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의 시작과 끝, 취안저우 Quanzhou
상하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30분이면 취안저우에 닿는다. 지금이야 하늘길을 자유롭게 오고 가지만, 먼 옛날 한 도시가 외부와 이어지기 위해서는 바다로 나가야 했다. 바다는 각국을 이었고, 문명과 사상, 예술과 상품은 배를 타고 도시를 넘나들었다.
중국에서 인도양, 아라비아해, 페르시아만을 거쳐 지중해까지 연결하던 길이 해상 실크로드다. 송나라와 원나라 때 특히 교류가 활발했는데, 그 항로의 출발점이 바로 취안저우였다. 이곳은 당시 가장 번성했던 항구였다. 영광의 시대는 이제 과거형이 되었지만, 위상은 변치 않았다. 2021년에 ‘송·원 시기 중국의 세계 해양 교역 중심지, 취안저우’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2024년 취안저우를 방문한 관광객 수는 약 1억명, 2025년 춘절 기간 관광객 수는 1,012만 명에 달한다. 그중 90% 이상이 중국인일 만큼, 중국에선 최고의 인기 여행지다.
사실 우리에게 취안저우는 조금 낯선 도시다. 하지만 걱정은 없다. 이곳은 오랜 세월 세계와 교류를 해온 항구 도시. 문명을 주고받고 종교를 받아들이던 마음이 여전히 이 도시를 단단히 지탱하고 있다. 모두를 환영하는 개방성과, 다름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포용성을 장착한 곳, 여기는 취안저우다.
Editor’s Pick
취안저우, 요즘 뜨는 곳은 어디?
한없이 자비로운, 개원사 Kaiyuan Temple
686년 당나라 때 세워진 취안저우의 대표적인 사찰. 이 설명만으로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삼국시대에 기원을 둔 사찰은 우리에게 흔하니까. 그런데 잊어서는 안 되는 한 가지가 있었다.
취안저우의 별명은 ‘세계 종교 박물관’이다. 이 도시에서 불교, 도교, 이슬람교, 힌두교, 기독교 등 여러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해 왔다. 개원사도 예외는 아니다. 대웅전 앞 돌기둥에 힌두교 신화 속 장면이 새겨진 데다, 기독교의 천사를 떠올리게 하는 조각도 있다.
100개가 넘는 석비 속 문자도 다채롭다. 중국어, 아랍어, 페르시아어, 시리아어, 타밀어, 산스크리트어…. 과거 취안저우를 찾은 상인들의 흔적이다. 새겨진 문자는 달라도 그들이 바라는 바는 다르지 않았다. 안전한 항해와 무사 귀환, 만선과 순풍.
쌍탑을 감상하는 법, 서가 West Street
취안저우 개원사 동쪽과 서쪽에 진국탑(鎭國塔)과 인수탑(仁壽塔)이 마주 보고 선 모습은 장관이고 절경이다. 송나라 때 세워진 2개의 탑은 중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높은 쌍둥이 석탑이다.
이곳의 아쉬움을 꼽자면, 경내에선 쌍탑을 함께 보기 힘들다는 것. 그 아쉬움은 서가를 걸으며 탈탈 털어 냈다. 서가는 개원사 앞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길이다. 취안저우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 중 하나로, 현재는 관광객들로 활기를 띠는 상업 지구다. 오래된 건축물이 늘어서 고풍스럽고, 찻집과 길거리 음식, 공예품 상점이 들어서 과거와 현대가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서가의 매력은 탑을 바라보는 다양한 각도에 있다. 늘 두 개의 탑이 시선 끝에 머무른다. 탁 트인 시야를 원한다면 서가 관광안내소가 답이다. 건물 3층을 옥상 전망대로 운영 중인데, 바로 앞에 동탑이 솟아 있어 그 규모를 실감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쭉 뻗은 서가도 한눈에 들어온다.
송·명·청이 한자리에,
진장 우디안시 전통 지구
Jinjiang Wudianshi Traditional Blocks
‘어디로 갔지? 일단 걷자. 여긴 뭐지?’의 반복. 함께 걷던 일행이 사라지고, 어디선가 재회했다가 곧 내가 무리에서 사라지는 일의 반복. 어쩔 수 없었다. 붉은 건물들이 매혹적인 골목을 만든 마을에서 옆길로 새지 않을 도리가 없으니.
우디안시 전통 지구에는 송나라와 명나라, 청나라 시대의 전통 건축물 100여 동이 있다. 대부분 붉은 벽돌에 회색 화강암이 어우러진 민난 지역 스타일로 지어졌다. 건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색이 다른 부분이 보이는데, 송·명·청대에 걸쳐 집을 보수하면서 각기 다른 시대에 구운 벽돌을 사용한 결과라는 게 흥미롭다.
우디안시(五店市)라는 이름은 당나라 때 다섯 개의 큰 식당이 있었던 데에서 유래했다. 이후 쌀가게와 찻집, 상점이 모여들면서 지역의 상업 중심지로 성장해 온 자리다. 맛집과 상점의 거리는 지금도 그대로다. 오래된 벽돌집들은 식당과 카페, 책방과 기념품점으로 성업 중이다. 단순히 외관만 남은 것이 아니라 본질도 살아 숨 쉬는 길.
MZ 핫플, 낙가사 Luojia Temple
취안저우 남쪽의 바다, ‘골드 코스트’에 위치한 낙가사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사찰이다. 밀물 때는 바다에 뜬 섬 같은 모습을, 썰물 때는 드넓은 암초와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다. 1,000년 전 유적이 가득한 도시의 ‘막내’ 격인 90년대생이지만, SNS 사진 명소로 그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다, 그와 대비되는 노란색 건물이 인기의 요인. 시내에서 차로 1시간을 가야 하는데도 늘 붐비는 핫플이라고. 중국 MZ들 인생숏 열정이 대단하다.
로컬 감성 카페, 로컬 피시 Local Fish
낙가사에서 차로 약 20분 떨어진 로컬 피시는 작은 항구 앞 오래된 얼음 공장을 리모델링한 카페다. 바다와 마을을 향해 창을 내서 평온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기 좋은 곳. 항구에서 잡은 해산물을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 또한 이곳의 특별한 점. 구름 아래 넘실대는 어촌의 일상과 파도 위 철썩이는 어부의 멋이 진하게 느껴진다.
전통을 품은 현대, 힐튼 취안저우 리버사이드
Hilton Quanzhou Riverside
힐튼 취안저우 리버사이드에 들어서니 호텔 시그니처 공간인 ‘호라이즌 로비 바(Horizon Lobby Bar)’가 가장 먼저 보인다. 높은 천장과 벽 두 면을 채운 책장 그리고 배 모형과 하얀 돛, 파도를 표현한 조형물이 펼쳐진다. 멋진 항해가 시작될 것만 같은 기분인걸. 목적지는 문화의 교류라는 바다. 이 도시가 나를 화려하게 감싸 안으니 나는 그들의 전통을 배워 봐도 좋지 않을까.
마침 힐튼 취안저우 리버사이드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가장 대표적인 체험은 ‘잔화(Zanhua)’. 행복과 희망을 상징하는 머리 꽃장식이다. 취안저우 남동쪽 쉰푸(Xunpu) 지역 여성들의 풍습으로, 2008년에 중국 국가급 비물질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지역 명물이 되었다. 유명 관광지 어디서든 잔화 체험이 가능할 정도. 힐튼에서는 단순 잔화 체험부터 의상 대여, 스타일링, 사진 촬영까지 단계별로 원하는 체험을 신청할 수 있다.
객실에서는 진장강을 바라보며 다도를 즐기고, 레스토랑 ‘키친크래프트(Kitchencraft)’에서는 민난지역의 요리와 디저트를 맛본다. 호텔에서 경험하는 모든 순간에 취안저우가 담겼다. 더 깊이 전통 속으로 파고 들어가길 원한다면 가이드 서비스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현지 요리를 맛보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영어 투어 가이드를 지원한다.
글·사진 김기쁨 에디터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Hilton Hote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