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똑같은 술은 질리잖아. 특별한 술 한잔을 찾아 가방을 챙긴다. 우리가 잘 몰랐던 우리의 술 이야기를 찾는다. 경주에 이은 다음 여정은 충청남도 당진시 면천읍이다. 생전 처음 와보는 이곳에 온 이유는 단 하나다. 이곳에는 대대로 꽃으로 만든 술이 있다고 해서.

진달래꽃으로 만든 ‘면천두견주’. 그 맛과 향은 만개한 진달래 동산처럼 화려했다.
꽃을 넣어 빚은 약주, 아버지를 구하다

면천두견주의 역사는 무려 1,000년 전으로 돌아간다. 고려를 개국한 태조왕건의 개국공신 중 하나인 ‘복지겸’… 의 딸이 그 주인공이다. 복지겸 장군은 건강이 나빠져서 고향인 면천지역에 내려왔다. 그럼에도 건강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의 딸이 아미산에 올라 100일 기도를 드렸는데 신선이 나타나 말했다.

“아미산에 활짝 핀 진달래꽃(두견화)과 찹쌀, 안샘의 물로 술을 빚어 만들고, 뜰에 두 그루의 은행나무를 심고 정성을 들여라.”
그렇게 만들어진 술이 바로 ‘면천두견주’다. 이후 역사서들에 종종 이 약주에 대한 기록이 담겨있을 정도로 면천지역에 대대로 내려온 술이다. 심지어 국가에서 지정한 ‘국가무형유산’에 선정될 정도로 역사적 가치와 맛을 인정받은 술이다.
문제는 그 대가 끊겼다는 것이다.
면천두견주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서

면천두견주는 1986년 문배주, 경주 교동법주와 함께 국가무형유산으로 인정을 받는다. 하지만 2001년 8월 면천두견주를 대대로 만들어오던 박승국 씨가 사망하며 그 명맥이 끊기게 되었다.
그러나 면천두견주는 면천면의 가정마다 만들어 마시던 술이기도 했다. 어렸을 때는 봄이 되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진달래 꽃’을 따서 말리곤 했다고.
때문에 면천면에 있는 두견주를 만들 줄 아는 사람들을 모았다. 그리고 한국전통주연구소, 지역의 대학과 협업하여 자료를 찾고, 면천두견주의 맛을 표준화하였다. 그리고 만든 것이 ‘면천두견주 보존회’를 만들었다.

면천두견주 보존회는 재미있는 역사를 쓰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국가무형유산은 보유자 개인이 지정을 받는데, 면천두견주 보존회는 특정 개인이 아닌 단체로 인정받은 첫 사례가 된 거이다. 이들은 16명의 전수자를 선발하고 이 진달래꽃의 역사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다.
꽃처럼 달콤 새콤하고 화려한 한 잔

아버지를 낫게 하려는 딸의 정성으로 시작하여,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단합한 면천두견주 보존회의 이야기까지. 날씨가 덥고 추워지더라도 언젠가는 봄이 오듯이, 면천두견주라는 무형의 유산은 지금까지도 계속 전달되고 있다.
보통 이런 거대한 역사가 있는 술은 어렵게 느낄 수 있지만, 막상 마셔보면 정말 친숙하고 맛있는 술이다. 진달래 꽃이 들어가 향긋한 향이 나고, 맛은 달콤하다 느끼면서도 새콤하게 마무리되어서 침이 고인다. 마시면서도 맛있다를 연발하는 술이다.

조상님들은 이런 맛있는 술을 마셨구나.
<제공 : 마시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