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9년형 ‘벤츠 복합형 운송차(Benz Combination Delivery Vehicle)’와 최신 스프린터(Sprinter)가 나란히 섰다.130년 밴 역사의 출발점과 오늘을 한 무대에서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메르세데스 벤츠)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메르세데스 벤츠가 새로운 ‘밴 아키텍처(VAN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디지털화·전동화·지능형 네트워크를 결합한 차세대 운송 플랫폼을 공개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밴 사업부가 27일(현지 시간), 창립 130주년을 맞아 슈투트가르트 인근 노이하우젠에서 공개한 차세대 밴 아키텍처는 완전 전동화와 디지털화를 통합한 차세대 플랫폼으로 미래 상용차의 표준을 새롭게 정의하려는 야심이 담겼다.
이날 행사장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한 공간에 나란히 섰다. 1899년 제작한 ‘벤츠 콤비네이션 배송차(Benz Combination Delivery Vehicle)’를 정교하게 복원하고 그 옆에는 최신 전기밴 e스프린터(eSprinter)가 자리했다.
오는 2026년부터 적용될 ‘밴 EA(Van Electric Architecture)’는 완전 전동화 기반의 플랫폼으로 상용차의 기능성을 유지하면서도 전기 파워트레인과 소프트웨어 중심 설계를 결합한다. 이후에는 내연기관 기반의 ‘밴.CA(Van Combustion Architecture)’도 함께 선보여 다양한 고객군의 수요를 충족시킬 예정이다.
두 플랫폼은 향후 벤츠의 모든 중대형 밴의 공통 기반이 되며 고급 개인용 밴(VLE/VLS)과 상업용 프리미엄 밴을 명확히 구분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
새로운 아키텍처의 중심에는 벤츠의 독자 운영체계 MB.OS가 있다. 차량 내 모든 기능을 클라우드와 연결해 제어하고 AI 기반 학습을 통해 차량 상태를 스스로 진단하고 최적화한다. OTA(Over-the-Air) 업데이트를 통해 운전자 보조 시스템, 인포테인먼트, 내비게이션 등 전반적인 차량 소프트웨어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외부 애플리케이션도 유연하게 통합 사용이 가능하다.
메르세데스 벤츠 밴의 미래를 상징하는 조형물 ‘더 볼더(THE BOuLDER)’. 단단한 석재를 깎아 만든 형상 속에 차세대 스프린터의 비율과 디자인 철학이 담겼다.(메르세데스 벤츠)
기업 고객은 차량의 헤드유닛에서 직접 플릿 관리나 업무용 앱을 실행할 수 있고 운행 효율을 높이는 디지털 서비스도 제공한다. 밴이 단순한 운송수단에서 ‘업무 생태계의 허브’로 진화한 셈이다.
벤츠는 이번 혁신의 철학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THE BOuLDER(더 볼더)’라는 조형물을 함께 공개했다. 길이 6.5m, 높이 2.7m의 이 작품은 하나의 거대한 암석을 깎아 만든 형상으로 미래 스프린터의 외형적 비례와 디자인 윤곽을 암시한다.
토마스 클라인 벤츠 밴 총괄은 “새로운 VAN 아키텍처는 첨단 구동 기술과 연결성, 디지털 서비스를 융합해 상용차 시장을 다시 정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 총괄 안드레아스 지간 역시 “미래의 스프린터는 단순한 밴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된 지능형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30년 전 칼 벤츠가 만든 초기 운송차는 당시로서는 놀라운 혁신이었다. 폐쇄형 차체의 배송용 마차와 탈착식 차체를 지닌 다목적 운송차, 두 가지 형태로 개발된 이 차량은 단 한 번의 조립만으로 화물차에서 승용차로 전환할 수 있었다.
배기량 1ℓ, 최고 출력 3마력의 엔진은 20km/h의 속도를 냈지만 말 두 필이 끄는 마차보다 빨랐고 세 배의 짐을 실을 수 있었다. 파리의 백화점 ‘듀 봉 마르셰’에 납품된 첫 모델은 밴의 새로운 시장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100년 뒤인 1995년, 벤츠는 ‘스프린터(Sprinter)’를 통해 다시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트럭과 승용차의 중간 영역을 개척하며 ‘밴’이라는 세그먼트를 정립한 이 모델은 이후 30년간 전 세계에서 500만 대 이상 생산됐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