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 닛산이 약 8조원 규모의 채권 발행에 성공하면서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닛산이 8600억 엔(약 8조 원) 규모의 대규모 채권 발행에 성공하며 최근 경영 불안정성 위기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았다. 이번 자금 조달은 미국 달러 및 유로화 표시 채권과 함께 엔화 전환사채를 포함한 복합 채권 형태로 이뤄졌다.
닛산은 채권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일반적인 기업 운영자금과 2025 회계연도 만기 도래 채권 상환, 전동화 및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개발을 포함한 미래 투자에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전환사채 2000억 엔(약 1조 8800억 원)은 오는 2030년까지 미래차 기술 및 제품 개발에 투입돼 닛산이 목표로 하고 있는 신차 개발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닛산은 매우 이례적인 규모의 채권 발행으로 보는 시장 반응에 "이번 발행이 초과 청약을 기록했다"며 시장의 반응이 긍정적이었음을 강조했다. 업계는 이를 'Re:Nissan'으로 명명된 경영 정상화 플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닛산은 지난 몇 년간 글로벌 경쟁력 약화, 전기차 전환의 지연, 주요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 등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해왔다. 특히 일본 내 내수 침체, 북미 시장에서의 브랜드 약세, 그리고 아라이 전 부회장 구속 등 거버넌스 리스크가 기업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따라서 이번 채권 발행은 단순한 자금 확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미래차 개발 재투자, 연구개발(R&D) 지속성 유지, 만기 채무 리파이낸싱 등을 통해 경영 리스크를 장기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크다.
닛산이 선택한 ‘중장기 만기(4~10년)’ 중심의 구조는 단기적인 수익 보다는 장기적 재무 안정성에 중점을 둔 접근으로 분석된다. 또한 전환사채를 통한 조달은 향후 주식 전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하이브리드 성격의 자금 운영 전략으로, 향후 주가 및 시장 반응에 따라 유연한 회계 처리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 자동차 산업 전반이 전동화 및 소프트웨어 전환을 위한 투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닛산의 이번 조치는 자금 선제 확보를 통한 중장기 생존 전략”이라며 “전통 내연기관 기반 브랜드에서 SDV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한다.
한편 닛산은 2030년까지 총 19종의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SDV 중심의 차량 개발 역량 강화를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닛산이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기술 투자 여력을 확보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제품 포트폴리오와 브랜드 전략의 근본적인 전환 없이는 지속가능한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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