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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40년 넘는 골뱅이 전쟁, 원조의 품격이냐! 마케팅의 승리냐! [라이벌열전]

    2025.10.17. 16:55:57
    읽음3,871 댓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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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물산교역 유동 자연산 골뱅이 140g (10개)
    34,560원최저가

    ▲ AI generated image @Google Gemini 2.5 Flash


    가을밤, 스산한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퇴근길을 재촉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집에 얼른 들어가 골뱅이 무침에 소주 한 잔해야 하기 떄문이다. 남들은 “그거 여름 안주 아니냐”라며 고개를 갸웃할지 몰라도, 땡초까지 썰어넣어 매콤한 양념에 무심하게 버무린 골뱅이 몇 점만 집어먹어도 이야기가 달라진다. 혀끝을 간질이는 매운맛에 몸이 후끈 달아오르고, 환절기 가을의 은근한 추위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거기에 소주 한 잔을 곁들이는 순간! 캬! 고단했던 하루가 깨끗이 지워진다. 이보다 완벽한 힐링이 또 어디 있을까?



    술 한 잔이 들어가니 어김없이 직업병이 도진다. 오늘 무쳐놓은 골뱅이 통조림, 이거 어디 제품이었더라? 며칠 전 마트에서만 해도 매대에는 유동, 동원, 동표, 그리고 이름도 생소한 브랜드들까지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나는 어떤 기준으로 이 제품을 집어 들었을까?


    ▲ 유성물산교역 유동 골뱅이 무침양념 320g의 조리예 <7,140원>


    생각해보면, 이건 참치 통조림 옆에서 벌어지는 또 하나의 수산물 국지전이다. 골뱅이는 특성상 대부분 통조림 형태로 유통될 수밖에 없고, 이 시장에서 유동, 동원, 동표 이 세 기업을 빼고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무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트로이카’가 벌여온 시장 경쟁은 단순한 식품 유통을 넘어선 골뱅이 전쟁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그 치열하고 끈질긴 역사를 들여다볼 시간이다.



    유동 골뱅이, 대한민국에 원조 깃발을 꽂다



    ▲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사실과 관련이 없음

    AI generated image @Google Gemini 2.5 Flash


    골뱅이 통조림 전쟁의 시발점은 유동의 탄생과 시장 개척에서 비롯된다. 유동 골뱅이의 모태인 유성물산교역은 1965년 7월 강순걸 회장이 창업했다. 처음에는 골뱅이와는 거리가 먼, 인삼과 한약재를 홍콩과 일본 등지에 수출하는 무역회사였다. 그러나 1970년대 한국 경제의 급성장과 통조림 시장의 전성기를 목격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로 결심한다.


    1974년 경북 울진 후포항에 공장을 세우고 '유성(儒星)의 동해(東海) 공장'이라는 의미의 '유동(Yoodong)' 브랜드를 론칭, 꽁치 등 수산물 가공업에 진출한다. 이 시기 유동은 수산물 통조림 생산 노하우를 축적하며 골뱅이 통조림이라는 미개척 시장을 준비했다.


    ▲ 유동 골뱅이 제품 표지의 변천사

    <이미지 출처 : 유성물산교역 홈페이지>


    마침내 1980년, 유동은 유동 자연산 골뱅이를 국내 최초로 선보이며 시장을 개척했다. 당시만 해도 골뱅이는 동해 지역에서나 맛볼 수 있던 해산물이었다. 유동은 통조림이라는 형태로 전국의 술상과 식탁에 골뱅이무침을 대중화시킨 일등 공신이 되었다.




    ▲ 유성물산교역 유동 자연산 골뱅이 400g<8,000원>


    초기 유동은 국내산 골뱅이를 사용했으나, 폭발적인 인기로 인한 남획과 원료 가격 급등으로 품질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유동이 내린 결단이 바로 해외 원료 소싱이었다. 1993년, 유동은 영국, 아일랜드 등 유럽 청정 해역의 골뱅이가 동해산과 맛이 비슷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유럽산 골뱅이를 대량 수입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로써 '쫄깃하고 야들야들한 식감'이라는 원조의 헤리티지를 유지하며 압도적인 물량 확보에 성공, 1980년대 내내 시장을 지배하는 독주 체제를 완성했다.



    참치 왕국 '동원'의 도전와 은둔 고수 '동표'의 커밍아웃



    ▲ 동원의 골뱅이 통조림 시장 진출 기사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1990년 6월 9일 매일경제 13면 中>


    유동의 독주가 지속되던 1990년대 초, 한국의 통조림 시장을 양분할 두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하며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동원은 이미 1982년 국내 최초로 참치캔을 출시하며 통조림 시장에 혁명을 일으킨 거인이었다. 동원은 참치 사업을 통해 다져진 해외 원료 수입, 가공, 전국 유통망 관리 노하우가 골뱅이 통조림 사업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간파했다.


    ▲ 동원F&B 자연산 골뱅이 400g<4,340원>


    1990년대 초, 동원은 동원 자연산 골뱅이를 출시하며 유동에 정면 도전했다. 대기업의 막강한 자본력과 전국 대형마트에 깔린 유통망을 바탕으로 대규모 마케팅 공세를 시작하며 시장을 양강 구도로 재편했다. 동원은 유동이 강조한 '원조' 이미지를 넘어, '신선한 수입산'과 '다양한 용량 및 패키지'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전략을 취했다.


    ▲ 을지로 3가 골뱅이 골목에 관한 기사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1997년 6월 10일 조선일보 37면 中>


    동원과 유동이 소매 시장에서 광고 전쟁을 벌일 때, 동표는 다른 길을 택했다. 동표는 대규모 마케팅 대신 업소용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특히 '을지로 골뱅이'로 유명한 식당가에 대량으로 납품하며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 동표 을지로 골뱅이 400g<6,660원>


    동표 을지로 골뱅이는 유동이나 동원보다 일반 소비자에게 덜 알려졌지만, 이미 1980년대 후반부터 식당 사장들 사이에서는 '가성비와 실속'을 갖춘 제품으로 통했다. 동표는 '을지로'라는 상징성을 마케팅에 활용하며, 3파전 구도의 한 축을 묵묵히 지키는 제3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안주가 주인공인 세상이 찾아왔다



    <출처 : Youtube 옛날티비 : KBS Archive 채널>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대한민국의 음주 문화는 커다란 변곡점을 맞이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술자리는 어디까지나 ‘술’이 중심이었다. 안주는 그저 곁들여 먹는 부수적인 존재로 여겨졌고, 술집 간판에도 안주보다 소주, 맥주, 막걸리 같은 주류명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안주는 술의 쓴맛을 덜어주는 간단한 주전부리에 불과했던 셈이다. 1990년대 말 대학생이었던 필자 역시 그 당시를 회상해보면, “소주 한 잔 하러 가자!”라는 말은 자주 했지만, “OOO 먹으러 가자!”라고 표현한 기억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치맥'이 아니라 '맥치'로 불리웠을 시대라는 말이다. 


    하지만 IMF 이후 한국인의 술자리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자영업, 특히 요식업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포차 스타일의 술집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젊은 세대와 여성 소비층이 새로운 주류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술을 마시기 위해 안주를 먹는 시대’에서 ‘맛있는 안주를 즐기기 위해 술을 곁들이는 시대’로 인식이 전환되었다. 술상의 주인공이 술에서 안주로 바뀐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골뱅이는 무침요리로, 소면에 비벼먹는 매콤새콤 최애 안주로 치킨, 족발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이른바 국민 안주 반열에 오른 것. 당연히 골뱅이 무침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유동, 동원, 동표 3사의 경쟁 역시 한층 치열해졌다.



    ▲ 2015년 제작한 유동 골뱅이의 TV-CF, 최근에는 라디오 위주로만 광고한다.

    <출처 : 유동 Youtube 채널>


    유동 골뱅이는 ‘원조’ 브랜드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전략을 고수해 왔다. 물론 이 ‘원조’ 타이틀을 두고 동표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리테일 시장에서는 유동이 확실히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마트에서 유동 골뱅이 400g 통조림 가격을 보면 예상보다 높아 살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브랜드 프리미엄이 아니라, 위기 대응과 품질 유지에 뿌리를 둔 전략이기도 하다. 1990년대 초반 국내 골뱅이 남획과 가격 폭등 사태가 벌어졌을 때, 유동은 발 빠르게 영국·아일랜드산 골뱅이를 도입해 기존의 쫄깃하고 야들야들한 식감을 유지했다. 이러한 이력을 기반으로 유동은 지금도 ‘원조가 보장하는 변함없는 품질과 맛’이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마케팅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브랜드의 신뢰와 품질을 가격으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 다양한 동원 골뱅이의 파생상품

    <이미지 출처 : 오픈마켓 페이지>


    반면 동원은 선두 주자인 유동을 따라잡기 위해 마케팅에 사활을 걸었다. 그 핵심 전략은 바로 ‘콜라보레이션’이었다. 2013년, 동원 골뱅이는 비빔면 시장의 강자인 팔도와 손잡고 ‘골빔면(골뱅이+비빔면)’ 레시피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이 캠페인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식품업계 전반에 콜라보레이션 열풍을 불러온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레시피는 지금까지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가 높은 먹거리로 이어지고 있다. 이후에도 동원은 간장 전문 기업 청정원(대상)과 협업해 간장 소스를 차별화한 ‘자연&자연 동원골뱅이’를 출시하는 등 외부 브랜드와의 제휴를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제품의 고급화와 활용도를 높이며, ‘원조’ 유동에 도전하는 신예다운 다채로운 공격력을 보여줬다.


    소비자가 깐깐해지니, 골뱅이도 깐깐해진다


    현재 골뱅이 시장은 원재료 공급 압박이라는 전 지구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영국, 아일랜드 등 주요 수입국의 어획량 감소와 국제 환율 불안정으로 골뱅이 통조림 가격은 20~30%가량 상승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더욱더 '스마트'해졌다. 단순히 가격만 보는 것이 아니라, 캔의 중량 대비 고형량(순수 골뱅이 무게)을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부분의 제품이 고형량 비율(약 50% 선)은 비슷하지만, 진짜 차이는 골뱅이의 '크기와 개수'에서 갈렸다.


    골뱅이 통조림은 크게 세가지 중량으로 경쟁 중이다. 제품에 표기된 수치를 기준으로 제일 작은 140g 제품에서의 고형량은 유동이 59g, 동원이 70g, 동표가 63g으로 동원이 제일 많았다. 230g 제품에서는 유동이 97g, 동원이 98g, 동표가 115g으로 동표가 가장 많았고 제일 큰 400g 제품에서는 유동이 160g, 동원이 150g, 동표가 180g으로 역시 동표가 가장 많았다. 



    ▲ 7년 전 필자가 직접 비교 시식한 골뱅이 통조림 비교 영상


    골뱅이 통조림 트로이카 3사의 비교 시식은 7년 전 직접 제작한 영상을 참고하자. 제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골뱅이 한 개체당 크기는 동표가 제일 컸고 유동이 그 다음, 동원이 제일 작았다. 양념된 국물의 맛은 유동이 제일 짭조름, 동원이 제일 달콤했고 동표는 밸런스를 어느 정도 맞춘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이 국물은 무침용 육수로 쓰일 뿐 따로 마시는 소비자들은 별로 없으니 이 맛의 차이는 장단점으로 분류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고형량과 골뱅이의 크기 등을 잘 비교해가며 소비자가 직접 고를 수 밖에 없는 노릇. 그래서 골뱅이 통조림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닐까? 



    원조vs콜라보vs실속 오늘 저녁은 골뱅이 무침!



    지난 수십 년간 유동의 끈기, 동원의 혁신, 동표의 실속이 맞부딪치고 경쟁한 결과, 우리는 지금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다양한 방식으로 골뱅이무침을 즐길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되었다. 오늘도 밤늦게 퇴근한 술꾼은 마트 진열대 앞에 멈춰 선다. 원조의 헤리티지를 고를 것인가, 새로운 변주를 시도한 혁신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가성비의 실속을 챙길 것인가. 유동·동원·동표, 이 세 브랜드의 끝나지 않는 전쟁은 결국 한국인의 술상에 풍요롭고도 행복한 선택지를 남겼다. 불타는 금요일. 퇴근 후 저녁 메뉴는 당연히 골뱅이무침이다. 어떤 제품을 고를 거냐고? 그건…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c) 비교하고 잘 사는, 다나와 www.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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