 백일평냉도 그중 하나다. ‘뛰어난 냉면을 편안한 공간에서 즐기다’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식당이다.

2023년 100일간의 팝업으로 부산 냉면계에 등장했고, 2024년 3월 정식 식당으로 다시 돌아왔다. 밀면의 고향에서 평양냉면으로 돌풍을 일으킨 셈이다.

지향하는 맛이 명확한 것이 장점. 이곳의 평양냉면은 육향과 감칠맛이 응축된 육수가 중심이 되는데, 소고기와 돼지고기 비율을 1:1로 해 두 고기의 장점을 모두 취했다. 맑으면서도 깊은 고깃국 맛이 나는 배경이다.

면은 적당히 쫄깃하면서 메밀의 풍부한 향을 놓치지 않았다. 씹는 즐거움과 코로 들어오는 향기를 느끼고, 육수와의 조화를 만끽하면 백일평냉의 냉면을 온전히 즐기게 된다.


냉면 외에도 어복쟁반, 이북만두, 접시 불고기, 제육 등이 메뉴를 채우고 있다. 게다가 콜키지 프리라 전통주나 화이트 와인을 갖고 와 식사해도 된다.
부산의 비빔밥
비비재
아주 반가운 빕구르망 식당이다. 요리법 중 비빔밥으로 한국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건 비비재가 유일해서 그렇다. 비빔밥은 한국인의 영혼이 담긴 음식인데, 미식 평가서나 파인다이닝에서는 종종 소외됐는데, 부산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영구에 둥지를 튼 비비재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비빔밥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시그니처 마라 비빔밥을 필두로 나물, 강된장, 육전, 제육, 소불고기, 김치 비빔밥으로 메뉴판을 채운다. 1,000원만 추가하면 모든 메뉴를 돌솥비빔밥으로 바꿀 수도 있다.

비빔밥은 1인 상 형태로 나와 정갈한 인상을 준다. 음식 자체도 훌륭하다. 채소의 색감, 식감, 맛을 잘 살렸고, 밥도 고슬고슬해 여러 재료와 잘 어울린다. 이 밖에도 계절메뉴(닭개장·소불고기 버섯 뚝배기·계절 비빔밥 등)가 준비된다.

식사 후에는 광안리 해수욕장까지 걸어가도 되고, 골목골목에 숨은 매력적인 카페를 탐험해도 좋다.
바다와 곰탕
한월관
설렁탕, 곰탕, 수육, 국내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메뉴지만 맛있는 식당은 의외로 많지 않다. 광안리에서는 한월관 덕분에 걱정을 덜었다. 1++, 1+ 미경산 한우, 국내산 재료를 활용한 김치, 서해 갯벌 천일염 등 좋은 재료를 활용해 깊은 맛을 낸다.

메뉴는 꽤 다양한 편. 뽀얀 or 맑은 곰탕을 기본으로 양지, 차돌, 도가니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또 수육과 얼큰 한우 스지 전골, 스지찜 등이 준비돼 있다. 유기그릇에 담긴 김치도 매력 포인트다.

혼자 여행하는 이들에게도 괜찮은 옵션이다. 1인 밥상도 꽤 근사하게 차려지니 말이다. 한우한상과 차돌한상이 준비돼 있는데, 수육과 곰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알짜 메뉴다.

대체로 한우를 사용한 메뉴들이라 가격은 돼지국밥보다 비싼데 맛은 확실하다. 또 광안리 해수욕장과 거의 맞닿아 있어 접근성이 좋은 것도 장점이다.
진한 것과 맑은 것의 사이
안목
위 세 식당은 2025년 가이드에 처음 이름을 올렸는데, 안목은 2년 연속 빕구르망에 선정됐다. 이제 어엿한 부산의 대표 돼지국밥 식당으로 거듭난 셈이다. 인기를 방증하듯 주말 점심에는 오픈 20~30분 전부터 대기 줄이 형성된다.

안목의 돼지국밥은 맑은 것과 농후한 것의 중간이다. 국물은 뽀얗고 진한데, 뒷맛은 깔끔하다. 계속해서 숟가락을 들 수 있는 맛이다. 좀 더 푸짐하게 즐기고 싶다면 고기와 창난젓을 추가하면 된다.

술 한 잔 기울이고 싶을 땐 삼겹수육을 곁들이면 되고, 밥이 당기지 않는 날엔 돼지라면으로 대응하면 된다. 돼지라면은 일본 돈코츠라멘과 닮은 것 같으면서도 돼지국밥에 가깝다. 다진 마늘 한 수저 더하면 좀 더 진항 풍미를 경험할 수 있다.

참, 숙소를 서면 또는 1호선(부산역) 인근에 잡았다면 안목 서면점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겠다. 본점보다 조금 더 넓고, 좌석이 많다.
부산+
사진을 보는 관점들
고은사진미술관
빕구르망에서 멋진 식사를 즐긴 후에는 예술적 감성을 충전할 타이밍이다. 광안리에서 무대를 옮겨 해운대로 간다. 2호선 동백역과 벡스코 사이에 있는 고은사진미술관이 적절한 공간이다.

지역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높이고 인프라 확충을 위해 고은문화재단이 2007년 설립한 곳이다. 이러한 이유로 다양한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운영 중이다.

2025년 첫 전시로는 독일 뒤셀도프르 기반으로 활동하는 요세프 슐츠 작가와 이탈리아 출신 파올로 벤투라 작가의 사진을 모은 ‘A Tale of Two Cities’를 선보이고 있다.

도시와 건축이라는 공통된 테마를 각기 다른 시선으로 담아낸 전시다. 두 사진가가 추구하는 색감과 구도 모두 확연히 달라 대비되는 매력이 크다. 해당 전시는 올해 8월 8일까지 진행된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