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RGB 조명과 우렁찬 EDM이 뒤섞인 컴퓨텍스 특유의 열기에 휩싸여도, PALIT 부스는 묘한 정적(靜的)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슬로건 ‘Beyond Graphics, Into AI’가 눈길을 끌지만, 그 아래 놓인 전시물들은 전형적인 제품 진열 방식과는 거리를 둔다. 얼핏 보면 그래픽카드 제조사가 꾸민 공간이지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관찰하면 스토리텔링 전부가 'GPU 이후의 생태계' 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RTX 50 시리즈를 이끄는 GameRock과 GamingPro 라인의 냉각 구조, 전력 설계, 조명 연동 기술은 모두 스펙 향상을 넘어 ‘워크로드의 지속 가능성’을 겨냥해 설계됐다. 터보팬 4.0이 유도하는 전방향 공기 흐름, 3.6배 넓어진 풀-커버 프레임, 디지털 PWM 기반의 전압 안정화는 벤치마크 점수보다는 장시간 AI 연산이나 4K 레이 트레이싱 스트레스 테스트 같은 ‘현실적 시나리오’에서 성능 편차를 최소화하려는 해법이다.
설계 철학은 단순히 더 튼실한 히트싱크를 쌓거나 팬 속도를 높이는 방식과 거리를 둔다. 엔지니어이 “열(熱)을 통제하는 대신 흐름으로 디자인했다”라는 대목이 인상적인데, 이는 공기역학·재료공학·전력전자 세 영역을 교차시키면서 얻은 해답이다. PALIT이 '하드웨어에 철학을 담는다'는 선언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그래픽카드 시장, 변화의 기로에 서다.
그래픽카드 시장은 두 갈래 압박을 동시에 받는다. 한쪽에서는 게이머가 요구하는 고해상도·고주사율 환경이, 다른 한쪽에서는 생성형 AI와 실시간 데이터 추론이 연산 요구치를 끌어올린다. 그러한 구도에서 결국 GPU는 AI 엔진으로 읽혀야 하고, PALIT은 그 접점을 플랫폼으로 확장해야만 한다.라는 부분에서 답을 찾은 팔릿.
중앙의 ‘Pandora AI Computer’는 그러한 확장의 실험실이다. 손바닥 두 개를 포갠 정도의 크기에 NVIDIA Jetson Orin NX Super 모듈을 담아, 교통 관리·의료 영상·제조 자동화 같은 엣지 현장을 겨냥했다. 70 W 안팎의 전력 예산으로 최대 100 TOPS의 추론 성능을 확보했고, 고해상도 카메라 신호를 실시간으로 받아 사물 인식·경로 예측·이상 감지까지 단일 박스 안에서 처리한다.
플랫폼화의 핵심은 ‘GPU로 시작된 전문성’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방에 고르게 녹여내는 일이다. PALIT은 내부에 AI 응용 엔지니어 팀을 별도로 꾸려 SDK·레퍼런스 모델·튜닝 가이드를 제공하고, 엔비디아와 공동으로 체험존·온·오프라인 세미나를 운영한다. 그 과정에서 “추상적 기능 설명을 넘어, 사용자가 시행착오 없이 AI 가속을 도입하도록 돕겠다”는 메시지를 반복했다.
한국 시장 파트너, 이엠텍과 잰 걸음
이엠텍과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에 상륙한 PALIT은 시장 규모보다 ‘감도(感度)’를 먼저 언급한다. 한국은 고주사율 게이밍, 실시간 방송·영상 편집, 딥러닝 연구 등 복합적 워크로드가 빠르게 교차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한국 사용자는 어떤 기능이 왜 필요한지, 사용 경험이 어떻게 바뀌는지 명확히 알고 싶어 한다”며, “그 요구에 응답하지 못하면 브랜드 신뢰는 순식간에 무너진다”는 부분의 답을 찾고자 공식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그 만큼 한국 시장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는 브랜드다.
PALIT의 한국 전략은 단순한 현지화가 아니다. GameRock·GamingPro로 게이머층을 공략하되, 크리에이터·AI 엔지니어에게는 Infinity·Pandora 라인으로 별도의 언어를 제공한다. 커뮤니티 피드백을 설계에 반영하고, 부품 수급·A/S 체계를 한국 기준으로 맞추는 과정도 발 빠르다. 올 하반기에는 ‘PALIT Creator Lab’이라는 이름의 팝업 스튜디오를 서울에 열어, 실시간 편집·AI 렌더링·게임 스트리밍 체험 환경을 통째로 제공할 계획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 한 가지 고민을 하게 됐다.
"왜 지금, 왜 PALIT인가?"
GPU 업계는 가격·전력·성능이 끝없는 주먹다짐을 벌이는 곳처럼 보인다. 그러나 AI 워크로드가 일상화된 2025년의 관점에서 보면, 경쟁의 무게중심은 ‘누가 더 빠르냐’가 아니라 ‘누가 더 맥락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엔비디아 Blackwell은 3 nm 공정·더블 코어·차세대 텐서 엔진을 무기로 내세우지만, 동일 아키텍처를 공유한 여러 제조사 가운데 무엇이 차별점이 될까? PALIT이 꺼내든 답은 ‘플랫폼 서사’다. 냉각·전력·RGB라는 미세 영역에서 사용자 체감을 정교하게 다듬고, Jetson 기반 엣지 박스로 AI 레퍼런스를 제시하며, 지역마다 다른 사용자 파편을 ‘경험’ 단위로 엮는다. 즉, 코어 수 경쟁이 아닌 문제 해결력 경쟁으로 판을 바꾸려는 시도다.
“그래픽카드가 존재감을 유지하려면, 결국 사용자가 GPU를 통해 어떤 미래를 그릴 수 있는지를 먼저 보여줘야 합니다.” 라는 질문에 답을 하듯 컴퓨텍스 2025 현장에서 팔릿이 임했다. PALIT 부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하드웨어를 넘어 하드웨어가 가능케 하는 경험을 설계하고, 그 경험을 플랫폼 구조로 증폭시키는 일! PALIT이 컴퓨텍스 2025에서 던진 메시지다.
By 컴퓨텍스 공동취재단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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