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사는 지난 2023년 09월 14일일 네이버 오리지널 시리즈 게임동아 겜덕연구소를 통해서 먼저 소개된 기사입니다.)
안녕하세요! [겜덕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조기자입니다. 이번에도 레트로 게임 전문가이신검떠님을 모셨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전설의 게임기 슈퍼패미콤 일체형 TV를 정비해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너 슈퍼패미콤 TV라고 들어봤어?]
조기자: 안녕하세요검떠님, 반갑습니다. 오늘은 슈퍼패미콤 TV에 대한 이야기로군요. 사실 일본이면 모를까 저희 어렸을때 이 슈퍼패미콤 TV를 가지고 놀았던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검떠: 그렇죠. 그냥 패미콤이면 패미콤. 아이큐 2000이나 재믹스. 이런 식으로 단품 콘솔 게임기를 가지고 논 기억은 있어도 슈퍼패미콤 TV를 가지고 놀았던 분들은 거어어어어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가지고 놀았냐.. 가 아니라, 슈퍼패미콤 일체형 TV가 있어? 라고 반문하실 분들이 더 많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만큼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거의 없는 게 바로 이 슈퍼패미콤 TV죠. 바로 이런 모습입니다.

조기자: 정확히는 SHARP SF1 이라는 제품이죠. 위에 보시면 슈퍼패미콤 팩을 꽂을 수 있게 되어 있는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샤프에서 닌텐도와 제휴해서 내놓은 일체형 TV로, 평상시에는 TV를 보다가 게임이 땡길때는 팩을 꽂고 게임을 할 수 있는 구조죠. 어렸을때라면 정말 꿈의 게임기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검떠: 맞습니다. 이 SF1이 무려 2종류가 출시되었었지요. 14인치와 20인치. 크기를 제외하곤 기능은 동일했었죠. 아래쪽에 슈퍼패미콤과 거의 동일한 조이패드를 꽂아서 2인용도 가능했습니다.




조기자: 14인치는 아담해서 공간 차지가 크지 않았고, 20인치는 덩치가 꽤 커서 집에 들이기가 쉬워보이진 않았습니다. 다만 20인치는 스피커를 굉장히 좋은 걸 넣었나보더라고요. 사운드가 아주 그냥 빵빵해서 좋았습니다.
검떠: 슈퍼 패미콤 TV는 뭐 환상이죠! 저도 14인치는 한 대 가지고 있는데... 20인치 사진을 보니 20인치도 하나 챙겨야하나.. 관심이 가긴 하네요.
[슈퍼 패미콤 TV, 낙찰 받아서 살려보자!]
조기자: 이러한 슈퍼패미콤 TV를 지금이라도 가져보고 싶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었는데요, 다행하게도 아직 일본 옥션에 SHARP SF1 이라고 치면 몇 대가 나오긴 합니다. 가격은 꽤 비싸지만, 열정이 가득하여 꼭 가지고 싶다! 라고 한다면 가질 수 있는 것이죠!
검떠: 오~ 씨가 말랐을 것 같았는데 그래도 아직 좀 있군요

조기자: 일본 옥션에서 sharp sf1이라고 검색했더니 4대 정도가 올라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격을 보니 보통 14인치가 6~9만 엔 사이로 낙찰되는 것 같더군요.
이렇게 낙찰받는 것으로 끝이 아니고, 일본 내 배송비, 한국으로 보내기 위한 포장비, 국제 배송비, 관세 등을 처리하고 나면 이 꿈의 게임기 SF1을 손에 쥘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한국의 택배는 매우 집어던지기 때문에, 박살날 확률이 꽤 높죠. 그건 가챠와도 같습니다. 그게 싫으면 훨씬 비싼 우드패킹 등의 포장을 해야하고요..
검떠: 허어.. 일본 옥션에서 구입해도 추가 비용이 만만치 않군요. 그럼 대충 어느정도 비용이 나오는 건가요?
조기자: 음.. 보통 무게도 좀 있고 하니까요. 14인치 모델을 6만 엔에 낙찰 받았다고 하면 안전하게 포장을 했다는 기준으로 대충 90만 원 안쪽에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긴 하지만 뭐.. 그나마 엔이 약세라서 다행이라면 다행일까요.

조기자: 이렇게 14인치 모델을 낙찰받았고, 별다른 파손없이 집으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온전한 제품이 아니라 정크 제품을 들여왔는데요, 수리를 해서 맞춰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네요.
화면을 켜보니 TV 화면은 들어오는데... 슈퍼패미콤 보드 쪽이 죽은 것 같더라고요. 아무리 팩을 꽂고 후후 불어봐도 화면이 나오지 않습니다 _
결국 올 분해를 하고 수리를 할 수 밖에 없겠구나.. 싶었죠. 뒤에 나사 몇 개 풀어주니 바로 분해가 되긴 하더라고요.

조기자: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래쪽 보드를 보면 일반 TV와 완전히 흡사합니다. 당시에 샤프는 자체 TV도 출시했었으니 이러한 슈퍼패미콤 일체형 TV를 만드는데 크게 부담이 없었을 것 같네요.
여담이지만 이렇게 CRT TV를 분해하는 것은 웬만하면 하지 마시길 추천드립니다. 저 위에 튜브 같은 곳에 엄청난 고압이 흐르고 있거든요. 그래서 자칫 잘못 만져서 감전되면 생명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절대 함부로 만지시면 안됩니다.
조기자: 그래서 아래 TV 부는 청소 정도만 해주고, 위쪽에 슈퍼패미콤 기판 보드만 떼내서 살펴봤습니다. 역시나.. 오랜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부품이 많이 썩었더라구요.

조기자: 자아 이렇게 납작한 보드가 바로 SF1 안에 있는 슈퍼패미콤 보드인데요, 실제 슈퍼패미콤 보다 뭐랄까.. 훨씬 컴팩트합니다. 좁은 TV 위쪽에 넣기 위해서 일자 형태로 개발이 된 것 같은데요, 이 작은 보드에 슈퍼패미콤이 그대로 들어있는 거죠.
제가 오실로스코프로 이리저리 찍어봤는데요, 아 정말 여러가지 칩이 죽어있더군요. 세월의 풍파를 피하지 못했던 탓입니다.

조기자: 여기 닌텐도라고 써있는 칩들이 죽었고, 메모리 칩들도 죽었습니다. 오실로스코프로 찍어보니 멀쩡하게 파장이 잡혀야 하는데 묵묵 부답...
어쩌겠습니까. 결국 멀쩡한 슈퍼패미콤을 한 대 분해했죠. 그리고 저 PPU 칩들도 다 교체해주었습니다. 제가 작업하긴 능력이 미숙하고.. 어쩔 수 없이 잘하시는 분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여유가 안된다고 거절하셨는데 빌고 또 빌어서 겨우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네요..

조기자: 이렇게 칩을 교체했는데,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화면이 아주 연하게 흑백으로 나오는 게 나이겠습니까?
그래서 보드를 뒤집어보니 이런.. 보드 뒤쪽도 각종 콘덴서와 저항이 싹 죽어 있었네요. 워낙 작은 저항과 콘덴서들이라 난감.. 게다가 콘덴서들이나 저항이나 용량을 알 수가 없었죠.
결국 아는 지인분의 SF1을 빌려와서, 뜯어서 정상품과 고장품을 비교하면서 용량을 재고 교체를 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검떠: 아.. 정말 번거롭고 힘든 작업이었겠네요.. 이렇게 해서 제 제품을 요청하신 거군요.. 하하
조기자: 14인치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검떠님

조기자: 결국 이렇게 뒤에 보드까지도 싹 정비를 해서.. 무려 5시간 넘게 작업한 끝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조기자: 이렇게 집으로 물건을 옮긴 뒤에도 한 번 더 테스트를 해봤죠. 역시나 잘 나왔습니다. 이렇게 해서 SF1을 완전히 정상으로 살릴 수 있었습니다.
만세~~~ 낙찰 받아서 여기까지 오는데 굉장히 힘들었네요. 그리고 분해한 김에 싹 물청소도 해주었고, 먼지 한톨 없이 만들어준 다음 더이상 오염이 생기지 않도록 정비도 해주었습니다. 이제 평생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대로 끝이 아니다! 커버를 복제해보자!]
조기자: 이렇게 슈패 TV를 복원했는데요, 이대로 끝은 아니었습니다. 바로 제 슈패 TV가 앞에 커버가 없었기 때문이죠. 앞 부분에 각종 조종하는 부분을 가려주는 커버가 유실된 상태로 왔던 겁니다.
그럼 정말 보기가 싫겠죠? 그래서 이 부분을 복원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3D 프린터로 제작해서 후가공하는 방법도 있었는데요, 그럼 따로 설계도 해야하고.. 이렇게 저렇게 더 불편할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하나, 레진으로 임시 금형을 뜨는 방법이었습니다.

조기자: 우선 이렇게 틀을 만들었구요, 피규어를 복제해서 찍어내듯 커버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원본을 넣어서 굳히고, 거기에 재료를 부어서 똑같은 모양의 제품을 뽑아내는 방식이지요.
물론 이것도 제가 직접 작업한 게 아니라, 피규어 원형사이신 분께 별도로 부탁을 드렸습니다. '아벨'이라는 닉으로 활동하시는 분이었죠.

조기자: 이렇게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만들어진 복제 커버!! 단단하기도 하고 모양도 거의 흡사하기 때문에 만족도는 더욱 올라갔습니다. 일단 흰색으로 초벌 색칠을 해준 후


조기자: 원본과 비교하여 조색 작업을 진행해서 원본과 최대한 비슷한 색을 내주게 되는 것이죠. 외형 자체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색만 잘 조절하면 원본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퀄리티를 보여주더군요.

조기자: 이렇게 원본과 거의 흡사한 색의 복제 커버가 탄생했습니다~!
게임기 자체도 하자가 전혀 없도록 정비하고, 이렇게 커버까지 완벽하게 나오니까 뛸듯이 기쁘더군요. 대박이다 싶었습니다.


조기자: 이렇게 커버까지 맞춤형으로 껴서, 드디어 SHARP SF1에 대한 모든 정비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완품이라고 할 정도로 정비가 된 모델이다보니 더 애착이 가네요.
물론 14인치 모델이라 게임 전용으로 쓰기에는 다소 작아서 어떻게 활용할지는 모르지만, 건조한 곳에서 한 번씩 전기밥 넣어주며 평생 아끼며 간직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검떠님도 좀 어떠셨는지요?
검떠: 제가 빌려드린 기기로 이렇게조기자님이 완벽하게 세팅을 하시게 되셔서 저도 좋더군요. 슈퍼패미콤은 사랑 아닙니까. 안그래도 요즘 기기들 유실이 많은데, 이런 식으로 하나라도 더 살려야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도 다른 곳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재미난 포스팅이었던 것 같아요.
고생 많으셨습니다.조기자님. 다음주에 뵈어요.
조기자: 네에.검떠님.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할께요. 자아~ 이렇게 이번 시간에는 '슈퍼 패미콤 TV 정비'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는데요, 혹시나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조기자(igelau@donga.com)에게 문의주시면 해결해드리겠습니다!
검떠소개 :

웹에이전시 회사 대표이자 '레트로 장터' 운영자로서 '패미콤 올 게임' 컴플리트를 하는 등 레트로 게임 콜렉터로도 유명하다. 재믹스 네오, 재믹스 미니를 만든 네오팀 소속이기도 하다.
조기자소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