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마틴에 최초 탑재된 애플 카플레이 울트라(CarPlay Ultra), 스마트폰 미러링에 그치지 않고 차량의 계기반과 유사한 정보, 공조 장치를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됐다. (애스턴마틴)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애플이 자사의 스마트폰 생태계를 차량 내부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완성차 업계의 강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최근 애플이 공개한 ‘카플레이 울트라(CarPlay Ultra)’는 단순한 내비게이션이나 음악 재생을 넘어 차량의 계기판과 공조 시스템 등 핵심 기능까지 통합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사용자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최근 애플이 공개한 카플레이 울트라(CarPlay Ultra)는 단순한 스마트폰 미러링 수준을 넘어서 멀티 디스플레이 통합 제어, 차량 기능 직접 제어, 운전자 맞춤화는 물론 딥 애플 생태계 연동 등 차량의 핵심 시스템을 통합하고 애플의 생태계로까지 연결할 수 있는 운영 인터페이스 수준의 플랫폼이다.
이 때문에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들이 애플 카플레이의 향상된 버전을 채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볼보, 폴스타, 르노 등은 애플의 설명과 달리 “카플레이 울트라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완성차 업체들이 카플레이 울트라 도입을 꺼리는 건 차량의 내부 제어권을 외부 IT 기업에 넘기는 것에 대한 우려때문이다. 르노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구글, 퀄컴과 함께 자체 운영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며, 애플에는 ‘우리 시스템에 침범하지 말라’고 분명히 전했다”고 말했다.
카플레이 울트라의 핵심은 차량 전체를 아이폰 기반으로 통합하는 데 있다. 기존 카플레이가 음악, 통화, 내비게이션 중심이었다면, 울트라 버전은 속도, 연료 사용량, 실내 온도 제어, 라디오 주파수 변경 등 차량 주요 정보를 애플 인터페이스로 직접 제어할 수 있게 한다. 애플은 이를 통해 운전자에게 “일관되고 통합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현재까지 이 시스템을 공식적으로 도입한 브랜드는 애스턴 마틴이 유일하다. 지난 2014년 페라리가 처음 카플레이를 탑재한 이후 고급 브랜드에서 시작해 대중 브랜드로 확산된 기존 전략과 유사한 전개다.
포르쉐는 “향후 모델에 카플레이 울트라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현대차그룹(현대·기아·제네시스)은 2022년 애플이 발표한 ‘차세대 카플레이 적용 예정 브랜드’ 명단에는 없었지만, 업그레이드된 시스템 적용을 약속한 상태다.
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GM은 이미 2023년부터 북미 출시 일부 전기차에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지원을 중단했다. 이는 자동차 브랜드들이 단순 하드웨어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전략과 맞물린다.
맥킨지의 사이먼 미들턴 파트너는 “자동차 판매가 정점을 지나며, 프리미엄 브랜드 간의 차별화 경쟁은 소프트웨어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 내 경험을 놓고 IT 기업과 본격적인 주도권 싸움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미국 내 신차의 약 98%가 기존 카플레이를 지원하며, 하루 평균 6억 건 이상의 사용량을 기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제조사들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인터페이스를 차량에 허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애플과의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다.
결국 차량 내부에서 벌어지는 이 ‘디지털 주도권 전쟁’은 전동화, 자율주행과 함께 미래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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