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게임 개발자로, 2020년부터 개인적으로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너무 ~한 RPG’라는 콘셉트의 게임을 제작했으며, 현재 10편 이상을 출시했다.
A. 2020년에 플레이 시간 약 15분 정도의 단편 게임 ‘너무 빠른 RPG’를 만들었다. 이 게임은 사람들이 이동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캐릭터의 대사도 너무 빨리 지나가 플레이어가 제대로 읽을 수 없는 등, 바보 같은 게임임에도 많은 게이머들이 플레이했다.
그 뒤로는 ‘너무 약한 RPG’, ‘사족이 너무 많은 RPG’ 등 다양한 ‘너무 ~한 RPG’ 시리즈를 만들었다. 이후 새로운 ‘너무 ~한 RPG’를 고민하던 중, 평소 보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떠올렸다. 그 작품들에는 간혹 코믹한 이름의 캐릭터들이 등장했고, 거기서 힌트를 얻어 ‘이름을 스토리와 연결해 즐기는 것을 핵심으로 삼되, 이를 과하게 넣으면 어떻게 될까’에서 시작됐다.
A. ‘스포일러가 너무 심한 RPG1’은 미리 전개를 스포일러하고, 그 중 일부분에서 예상을 배신해 놀라움을 주는 구조가 잘 맞물렸다. 이런 상황에서 후속작이 나오면 플레이어는 “전작과 같은 장치를 또 쓰겠구나”라고 미리 예상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전작의 구조를 그대로 반복하면 신작은 열화된 카피캣이 될 뿐 놀라움을 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전보다 많은 장소와 조직을 설정해 세계관을 확장하기로 했다.
A. ‘스포일러가 너무 심한 RPG1’이 일본 스트리머 중심으로 SNS에서 큰 화제가 되었을 때, ‘스포일러가 너무 심한 RPG2’의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그 결과 많은 분들의 후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품질 향상의 가장 큰 요인이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전까지의 ‘너무 ~한 RPG’ 시리즈는 빠른 출시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오리지널 캐릭터, 장비 커스터마이즈, 음악, 클리어 후 콘텐츠 등, 내가 생각해온 최강의 RPG에 필요한 것들이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던 요소들도 과감히 버려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많은 분들의 후원을 통해 시간적 여유를 두고 더 깊게 만들자는 결심을 할 수 있었다. 그 덕에 외부 협력자들과 힘을 합쳐 지금까지 포기해왔던 요소를 포함해 제 고집을 모두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이 큰 변화였다.
A. 가장 큰 요소는 스포일러를 담은 이름과 결합된, 플레이어가 ‘태클을 걸고 싶어지는’ 대사다. 일례로 “저는 루키우스 바로쥬거용. 100세까지 장수하고 싶다아”라는 대사가 있다. ‘바로 죽는다’는 정보를 이름에서 밝힌 뒤에 ‘장수하고 싶다’고 말하면 플레이어는 당연히 태클을 걸고 싶어진다.
물론 맥락 없이 대사만 보면 이는 매우 부자연스럽다. 제가 처음 만난 사람에게 “저는 미누히노메. 100세까지 장수하고 싶다아”라고 말한다면,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다만 그 부자연스러운 대사를 일부러 삽입해, 이름과 대사가 모순되는 부분을 보면 재미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본다.
A. 우선, 플레이어의 시점으로 생각하면 이 게임에 기대하는 점이 매우 명확하다. 제목 자체가 캐치프레이즈로 기능해, 시작할 때의 기대감과 플레이 사이의 괴리가 적다. 더불어 제작자 입장에서는 게임의 핵심 콘셉트가 매우 명확하기에 제작이 상대적으로 쉽다.
또, 제목부터 바보 같기에 감동적인 이야기나 호러물로 전개를 비틀며 플레이어를 놀라게 만들기 쉽다. 이를 살려 바보 같은 게임도 만들 수 있고, 감동이나 호러로 끌고 가는 작품도 만들 수 있는 등 의외로 스토리를 변주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점도 매력이다.
A. ‘스포일러가 너무 심한 RPG2’는 해냈다는 감각이 강하지만, 동시에 아직 보여주고 싶은 부분도 많이 남아 있어 언젠가 후속작을 만들 생각이다. 일례로 스포일러가 너무 심한 RPG2의 천 년 전, ‘마왕이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선보인다거나 말이다. 물론 이 또한 제목에서부터 스포일러할 예정이다.
A. 한국어 번역을 자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던 분께서 먼저 연락을 줬다. 처음에는 비공식 패치 형식도 고려했지만, 스팀 출시를 준비하며 더 많은 한국 플레이어가 안심하고 즐길 수 있도록 번역가와 협력해 공식 한국어 지원을 채택하게 되었다.
A. 번역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캐릭터 이름을 들었을 때, 일본어와 마찬가지로 ‘이거 스포일러구나’ 하고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지를 가장 주의 깊게 확인했다. 저는 한국어를 몰라 한국 유저들에게 캐릭터의 이름이 어떻게 들리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게임을 즐긴 분들이 이를 잘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번역이 매우 유머러스하게 이뤄진 것 같다. 번역자분께 감사드리는 점이다.
A. 어릴 적 많이 플레이한 RPG로는 ‘페이퍼 마리오’, ‘파이널 판타지 8’, ‘제노사가 시리즈’ 등이 있다. 특히 페이퍼 마리오에는 ‘대미지헤루(기자 주. 대미지헤루(ダメージヘール)는 대미지(ダメージ)+헤루(減る, 줄다)와 발음이 같다. 한국판 명칭 방어플러스)’라는 대미지 감소 장비가 있는데, ‘스포일러가 너무 심한 RPG’ 시리즈의 작명도 이런 곳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
A. 특정한 무언가를 참고하기 보다, ‘대체로 RPG라면 이런 이미지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예를 들어 ‘마왕을 쓰러뜨린다’는 전개를 마주한 게이머들은 “뭐, RPG에선 자주 있는 일이지”라는 생각이 있고, 이를 쉽게 받아들인다. 게임이 스포일러한다는 특성상, 플레이어가 쉽게 그 장면을 상상할 수 있는 요소를 사용하는 편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A. 다른 툴로 개발해본 적이 없어 비교는 어렵다. RPG 제작을 생각하고 있다면 구현에 필요한 기본 기능이 이미 갖춰져 있다는 점이 큰 도움이 된다. 개발의 허들이 매우 낮아진다.
A. RPG Maker에는 툴 사용자들이 만든 ‘플러그인’이라는 확장 기능이 있다. 본작에는 약 100개 이상의 플러그인이 사용됐다. 전투 시스템이나 연출 효과의 확장, 각 장면의 시각적인 요소를 변화시키는 것 등 매우 다양한 곳에서 쓰였다.
일례로 독이나 화상 대미지를 받을 때 애니메이션을 표시하는 플러그인, 적의 행동 패턴을 세세하게 지정할 수 있는 플러그인, 대사나 전투 중에 보이스를 쉽게 재생하는 플러그인 등이 적용됐다.
A. ‘스포일러가 너무 심한 RPG1’ 출시 당시 ‘언젠가 후속작도 만들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그건 꽤 먼 미래의 일이라고 여겼다. 다만 게임 공개 후 8개월 정도 지났을 때, 유명 게임 스트리머가 플레이하기도 했고, 이를 계기로 더 많은 스트리머들이 게임을 플레이했다. 이를 시작으로 일본 내 SNS에서 크게 확산되는 모습을 보며 ‘지금이 기회다!’라고 생각했고 즉시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후속작은 대략적으로만 구상했다.
크라우드 펀딩과 함께 후속작 제작을 선언했고 마감일도 정하며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전작을 모방해 끝나서는 안 된다는 부담도 컸다. 전작과는 분위기에도 다소 차이가 있어 분명 ‘전작이 더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 예상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정체될 뿐이기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개발을 막상 시작한 뒤에는 일러스트 제작 의뢰, 보이스 제공 요청 등 전작보다 해야 할 일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 결과 초기에 설정한 마감일은 전혀 맞출 수 없었다. 결국 첫 마감일을 넘길 수밖에 없었고, 새로운 마감일을 잡은 후 쉬지 않고 컴퓨터 앞에서 엄청난 속도로 작업했다.
A. ‘언젠가 크라우드 펀딩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해왔다. 그런 와중 스트리머를 중심으로 일본 SNS에서 ‘스포일러가 너무 심한 RPG1’이 화제가 되며 ‘지금이 기회다!’라고 판단했다. 당초 예상했던 목표 금액은 약 20만 엔(한화 약 188만 원)이었다. ‘더빙 비용 일부에 보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정도였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예상을 완전히 넘어선, 240만 엔(한화 약 2,260만 원)을 넘는 후원이 들어왔다.
A. 영화든 만화든 “좋았던 작품인데 막상 떠올리려면 내용이 기억 안 난다”는 일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문득 게임을 떠올렸을 때 “그 게임, 시나리오 진짜 좋았지!”라며 게임의 구체적인 내용을 이야기한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이 게임의 시나리오를 보고 “나도 재밌는 시나리오를 써야지!”라고 개발을 시작한 사람이 유명해져서, 인터뷰를 통해 “저는 ‘스포일러가 너무 심한 RPG’를 플레이하고 흥미가 생겨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어요”라고 말해준다면 최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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