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이 아니라 공간이 된 브랜드들 3

2025.08.25. 20: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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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P인 마시즘에게 가장 두려운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번 주말에 어디 가지?”라는 물음이다. 평소 집과 집 앞 편의점 정도로 길고양이보다 활동반경이 좁은 나에게 이 말은 여행이라기보다 추방이요. 괜찮은 곳을 입밖에 내뱉지 못하는 순간 길바닥에서 헤매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할 것이 없다. 평소 커피와 콜라 등 음료 지식으로 무장한 나에게는 꿈의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브랜드들이 만들어낸 핫플레이스를 소개하겠다.

01. 코카콜라 X 해방촌 신흥시장

좋은 점 : 누구를 데려가도 반할 맛집과 멋짐
주의점 : (다리가) 강한 자만이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서울의 하늘섬

서울에서 가장 멋지고 독특한 가게와 식당이 모여있는 곳. 좁은 골목들 사이로 여러 특색 있는 가게와 식당이 있는 해방촌 신흥시장은 이전에도 활기찼지만 통일된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여기에 코카콜라가 시장에 레드를 입혔다. 기존 팝업스토어처럼 미개봉 느낌의 공간이 아닌 세월의 흔적을 살려서 빈티지하게 꾸몄다.

간판과 거리, 가게의 내외부를 멋지게 바꿔놓았는데, 가게 안의 코카콜라의 디자인이 멋있을수록 맛있는 음식과 콜라가 올 확률이 높다라는 법칙을 발견했다(아님).

처음 방문한다면 지하철 녹사평역에 내려 걸어 올라가려고 하지만 이곳을 만만히 보면 안 된다. 자칫 걸어 올라가다 가파른 오르막 앞에 좌절하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근처 정류장에서 용산 08번 마을버스를 꼭 탈 것. 당신 다리 제가 살려준 겁니다.

02. 스타벅스 경동1960점

좋은 점 : 사람이 정말 많다(앉아 있을 때)
주의점 : 사람이 정말 많다(일어나 기다릴 때)

코카콜라가 전통시장을 만났다면, 스타벅스는 전통시장 안에 있는 폐쇄된 극장을 리모델링했다. 스타벅스 경동 1960점은 극장의 홀을 카페로 삼았는데 세월이 느껴지는 공간 안에 스타벅스의 세련됨을 더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던 카페의 분위기. 외국에 정말 멋진 스타벅스를 간 기분이라고 할까?

크게 많이 바꾼 것은 없어 보이는데 기묘한 세련됨이 있다. 공간이 너무 넓어 벽면에 영사기로 주문번호를 띄워주는 것도 센스가 넘친다. 이런저런 요소를 구경하다 보면 내가 뭘 마시고 있는지도 잊을 정도다.

이런 독특한 콘셉트 때문에 나이가 있으신 분들부터 20대까지 모두 이곳을 찾는다. 성별연령에 상관없이 감동을 주는 시간과 공간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사람들이 자주 오가니 내가 원하는 자리는 찾기가 어렵다는 것. 내가 이걸 찾아서 어떻게 왔는데. 좌석제… 좌석제가 시급하다.

03. 경주 맥심가옥

좋은 점 : 커피만큼이나 잘 만드는 팝업
주의점 : 아이스 아메리카노 언급 금지

사실 앞의 두 공간을 보여주며 팝업스토어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딱 한 곳 맥심은 예외다. 모카책방에서 시작한 팝업스토어가 우체국이 되고, 라디오가 되더니, 작년에는 기어코 ‘맥심 골목’이라는 동네를 만들어버렸다. 사실상 요즘은 커피보다 공간을 만드는데 미친 사람들이다.

그리고 올해는 ‘맥심 가옥’이다. 알려진 정보는 오는 8월 28일(목)부터 9월 26일(금)까지 경주에서 진행한다는 것. 널따란 정원과 다양한 건물까지 작은 궁전 같아 보였던 한옥들 사이에서 맥심과 함께 먹는 다과라니! 확실히 커피믹스 맥심은 이제는 한국의 전통음료라는 것을 인정할 때가 되었다. 그러니 자칫 맥심가옥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이런 상스러운 말을 했다가 곤장 맞는 일이 없도록 하자.

<제공 :마시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