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예지 기자] 지난 7월 유튜브는 10년간 운영해온 ‘인기 급상승 동영상(이하 인급동)’을 공식 폐지했다. 알고리즘에 따른 개인화 추천이 늘어나면서 획일적인 트렌드 차트의 역할이 줄어들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유튜브가 인급동을 없애는 대신 내놓은 새로운 카드가 있다. 바로 팬들이 직접 콘텐츠 창작자(크리에이터)를 밀어주는 ‘하이프(HYPE)’ 기능이다.

세계로 확대된 Hype 기능, 뭘까?
‘Hype’는 본래 ‘과대 선전’, ‘기대감’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유튜브에서는 시청자들이 특정 영상이나 크리에이터에게 보내는 관심을 의미하며, 이를 바탕으로 영상 순위를 매기는 시스템을 말한다. 지난해 9월 유튜브는 ‘사람들이 자신이 믿는 신규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모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 Hype를 처음 소개했다. 그리고 2025년 8월 27일 한국, 미국, 일본, 인도 등 세계 39개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단순히 조회 수나 알고리즘 추천에 의존하지 않고, 시청자가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를 직접 응원하게 돕는 이 기능은 콘텐츠 소비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응하는 유튜브의 핵심 전략이다. 이제 대중은 모두에게 통하는 대세 콘텐츠보다 각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로 관심사를 확장하고 있다. 유튜브는 “자신이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의 성공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팬들이 있다는 피드백을 기반으로 Hype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Hype는 요리, 게임, 음악, 뷰티 등 유튜브의 다양한 콘텐츠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시청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 인기를 얻도록 도울 수 있고,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는 새로운 팬층을 확보할 기회를 얻는다. 결국 Hype는 시청자에게 좋은 콘텐츠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크리에이터에게는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윈윈 구조를 만든다.
좋아요 넘어선 새로운 응원법

Hype 기능의 사용법은 간단하다. 시청자는 구독자 50만 명 미만 크리에이터가 7일 이내 올린 긴 형식의 영상에 대해 최대 3회까지 Hype를 보낼 수 있다. 영상이 Hype를 받으면 포인트가 쌓이고, 이 포인트로 새로운 순위표인 ‘리더보드’에 오를 기회를 얻게 된다. 이때, 크리에이터의 구독자 수가 적을수록 시청자가 Hype를 보낼 때 더 많은 보너스 포인트가 적용된다. 현재 안드로이드에 한해 유료 Hype도 구매 가능하다.
시청자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신규 크리에이터의 영상 아래에 생긴 Hype 전용 버튼으로 쉽게 응원할 수 있다. 해당 동영상의 점수, Hype를 보낸 팬 수, 최고 순위도 확인 가능하다. 한번 Hype를 보내면 취소할 수 없으니 주의하자. 한 달 동안 채널에 가장 자주 Hype를 보낸 시청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되면 해당 채널의 스타 배지를 받을 수 있다. 시청자는 이미지를 저장하여 배지를 공유하거나, 채널 페이지 게시물 탭에 게시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영상이나 채널에 적용되는 건 아니며,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참여하는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Hype를 받은 영상은 유튜브 곳곳에 배지가 표시되어 눈에 띄게 된다. 또한 홈 피드에서 Hype 콘텐츠만 필터링해 볼 수 있다. 크리에이터에게 Hype를 보낸 영상이 리더보드에 근접하면 알림이 간다. 다만 창작자는 Hype한 사용자를 확인할 수는 없다.

유튜브 앱에서 왼쪽 상단 ‘탐색’(Explore) 메뉴를 클릭한 후, Hype를 선택하면 리더보드에 오른 영상을 볼 수 있다. 과거 인급동이 있던 위치와 유사하다. 내가 Hype한 동영상 목록도 볼 수 있다. 리더보드는 음식, 브이로그, 여행, 음악 등 여러 카테고리로 구분되며, 시청자는 다른 사용자가 Hype한 최신 콘텐츠를 찾을 수 있다. 리더보드는 개별 맞춤형이 아니라 같은 국가에 있는 모든 시청자에게 동일하게 표시된다. 순위 목록은 몇 분마다 업데이트된다. 한편, Hype는 현재 PC에서는 지원되지 않는다.
Hype 관건은 두터운 팬덤

과거 인급동이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트렌드를 주도했다면, Hype는 팬들이 직접 참여해 콘텐츠를 부상시키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의 발견 도구다. 유튜브는 향후 유료 Hype를 통해 팬덤의 직접적인 결제를 새로운 수익 모델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재 라이브 방송을 통한 수익 구조처럼 슈퍼챗, 멤버십 등과 함께 수익원을 다각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Hype가 소규모 크리에이터 발굴에 성공한다면, 이들의 성장은 플랫폼의 콘텐츠 다양성을 높이고 더 많은 시청자를 유입시키는 선순환을 만들 것이다. 또한 Hype를 통해 성장한 숨은 보석 같은 크리에이터는 충성도 높은 팬덤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Hype는 팬덤이 얼마나 단단하게 결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는 구조로, 마치 게임에서 돈으로 승리하는 모델처럼 팬들의 충성심과 결제력에 따라 순위가 결정될 가능성도 내포한다. 따라서 열성적인 팬덤 기반이 약한 정보 전달 채널 등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들은 크리에이터와 시청자, 그리고 플랫폼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려는 유튜브의 장기적인 비전을 보여준다. 향후 유튜브가 알고리즘 기반의 어떤 수익 모델을 추가로 선보이며 그림을 완성해나갈지 주목해야 할 때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