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도 귀여움도 통통 튀는 구마모토.
아소산 아래 맑고 깨끗한 자연 속에서 자라난 농산물과 가축은 일본 어디에서도 따라올 곳 없을 정도로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게다가 구마모토의 대표 마스코트 쿠마몬이 어딜 가든 뿅 나타나는 게 특징. 현지 재료를 사용하거나 맛 좀 알만 한 구마모토 현지인이 자주 가는 맛집 3곳과 귀여운 쿠마몬 굿즈를 한 움큼 쥐어 올 수 있는 잡화점을 소개한다.

없는 줄 알았던 맛
간진 쇼쿠도
중화요리가 가볍고 산뜻할 수 있을까? 존재하지 않을 것 같던 그 맛을 일본 구마모토에서 만났다. ‘간진 쇼쿠도’는 채식 중ㅍ심의 중국식 퓨전 요리 레스토랑이다. 일본에 불교 문화와 음식을 전한 당나라 승려 간진에게 영감을 받았다.

대부분의 메뉴가 비건이고, 아니더라도 비건 옵션을 택할 수 있다. 시그니처는 ‘마라 탄탄면’과 ‘맑은 국물 탄면’. 매운맛은 두려워 후자를 택했다.

세트로 시키니 곁들임 반찬과 죽(또는 밥 중 택 1 가능)이 나왔다. 우선 면부터 한 입, 건강한데 맛있는 라면 같달까. 채소의 깨끗하고 시원한 맛이 밑바탕부터 깔려있고, 죽순과 파가 고명으로 올라가 말끔하다.

상큼한 반찬들은 탄면과 어우러지는데, 치킨과 무, 피자와 피클에 이은 짭짤 & 상큼 조합이다. 반찬은 모두 식재료 본바탕의 식감과 맛을 최대한 깨웠다. 특히 새콤달콤한 소스를 끼얹은 콩고기 튀김의 쫄깃쫄깃함이 인상적이다.
구마모토 라멘의 정수
아지센 라멘 본점
구마모토 라멘의 시작점이나 마찬가지인 이곳, 아지센라멘 본점. 창립자는 돈코쓰 라멘의 원조인 후쿠오카현 남부 구루메 지역의 라멘에 구운 마늘과 튀긴 마늘 기름을 더해 구마모토만의 라멘을 만들었다.

이후 현재까지 세계 14개국에 800개 이상의 점포를 열어 구마모토 라멘의 맛을 알리고 있는데, 창업한지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본점의 인기는 드높은 편. 비 오는 날에도 현지인과 관광객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맛집이다.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는 '옛 구마모토 라멘 맛을 재현한 올드 스타일 라멘(Fukkoku Ramen Kumammoto Old Style)'. 라멘의 첫 맛과 끝 맛을 좌우와는 국물은 돼지뼈를 푹 고아 공들여 만든 돈코쓰 수프와 마유(마늘을 튀겨낸 기름), 나트륨이 적은 오키나와산 소금으로 맛을 냈다.

묵직하고 농후한 국물 맛으로 느끼해지려는 순간! 고소하면서 쌉싸름한 마늘맛이 톡 퍼진다. 세트 메뉴에 포함된 가라아게의 튀김옷은 바삭바삭하고 짭짤한 누룽지 맛이 느껴져 색다른 인상을 더한다.
이자카야 총집합
구마모토 야타이무라
구마모토 시내 한복판, 이자카야 거리이자 포장마차촌으로 불리는 곳 야타이무라. 총 18개의 점포가 약 50m의 통로 양옆으로 줄지어 있는 거리다. 266석의 좌석이 있고, 인기 있는 곳은 오픈 시간이 되자마자 금세 자리가 꽉 찬다고.

구마모토현에서 난 식재료를 이용한 안주를 맛볼 수 있는데, 특히 이곳에서는 혼자서도 가볍게 구마모토의 명물인 말고기 요리를 먹을 수 있다.

마블링이 돋보이는 말고기회는 말랑말랑함과 쫄깃쫄깃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데, 소고기와 비슷한 느낌이며, 몇 번 씹으면 고소한 맛이 퍼지면서 금세 사르르 녹아내려 꿀꺽하게 된다.

말고기 뱃살 부위(하라미)를 살짝 겉만 구워 익힌 레어 스타일의 말 하라미 구이는 접시째로 한 입에 털어 넣을 수 있을 듯한 양이지만 한 젓가락씩 씹으며 맛을 느껴보길 추천. 탱글탱글한 식감과 불향이 매력적이다.

한편 가게는 아니지만 단돈 100엔에 사케 한 잔을 마음대로 골라 시음할 수 있는 자판기도 있다. 총 27곳의 개성 있는 브랜드를 만나 볼 수 있다고. 상시로는 14곳의 사케가 제공되며, 2개월마다 교체된다고. 고른 사케는 3가지(얼음과 물, 얼음, 물) 중 하나를 선택해 섞어 마실 수 있다. 샷으로도 마실 수 있지만 미지근한 건 감안하자.
여기 다 모인 쿠마몬
쿠마몬 스퀘어
구마모토가 귀엽다면, 그 이유는 어쩌면 쿠마몬에 있을지도 모른다. 어딜 가나 시선이 닿는 곳에는 쿠마몬이 그려져 있기 때문. 건물 외벽에도, 안내문에도 쿠마몬이 없는 곳이 없다.

쿠마몬은 구마모토현의 영업부장 겸 행복부장(?)을 맡고 있다고. 직업은 공무원이라 구마모토현의 각종 행사에 많이 참여하는 편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1.3만명(25년 5월 19일 기준)으로 구마모토를 대표하는 마스코트를 넘어 인플루언서다.

왠지 멍~해 보이지만 그래서 더 귀여운 쿠마몬. 보는 것을 넘어 집에 기념으로 데려가고 싶다면 가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이곳 쿠마몬 스퀘어다. 인형, 학용품, 엽서, 스티커, 주방 용품 등등 모든 상품에 쿠마몬이 그려져 있다. 마음에 드는 쿠마몬 굿즈가 있다면 얼마든지 데려갈 수 있을 것.

아이들과 함께 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가끔 실제 구마몬이 놀러와 무대를 펼쳐 보이기도 한다. 혹시 자신이 갔을 때 없다 해도 대형 스크린에 튀어나오는 쿠마몬과 AR게임을 펼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쿠마몬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쿠마몬의 보물을 모아 놓은
FAN’S HOUSE 등이 있다.

글·사진 남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