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와 오카자키시의 경계의 한적한 산둥성이에 도요타 핵심 연구 거점인 테크니컬 센터 시모야마가 자리했다(도요타 제공)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와 오카자키시의 경계.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약 30분을 달리면, 해발 300m 산등성이에 주변 풍경과 전혀 다른 현대식 연구단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외부 접근이 철저히 제한된 이곳은 도요타 자동차의 핵심 연구 거점 ‘도요타 테크니컬 센터 시모야마(Toyota Technical Center Shimoyama)’다.
목적 없이 우연히 지나칠 일은 거의 없는, 사실상 ‘은폐된 개발 요새’라 불러도 무방한 공간이다. 특히 시모야마의 자연 지형과 고저차를 고스란히 활용한 시험로를 갖추고 있어, 극한 주행을 통한 실차 검증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도요타는 2018년 부지 조성을 완료하고 건설에 착수했다. 중앙 구역의 일반도로 시험 구간은 2019년부터, 고속 주행로와 다양한 글로벌 도로 환경을 재현한 특수 코스가 포함된 동부 구역은 2021년 10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시설 내 시험로는 독일 뉘르부르크링과 흡사한 고저차와 깊은 코너로 구성된 부분이 특징이다(도요타 제공)
이 시험로는 독일 뉘르부르크링과 흡사한 고저차와 깊은 코너로 구성됐다. 특히 기획·설계·엔지니어링·프로토타입 제작·평가까지 모든 개발 과정이 한 공간에서 이뤄지도록 설계됐다.
이날 취재진은 전문 드라이버가 주행하는 GR 코롤라 보조석에 동승했다. 코스에 진입하자마자 가파른 고저차와 연속되는 복잡한 코너가 이어졌고, 마치 게임 속 뉘르부르크링을 옮겨온 듯 특유의 긴장감과 압박감이 그대로 전해졌다.
예상치 못한 가속과 강한 중력 가속도, 시야가 휘말리는 듯한 구간이 반복되면서 짧은 주행임에도 롤러코스터에 탄 듯한 체감이 남았다. 초행 운전자가 여길 공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날 짧게 경험한 시설 내 해당 시험로는 특유의 긴장감과 압박감을 전달했다(도요타 제공)
바로 이러한 환경에서 도요타는 반복적인 테스트와 협업을 통해 차량 성능을 극대화하고 문제점을 조기에 발견한다. 또한 디지털 개발 툴과 실차 데이터를 결합해 개발 속도를 높이는 애자일(Agile) 방식도 적극 적용 중이다.
한편 일반적으로 대규모 자동차 시험 시설은 삭막한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지만 시모야마는 다르다. 총 부지의 약 60%를 녹지로 조성했고, 기존 생태계를 최대한 존중해 설계했다. 2023년에는 환경 학습 센터도 문을 열어 지역 생태 보전 활동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곳 전시관에는 토요타 아키오 회장이 테스트 주행 중 사고를 낸 차량도 전시됐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지난해 공식 개관식에서 “약 3000명의 GR·렉서스 개발팀과 테스트 드라이버들이 이곳에서 차량을 운전하고 시험할 것”이라며, “우리가 더 많이 운전하고, 더 많이 차를 부술수록, 자동차는 더욱 완성된다. 시모야마에서 태어난 차량이 전 세계 도로에서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수소, 모터스포츠까지 전방위 전동화 전략을 추진하는 도요타에게 시모야마는 단순한 개발 시설이 아니라 ‘달려보고, 깨지고, 고치는’ 도요타식 장인 정신의 핵심 무대로 자리했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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