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R-05F 실물 프로토타입. 인체 해부학적 구조를 모사한 흉부·쇄골 부위와 가동 관절 등이 실제로 차량 충돌 시 여성 탑승자의 신체 반응을 재현하도록 설계돼 있다. (출처:NHTSA)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자동차 충돌 테스트는 1955년 미국 유타주 테스트 트랙에서 GM이 세계 최초로 실시하면서 시작됐다. 충돌 실험에 더미(Dummy)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 역시 GM이다.
GM은 1967년 인체 생체역학을 기반으로 제작된 ‘시에라 샘(Sierra Sam)’을 도입해 차량 충돌 시 탑승객이 받을 수 있는 부상 정도를 수치화하기 시작했고 이후 자동차 안전 기술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지금은 당시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간 신체 특성을 정밀하게 반영한 더미가 충돌 시험에 사용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실제 여성의 생체 구조와 사고 시 부상 패턴을 과학적으로 모사한 ‘고급형(Advanced) 여성 더미’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은 교통사고 발생 시 남성보다 중상 가능성이 높고 사망률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충돌 안전 기준이 오랫동안 남성 운전자를 중심으로 설계된 탓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최근 공개한 차세대 여성형 충돌 시험 더미 ‘THOR-05F’는 기존 1970년대 평균 체격 남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된 모델과 달리 여성의 실제 신체 구조를 정밀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신형 THOR-05F는 기존 하이브리드 III 대비 센서 수가 세 배 이상 많은 150개 이상으로 확대돼 목, 쇄골, 골반, 하지 등 여성 특유의 취약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상 가능성을 보다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
NHTSA는 “여성과 남성의 신체 구조 차이를 정확히 반영해야 충돌 안전 기술의 진화가 가능하다”며 향후 충돌 평가 방식에 THOR-05F 활용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NHTSA(미국 도로교통안전국)가 공개한 차세대 여성형 충돌 테스트 더미 ‘THOR-05F’의 구조 도면. 기존 하이브리드 III 대비 센서 수가 세 배 이상 늘어나 여성의 신체 특성과 부상 패턴을 정밀하게 반영하도록 설계됐다. (출처:NHTSA)
이 같은 조치는 여성이 남성 대비 중상 위험이 73% 높고 사망률도 17% 높다는 통계 분석에서 비롯됐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신차 안전도 평가(NCAP)에서는 여성 더미가 주로 조수석이나 뒷좌석에 배치되고 운전석에는 남성형 더미를 적용해 왔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여성 운전자 증가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THOR-05F의 공식 적용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신차 안전도 평가 항목 확대와 연방 안전 기준(FMVSS) 적용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제조사들의 대응 전략 마련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더미 한 기당 제작 비용은 약 100만 달러(약 14억 원) 수준이며 업계는 전체 도입 비용이 미국에서만 최소 6000만 달러(약 88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규제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미국 의회가 여성 더미의 운전석 배치를 법제화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SUV와 PBV 등 후석 탑승 비율이 높거나 여성·유아 등 특정 사용자 중심 차량의 구조적 안전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지고 있다. 국내 제조사 역시 북미 시장 의존도가 높아 신차 개발 단계에서 좌석 레이아웃, 에어백 전개 방식, 안전벨트 텐션 조절 시스템 등 성별 특성을 고려한 정밀 설계 기술 도입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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