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체감한 인상적인 흐름 중 하나는 라데온 그래픽카드, 메인보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아성이야 여전히 철옹성이지만, RX 9070이 높은 호평을 받은 점, 글로벌 경기 침체와 맞물린 가격적 매력이 더해지면서 진정한 가성비를 인정받는 분위기가 생겼다.
사파이어는 2001년 설립돼 25년째를 맞는 동안 오로지 라데온 그래픽 카드만 만들어 왔다. AMD에 집중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다. 고집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사파이어의 행보는 라데온 하면 사파이어, 사파이어 하면 라데온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으며 마치 AMD의 산하 브랜드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가 됐다. 고집은 사파이어라는 이름만이 줄 수 있는 대체불가능한 존재감을 만들어 냈고, 특히 국내에서는 ‘쿨러장인’이라는 애칭도 따라 다닐 만큼 제품에 대한 신뢰가 높다.
공개된 사파이어의 신제품 라인업도 그 흐름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파이어 공식 유통사 이엠텍 이필헌 전무는 “사파이어의 제품은 원가 절감에 대한 관심이 없다”며 “최고의 제품을 만들 테니 믿고 구매해도 좋다는 기조로 항상 만들어왔다“고 밝혔다.
달리 말하면 제품은 항상 좀 크고, 무겁고, 상대적으로 둔탁한 느낌이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사파이어의 색깔이 됐고 그들만의 장인 정신을 드러내는 표상이 됐다. 가격도 싸지 않다. ‘레퍼런스 이상의 레퍼런스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제작하는 만큼 성능이라는 본질에 우선 집중하고, 가격 전략은 그 후에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사파이어를 대표하는 모델은 단연 ‘니트로플러스 라데온 RX9070 XT 16GB’ 모델이다. 다른 제조사의 사정도 비슷하지만 9070 모델은 요즘 없어서 못 판다.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 속에 다음 달이면 RX9060 모델이 출시된다. 부스트 클럭 등 상세 스펙이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확정되었고, 곧 공개될 예정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가격 매력도를 더욱 높여 엔비디아를 정면으로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내 출시 가격은 환율의 영향을 받겠지만, 기본 기조가 가격으로 승부하는 만큼 기대해봄직 하다. 트리플 팬, 듀얼 팬 모델로 구성된 RX9060에 더해, 크리에이터 등에 잘 어울리는 AI PRO R9700 모델도 함께 출시된다.
아직은 정식으로 들어오지 않았지만 동명의 브랜드 ’니트로플러스‘를 내세운 메인보드도 인상적이다. 대표 모델인 X870EA는 보자마자 ‘튼튼’을 넘어 ‘강력‘해보이는 이미지가 시선을 휘어잡는다. 분명히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이는데, 슬림하고 유려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용자라면 취향에 맞지 않다.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성능, 블랙과 골드가 만드는 남성적인 선을 선호한다면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 전무는 “실제로 중국 시장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어 본사 측에서는 글로벌 확장 의지가 뚜렷하다“면서도 ”한국 시장에도 관심은 많지만 메인보드 시장이 좀 더 건강해진 후에 검토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엠텍 이필헌 전무와의 1문1답]
Q. 사파이어와 이엠텍의 경영 스타일이 닮은 듯하다.
A. 신중한 편인 것 같다. 내가 가져와서 고객에게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계속해서 자문하는 편이다 보니 다른 경쟁사에 비해 라인업이 많지 않다. 직구 시장이 커지고 코로나19 등의 변수가 있기 때문에 라인업을 늘려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에 동의하는 부분도 있지만, 고객 관리가 과연 깊이있게 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다.
Q. 사파이어의 제품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A. 장인 정신인 것 같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세상의 흐름이 그러하니 좀 더 날씬하고 가벼운 제품도 만들었으면 좋겠는데 전혀 그럴 기미가 안 보인다. 오히려 더 커지면 커졌지. 요즘은 이게 맞는 것 같다. 사파이어다움이라는 정체성은 이런 오랜 뚝심에서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Q. 사파이어 하면 강조하고 싶은 특징이 있는가?
A. 첫번째는 안정성이다. 보이지도 않는 내부 부품 선택에 있어 타협은 없다. AMD의 레퍼런스 제품보다 좋으면 좋았지 나쁜 제품으로 가성비 이런 이야기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PC의 핵심이 그래픽카드이고 보드이니까 안정성이 생명이라고 본다. 두번째는 지속성이다. 사파이어는 다소 투박하고 좀 크다. 진짜 미국 감성이랄까. 발열과 냉각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데 필요한 크기라는 기준이 있다. 제품의 성능을 오래 유지하게 하는데 관심이 많다.
Q. 일반 전시장이 아닌 별도의 레스토랑에서 행사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A. 사파이어다운 모습인 것 같다. 부스 행사를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우리 제품을 좋아하는 고객들이 알아서 찾아와주는 정도면 족하다. 식사 대접도 하고, 조용히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다. 떠들썩한 신제품 발표보다는 제품에 대한 깊이있는 대화가 있고, 편안한 분위기가 있었으면 했다.
By 컴퓨텍스 공동취재단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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