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버스와 현대차 그리고 대진정공이 협업해 개발한 국산 전기 오픈탑 2층 버스가 서울시티투어버스로 운행을 시작했다. 전기 2층버스는 디젤버스와 다르게 진동소음이 없고 승차감이 좋아 이용객 만족도가 크게 향상됐고 서울의 친환경 이미지에도 기여하고 있다.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서울에서 시티투어버스가 처음 운행을 시작한 것은 2000년이다. 25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초창기 시티투어버스의 사업성은 그리 밝지 않았다. 당시 서울은 전 세계 대도시 중에서도 교통체증이 심한 도시로 악명이 높았고, 외국인 관광객의 수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시티투어버스 운영사인 타이거버스는 이 같은 여건을 감안해 운영 초기에는 정해진 시간표가 아닌 수요 기반 탄력 운행 방식을 선택했다. 승객이 일정 수 이상 모이면 운행을 시작하는 방식이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타이거버스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도 운영을 멈추지 않고 버텨냈고 지금은 서울 도심을 누비는 대표적인 관광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현재 타이거버스는 2층 오픈탑 버스 3대, 1층 반오픈 버스 6대, 트롤리버스 형태 6대 등 총 15대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은 '남산 코스' 젊은층은 '야경 투어' 선호
시티투어버스 이용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명소는 서울 남산을 오르는 'N 서울타워' 코스다. 한강 주변을 돌아 강남지역을 순환하는 아경 코스는 특히 젊은층이 가장 많이 이용한다.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시티투어버스는 주간 파노라마 노선과 야간 야경 노선 등 2개 노선을 중심으로 30분 간격의 정기 순환 운행을 한다. 주간 노선은 광화문역을 출발해 명동, 남산골 한옥마을, 남산서울타워,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대학로와 창경궁, 청와대 등 서울 주요 관광지 15곳을 연결하며 총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다. 이용객은 티켓 한 장으로 하루 동안 모든 정류장에서 자유롭게 승하차할 수 있다.
타이거버스 길진용 대표는 “평일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고, 주말에는 자녀와 함께하는 내국인 수요가 많다”며 “서울타워는 가장 많은 승객이 하차하는 정류장이고, 특히 한강 주변과 강남 지역을 돌며 서울의 야경을 감상하는 야경 투어는 젊은층의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용객 증가에 따라 타이거버스는 서비스 품질 향상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 운영했던 노선의 복원을 추진하고 신규 노선 개발과 함께 탑승 차량의 성능 개선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 디젤 차량을 친환경 전기버스로 전환하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길 대표는 “현재 운행하는 대부분의 이층버스가 수입 디젤 차량인데 진동과 소음에 따른 이용객 불편은 물론 유지관리 부담이 매우 컸다”며 “부품 수급도 해외에 의존해 고장 한 번에 수천만 원 수리비가 발생하거나 수개월 동안 차량을 세워둬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차에 2층 전기버스 개발 요청... 전 차량 교체 추진
타이거버스는 수입 디젤버스의 경우 유지 관리에 많은 비용이 필요하지만 국산 전기 버스는 요소수와 같은 소모품 비용 절감 효과와 함께 서비스도 용이한 장점이 있어 향후 모든 운행 차량을 대체할 계획이다.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이거버스는 현대자동차, 특장업체 대진정공과 협력해 국내 최초의 전기 오픈탑 2층버스를 개발 및 도입했다. 해당 차량은 타이거버스의 요청에 따라 현대차가 플랫폼을 개발하고, 대진정공이 오픈탑 개조를 맡았다. 2025년 8월에는 동일 모델의 추가 투입도 예정돼 있다.
전기버스는 기존 디젤버스 대비 승차감이 뛰어나고, 오픈탑 실내에도 냉난방 공조장치가 완비되어 있어 사계절 운행이 가능하다. 또한 오일, 필터, 요소수 등 소모품 비용이 없고, 고장 발생 시에도 국산 부품으로 수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길 대표는 “차량 가격이 높은 것이 부담이지만, 유지비용이나 이용객 만족도를 고려하면 충분히 감수할 가치가 있다”며 “앞으로 모든 운행 차량을 전기버스로 대체하고, 수소버스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환경 차량 전환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길 대표는 “서울 도심에서 정기 노선을 운영하며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지만, 전기버스 구매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일반 시내버스보다 현저히 낮고, 공영차고지의 충전 인프라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전기 2층 버스의 충전은 현대차가 지원해 준 이동식 충전 차량과 차고지 완속 충전, 그리고 LS이링크(LS E-Link)가 설치하고 있는 급속충전기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 버스 운행을 늘리면 현재 충전 설비로는 적지 않은 고충이 따를 것으로 보여 대책이 필요해 보였다.
정부차원에서 적극 지원하는 해외 시티투어버스
런던의 명물 '빅버스', 해외 유명 도시의 시티투어버스 대부분은 정부와 지자체가 차량 구매·유지 보조금, 충전 인프라 우선 접근권 등의 혜택을 제공해 관광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Pixabay)
세계 주요 관광도시의 시티투어버스는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런던의 ‘빅버스’, 뉴욕의 ‘호프온 호프오프’, 파리의 ‘오픈투어’ 등은 대중교통과 연계된 관광 교통 인프라로 기능하며, 투어버스 자체가 관광 콘텐츠로서 브랜드 가치를 갖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 관광도시에서는 시티투어버스 운영사에 대해 도로 전용 차선 우선권, 관광지 주변 주정차 허용, 차량 구매·유지 보조금, 충전 인프라 우선 접근권 등 행정적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민간 기업은 지속적인 차량 교체와 콘텐츠 개발에 집중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지역 경제와 관광 수익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서울시티투어버스 또한 점차 인지도를 높이며 도심형 관광 콘텐츠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는 관광산업을 공공자산으로 인식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전략적 지원과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타이거버스의 전기버스 도입과 같은 민간의 선도적 시도가 지속 가능성을 갖기 위해선, 보다 실효성 있는 행정적 후속 조치가 절실하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