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이름은 들어 봤는데, 가 보진 못했던 일본의 그곳들. 일본 곳곳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여행지 10곳을 한자리에 모았다. 참 멀리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한 걸음 더 가까웠던 곳. 직항 노선과 신칸센만 잘 이용하면 의외로 가기 쉬운, 낯선 일본의 어느 여행지에 대하여.

축제로 이어진 교류
아오모리 AOMORI

아오모리는 일본 4개 섬 중 가장 큰 혼슈, 그중에서도 최북단에 자리한다. 가을녘 단풍으로 예쁘게 물든 히로사키 공원은 아오모리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대표 스폿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과. 이곳에서 사과를 재배하기 시작한 건 130년 전부터인데, 쌀을 재배하기 부적합한 기후 때문에 기르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는 품종인 후지(부사)와 쓰가루(아오리) 사과 역시 이곳 아오모리에서 처음 재배가 시작되었다.

아오모리는 지역 축제 문화로도 유명한데, 여름철에 열리는 ‘네부타 마쓰리’가 대표적이다. 무사 인형 등불인 ‘네부타’를 만들어 시내를 행진하는 축제로, 2005년 한일 국교 정상화 40주년과 정기 항로 개설 10주년을 기념해 서울에서도 개최된 적이 있다.

햇살과 과일의 고장
오카야마 OKAYAMA

오카야마는 일본 다른 지역에 비해 날씨가 유독 좋아 ‘햇살의 땅’이라고 불린다. 또 다른 애칭은 ‘과일 왕국’. 풍부한 일조량이 맛있는 과일을 키워 낸다. 오카야마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분홍빛 ‘모모(복숭아)’인 이유다.

오카야마는 예로부터 세토내해 항로와 도쿄, 간사이 지역과 규슈를 잇는 중요한 지리적 위치에 있어 상업과 문화가 일찍 발달했다. 교토 못지않은 전통미를 간직하고 있는 구라시키 미관지구, 일본 국보로 지정된 기비쓰 신사, 일본 3대 정원으로 꼽히는 고라쿠엔, 오카야마성 등 지천에 볼거리가 가득하다.

특히 구라시키 미관지구 안에는 일본 최초의 서양 사립 미술관인 ‘오하라 미술관’이 있다. 이곳은 개인이 직접 구입한 작품을 바탕으로 설립된 곳으로, 피카소, 모네, 고갱, 르누아르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오카야마의 명물, 해산물이 한 그릇에 가득 담긴 ‘바라즈시’도 놓칠 수 없다. 현재 오카야마는 직항편을 통해 편하게 여행할 수 있으며, 오사카에서도 신칸센으로 45분이면 닿는다.

아웃도어 천국
미야자키 MIYAZAKI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긴다면 주목. 규슈 남동부 태평양에 맞닿아 있는 미야자키는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지역이다.

특히 서핑 명소로 유명한데, 해안이 무려 400km 이상 펼쳐져 있으며 북, 남, 동쪽에서 너울이 밀려온다. 이외에도 화산 하이킹, 다카치호 협곡과 높이 17m에 달하는 마나이 폭포의 절경, 골프, 니치난 피닉스 로드를 따라 즐기는 해안 드라이브 등 선택지가 다양하다.

일본에서는 오키나와 이전에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인기를 끌던 지역이기도 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인천-미야자키 직항 노선을 운행하고 있으며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녹차와 후지산의 조합
시즈오카 SHIZUOKA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인 후지산을 배경으로 드넓은 차밭이 펼쳐진 풍경. 시즈오카현을 대표하는 풍경이다. 일본에서도 시즈오카산 차는 최고급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시즈오카현은 일본 전체 녹차 생산의 반을 담당하는 최대 녹차 생산지다. 또한 후지산을 비롯한 아시타카산, 도가사산 등을 포함한 ‘후지 화산대’가 이즈반도까지 이어져 있어 풍부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도쿄와 나고야의 중간에 위치해 곳곳에 에도 시대의 모습도 잘 간직하고 있다. 옛 모습의 광경과 웅대한 경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태평양 연안으로 어항도 발달해 일본 제1의 참치 어획량을 자랑하는 야이즈항도 자리했다.

딸기, 귤, 와사비, 시라스(치어) 등 시즈오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도 놓칠 수 없다. 최근 드라마 <협상의 기술>의 배경지로도 등장했으며, 극 중에서는 와사비 아이스크림과 오뎅 거리가 소개되기도 했다. 인천-시즈오카 직항 노선을 이용할 경우 1시간 55분이 소요된다. 도쿄에서 신칸센을 이용하면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풍요로움의 대명사
니가타 NIIGATA

니가타는 풍요로운 곳이다. 산이 높고, 계곡이 깊고, 눈이 많고, 물이 풍부하다. 그뿐만 아니라 넓은 바다가 있고, 풍요로운 논밭도 가득하다. 니가타의 옛 이름은 ‘에치고(越後)’다.

도쿄의 북쪽에 ‘에치’라는 거대한 산맥이 위치하는데, 워낙 험준하여 바람이 산맥을 넘지 못한다. 자연스레 구름도 산을 넘지 못하니, 겨울이면 눈이 되어 쏟아진다. 보통 11월쯤부터 내리기 시작하는 눈은 4m도 넘게 쌓일 정도다. 니가타는 일본 최대의 적설량 지대다. 평원에 쌓인 눈은 봄 햇살을 머금고 땅으로 스민다.

그래서 대지가 풍요롭다. 맛있기로 소문난 쌀, ‘고시히카리’가 바로 니가타의 것이다. 니가타는 또한 한국에서 지명보단 ‘구보타’, ‘만쥬’, ‘핫카이산’ 등 대표적인 사케 브랜드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인천-니가타 직항 노선은 현재 대한항공이 주 3회 일정으로 운항 중이다. 도쿄에서는 신칸센을 타고 약 2시간이면 니가타에 도착한다.

산과 강의 영험한 풍경
야마가타 YAMAGATA

야마가타는 일본 동북 지방에 자리하는 현이다. 야마가타(山形)는 ‘산의 모양’이라는 뜻인데, 무려 500km에 달하는 오우 산맥이 도호쿠를 동서로 나누고 양쪽에 비옥한 평야를 선사한 모양새다. 드넓은 대지가 펼쳐진 가운데 여러 봉우리들이 솟아 있는데, 이곳이 바로 데와 산지다.

매년 겨울이 되면 야마가타의 매력은 배가된다. 야마가타라는 이름은 낯설더라도, 포근한 눈 속에 료칸들이 나란히 서 있는 긴잔온천 사진은 일본 여행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접해 봤을 것이다.

동화 속 거리 같은 풍경을 자랑하는 야마가타는 스키어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스노 파우더를 가르며 활강하는 즐거움과 함께, ‘스노 몬스터’라 불리는 수빙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스키장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마가타는 인천-센다이 노선을 이용하면 쉽게 여행할 수 있다. 센다이공항과 센다이역은 대중교통으로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고, 센다이역에서 신칸센을 통해 야마가타로 향하면 된다.

사계절 아름다운 곳
아키타 AKITA

눈의 고장, 아키타는 일본 혼슈 북부에 위치하는 지역이다. 도쿄에서 신칸센을 이용할 경우 3~4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아키타는 사계절 내내 특색 있는 모습을 뽐낸다.

봄에는 겨울 눈이 남아 있어 벚꽃과 스키를 동시에 즐길 수 있고, 여름에는 아키타 간토 축제와 오오마가리 불꽃축제로 열기가 뜨겁다. 산이 붉은빛으로 가득 물드는 가을을 지나면 얼음 왕국이 절로 떠오를 정도로 적설량이 많은 겨울이 찾아온다. 대표적 관광지로는 가쿠노다테의 무사 저택 마을이나 설국 온천의 진수를 보여 주는 뉴토 온천 등이 있다.

아키타의 작은 교토라고 불리는 ‘가쿠노다테’도 함께 둘러보면 금상첨화다. 아키타는 한국인들에게 이병헌, 김태희 주연 드라마 〈아이리스〉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직항편은 없지만, 김포–하네다 구간을 일본 국적기로 이용한 뒤 일본 국내선을 연결하면, 아키타까지 비교적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다.

회복과 일상, 그 사이
후쿠시마 FUKUSHIMA

후쿠시마는 원전 사고로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자연과 온천이 풍부하고, 무엇보다 여전히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여행지다.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1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

일본 도호쿠 남단의 후쿠시마현은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큰 도도부현이다. 남북의 길이만 150km, 동서 폭이 가장 긴 곳은 170km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동부의 태평양 연안부터 서부의 산악지대까지, 서로 다른 기후와 풍경에 다양한 생활방식이 공존한다. 대표 관광지인 에도 시대의 역참마을, ‘오우치주쿠’에서는 옛 초가집 거리가 400년 넘게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지금도 그 길을 따라 늘어선 초가 지붕 집들과 전통 음식인 네기(파) 소바가 여행객들에게 특별한 시간 여행의 경험을 선사한다.

알펜루트의 장대한 자연
도야마 TOYAMA

도야마는 3면이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험준한 고산이 너른 평야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듯한 형상이다. 도야마를 직역하면 ‘높은 산’을 뜻한다. 그도 그럴 것이 도야마현을 찾은 여행자라면 해발 3,000m에 달하는 다테야마 연봉의 웅장한 자태에 눈길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다테야마는 후지산, 하쿠산과 함께 일본의 3대 영산 중 하나로 예부터 숭배의 대상으로 여겨 온 명산 중 명산이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는 3,000m급의 산들을 케이블카, 로프웨이, 버스 등 다양한 이동 수단으로 횡단하는, 초심자부터 상급자까지 즐길 수 있는 국제적인 산악 루트로 유명하다. 봄이면 높이 20m에 달하는 ‘눈의 대계곡’을 탐험할 수 있고 여름에는 신비로운 고산식물과 청량한 풍경, 가을에는 눈 두는 모든 곳이 형형색색으로 물든 천혜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도야마를 가장 편하게 여행하는 방법은 도쿄에서 호쿠리쿠 신칸센을 이용하는 것이다. 신칸센을 타면 도야마까지는 대략 2시간 5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 밖에도 나고야 주부국제공항 또는 이시카와현 고마쓰공항으로 입국해 특급열차편으로도 이동 가능하다.

도쿄 옆 그곳
가나가와 KANAGAWA

가나가와는 도쿄의 그림자에 가려진 숨은 여행 명소다. ‘돈을 씻으면 불어난다’는 전설로 유명한 가마쿠라의 ‘제니아라이 벤자이텐’ 신사는 가나가와의 인기 스폿 중 하나다. 재물운을 기원하는 여행자들로 신사는 늘 붐빈다.

또 다른 명소는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배경지인 가마쿠라다. 가마쿠라 고교 앞 철로 건널목은 언제나 여행객들로 붐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영화 <어느 가족>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배경지이기도 하다.

가나가와를 대표하는 또 다른 여행지는 에도 시대부터 온천지로 명성이 높은 하코네다. 신칸센으로 접근이 용이해 도쿄 시민들의 주말 여행지로도 사랑받는 곳이다. 가나가와 현청 소재지인 요코하마는 일본 개항의 상징이자, 도심 재개발에 의해 만들어진 복합시설, 미나토 미라이21 등 둘러볼 요소가 가득하다.

도쿄역에서 신칸센으로 20분이면 요코하마에 도착할 수 있는 접근성도 장점이다. 바다와 온천, 도시와 역사가 어우러진 가나가와는 도쿄 여행을 확장하는 최적의 선택지다.

글 트래비 취재협조 JNTO(일본정부관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