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이오닉 5.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가 미국 연방 정부의 세액 공제 혜택이 종료되면서 판매가 급감했다. (출처:현대자동차)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미국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가 종료된 이후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판매가 사실상 ‘반 토막’이 났다. 10월 판매 집계에서 두 브랜드 모두 전월과 전년 대비 급격한 감소세를 기록해 시장에 미친 충격을 여실히 보여줬다.
현대차는 10월 미국 시장에서 총 7만 118대를 팔아 2% 감소에 그쳤지만 전기차 부문은 급락했다. 아이오닉 5는 164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나 줄었고 불과 한 달 전인 9월 8400대에서 80% 가까이 급감했다. 아이오닉 6 역시 398대로 52% 감소했고 새로 출시된 3열 전기 SUV 아이오닉 9은 317대에 그쳤다.
기아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10월 EV6 판매는 1210대에 머물러 전년 동월 대비 55% 줄었고 EV9은 680대로 9월(약 2000대) 대비 65% 이상 감소했다.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가 30% 이상 늘며 전체 실적을 지탱했지만 전기차 부문만 놓고 보면 세액공제 종료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세액 공제 혜택이 종료되기 직전 소비자들이 보조금이 남아 있는 시점에 구매를 앞당긴 ‘러시 효과’가 10월 판매 공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북미 CEO 랜디 파커는 “연방 세액공제 종료를 앞두고 이전 수요가 급격히 몰렸다”며 “정책 변화가 일시적으로 시장 흐름을 교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이브리드 판매가 41% 늘며 전체 전동화 모델 판매는 8% 증가했다”며 향후 EV 시장이 정책 변화 이후 다시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시장 충격 완화를 위해 2026년형 아이오닉 5의 가격을 일부 트림 기준 1만 달러(약 1420만 원) 인하해 3만 5000달러 미만으로 낮췄고 2025년형 모델에는 여전히 7500달러 상당의 제조사 직접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기아도 EV9 가격 조정과 리스 프로그램 강화를 병행하며 수요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당분간 미국 전기차 시장 부진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세액공제 종료 이후의 여파는 현대차·기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포드, 혼다 등 주요 제조사들도 전기차 판매가 급락했다. 포드는 머스탱 마하-E 판매가 40% 가까이 줄었고 혼다 프로로그 역시 신차 효과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은 정책 공백과 소비 심리 위축이 겹치며 단기적인 ‘침체 구간’에 진입한 모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보조금이 사라지면 전기차 판매가 급감하는 현상은 과거 유럽과 중국에서도 반복됐다”며 “미국 내 생산기반 확충과 원가 절감이 이뤄져야 진정한 수요 기반의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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