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빛 바다로 이름난 푸켓. 해변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듣는 즐거움이 크지만, 몬순시즌에는 종종 흐린 하늘과 빗줄기가 그 풍경을 가린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바닷가 대신 바다를 마주한 식당에 앉아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는 것, 그 또한 푸켓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다.
푸껫 남서쪽, 카타노이와 카타 비치 일대에는 이 경험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오션뷰 식당들이 숨어 있다. 푸껫의 낭만을 더해줄 세 곳을 소개한다.

고급 다이닝의 정수
Mom Tri's Kitchen
푸켓 카타노이 해변을 굽어보는 언덕 위, Mom Tri’s Kitchen이 자리잡고 있다. 카타노이를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희소한 전망과, 오랫동안 푸켓 파인 다이닝의 상징처럼 자리해온 명성이 이곳을 일부러 찾아갈 이유가 된다.

예약 없이 찾아갈 수 있는 곳이지만, 바다 전망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창가 자리를 미리 예약하는 게 좋다. 특히 2층 창가에 앉으면 마치 유람선을 타고 떠다니는 듯, 바다 한가운데서 식사하는 기분을 낼 수 있다.

이곳에서 선택한 메뉴는 염소 카레. 태국 남부 특유의 색다른 맛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일반적으로 잡내가 강하다고 알려진 염소고기지만, 예상과 달리 잡내는 전혀 없었다. 올려진 고수도 향이 은은해 부담스럽지 않았다. 다만, 고수를 좋아하지 않는 이라면 미리 빼달라고 요청할 것.

한국에서는 당연히 밥과 함께 떠오르는 카레지만, 이곳에서는 바삭하게 튀긴 로티가 곁들여져 나왔다. 바삭한 식감과 기름진 풍미가 매콤한 카레와 의외로 잘 맞았다. 로티와 카레를 한창 맛보고 있을 무렵, 직원이 다가와 밥을 함께 곁들일 것을 제안했다. 밥심으로 버텨온 한국인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제안이었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곳
The Boathouse Restaurant
카타 비치와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레스토랑을 꼽으라면 단연 이곳이다. 테이블에 앉으면 눈앞에는 서퍼들이 파도를 타고, 귓가에는 파도 소리가 은은한 배경음악처럼 깔린다.

직원의 추천을 받아 시그니처 메뉴인 연어 테리야키(Salmon Teriyaki)를 주문했다. 놀라울 만큼 두툼한 연어는 테리야키 조리법으로 간이 알맞게 배어 있어 본연의 색과 풍미가 고스란히 살아 있었다. 겉과 속 모두 촉촉했고, 비린맛 하나 없이 깔끔했다. 담백하면서도 깊은 만족감을 주는 한 접시였다.



식사의 마무리는 마카다미아 초콜릿 아이스크림. 촉촉한 슈 안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가득 들어 있고, 고소한 마카다미아가 콕콕 박혀 있었다. 바닐라의 부드러움, 마카다미아의 고소함, 그리고 초콜릿 향이 은은하게 이어진다.
현지의 맛!
Ska Bar & Kata seafood
푸켓의 수많은 해변가 레스토랑 가운데, 한눈에 로컬 감성을 드러내는 공간이 있다. 식당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낮에는 식당, 밤에는 바로 변한다. 대나무와 목재로 꾸며진 이곳은 마치 해변 위에 작은 마을이 들어선 듯, 물놀이를 마치고 그대로 들어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운이 좋다면 바다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다. 당장이라도 뛰어 나가 파도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자리다. 바람과 파도가 그대로 밀려들어와 더없이 시원하다.

다만 우기에는 이 매력에 작은 변수가 끼어든다. 바로 빗방울이다. 바닷가와 맞닿은 자리는 천장이 뚫려 있어 비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될 수도 있으니, 이 점은 감안해야 한다.

태국을 대표하는 똠얌꿍과 팟타이는 현지의 맛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직원에게 '스파이시!'를 요청하면 매콤 새콤한 똠냥꿍을 맛볼 수 있고, 팟타이는 지금까지 현지에서 맛 본것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 쫄깃한 면발과 두툼한 새우, 아삭한 채소가 어우러지며 한입마다 만족스러움이 더해진다.

똠얌꿍과 팟타이, 아메리카노까지 즐기고도 360바트. 바다와 함께하는 식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가격은 더할 나위 없이 합리적이다. 더불어, 인상 깊었던 건 아메리카노에 설탕이 깔려 나왔다는 점이다. 태국에서는 음식과 음료 전반에 단맛을 곁들이는 문화가 있어, 원하지 않으면 ‘마이 완(달지 않게)’라고 미리 말하는 게 좋다. 매주 화·금요일 밤 10시에는 불쇼도 열린다고하니 열린다니 참고해두면 좋다.
글·사진 김주현 인턴기자 취재협조 태국관광청, 한진관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